• 한국문화사
  • 10권 자연과 정성의 산물, 우리 음식
  • 제3장 특별한 날, 특별한 음식
  • 1. 첫날, 첫국밥
  • 삼신에게 올리는 삼신상
윤성재

출산을 돕는 산파는 아기가 태어난 직후 삼신(三神)에게 바치는 삼신상(三神床)을 준비한다. 삼신은 산신(産神·山神), 삼신할머니, 삼신할매, 삼신할멈 등으로 부르는데 아기의 점지와 출산, 육아를 관장하는 가신(家神)의 일종이다.135)삼신의 기원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그 명칭마저도 삼신(三神), 산신(山神), 산신(産神) 등으로 혼동되고 있는데, 이는 삼신할머니에 대한 것이 구전으로만 전승되고 문자로 정착되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다. 삼신할머니는 ‘삼신’과 ‘할머니(老軀)’가 결합한 것인데, 아마도 고대 사회에 널리 퍼져 있던 삼신 신앙과 여성 산신의 이미지가 결합하여 생긴 것으로 보인다. 삼신의 기원은 단군 신화에서 이미 보이기 시작한다. 환인, 환웅, 단군의 삼신이나, 신라의 수호신인 삼산신(三山神)도 여기에 속한다. 삼신의 기원에 대해서는 최광식, 「기원과 성격」, 『여성 문제 연구』 11, 효성 가톨릭 대학교, 1982 참고. 여성성이 강했으므로 출산과 육아의 수호신이 된 듯하다. 갓 태어난 아기의 엉덩이에 멍든 것처럼 퍼렇게 되어 있는 몽고반점도 삼신할멈이 얼른 세상에 나가라고 엉덩이를 밀어내서 그렇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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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상
삼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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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이능화(李能和)는 산모방의 서남쪽 구석을 깨끗이 하고 상 위에 쌀밥과 미역국을 각각 세 그릇씩 장만하여 삼신상을 차려 산신에게 바치는데, 이것은 아기와 산모의 건강 회복을 축원하는 풍속으로, 의식이 끝나면 삼신상에 놓았던 미역국과 밥을 산모가 먹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삼신상의 이와 같은 형식은 현재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역에 따라 순산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출산의 조짐이 있을 때, 즉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미리 삼신상을 차리는 경우도 있다. 이때 상에는 정화수(井華水)와 수북하게 담아 놓은 쌀과 미역을 올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아기가 태어난 직후에 삼신상을 차리는데, 이것은 아기가 무사히 태어난 것을 감사하는 의식이다. 상에는 정화수와 밥, 미역국을 세 그릇씩 혹은 한 그릇씩 올린다. 삼신상에 올랐던 미역국과 밥은 산모에게 준다. 원래 제사 음식이나 고사 음식은 나누어 먹는 음복(飮福) 풍습이 있으나, 삼신상에 올랐던 음식은 산모만이 먹을 수 있다. 삼신은 출산뿐 아니라 아이의 육아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삼칠일(三七日)이나 백일, 돌, 생일 등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삼신을 위하는 의례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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