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0권 자연과 정성의 산물, 우리 음식
  • 제3장 특별한 날, 특별한 음식
  • 5. 남의 제사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 음복하기
윤성재

제사가 끝나면 제상을 치우고 제사에 올렸던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이를 음복(飮福)이라 한다. 제사는 조상의 덕을 기리고자 하는 의식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에 제사에 참석한 자손들이 제사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복을 받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제천 의식을 행할 때 음복을 함으로써 제사를 모신 사람과 받는 사람이 신인합일(神人合一)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으나, 한편으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소속감을 다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였다. 이날은 멀리 있던 일가친척까지 모여 한 조상의 자손임을 확인하며, 서로 복 받기를 기원한다. 제사가 끝나면 참석하였던 사람들과 제사 음식을 나누어 먹고, 이웃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그래서 사실상 제사 음식은 음복하는 사람 수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생각은 “제사 음식은 아무리 먹어도 탈이 안 난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제사상에 오른 음식은 제사를 통하여 신성한 음식이 되고, 그 음식을 먹는 것으로 신의 축복이 전달되는 의미도 갖는다.

제사가 끝나면 남녀가 각각 음식 먹을 자리를 따로 마련하여 높은 항렬을 가진 웃어른부터 남쪽을 향하여 한 줄로 자리를 만들고, 그 앞에 동과 서로 두 줄로 자리를 나누어 앉는다. 제일 웃어른이 가운데 자리에 앉으며 아랫사람은 웃어른 앞에 서는데 동쪽을 윗자리로 하여 나이 많은 사람이 무릎 을 꿇고 주전자를 받아 술을 따라 웃어른께 드리며, 젊은 사람이 마신다. 술을 마신 다음 면(麵)을 먹는다. 모두 떡과 술을 권하면서 제찬(祭饌)을 먹으며, 제찬이 부족하면 다른 술과 다른 음식을 더 내어 먹는다.

또 제찬을 고루 먹기 위하여 제찬으로 비빔밥을 하여 먹는 풍속이 있었다. 제례에 필수 제수(祭需)의 하나인 나물을 밥에 듬뿍 넣고 탕국물로 축축하게 축이면서 참기름과 간장으로 간을 조절하여 비빈 비빔밥은 친지와 가족들에게 더욱 일체감을 가지게 하는 음식이다. 제사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의례에서 ‘헛제사 돌리기’라는 풍속이 출발하기도 하였다. 제사 집이나 친구 집에 또는 친척 집에 밤참으로 적적함을 달래 주기 위하여 생긴 것으로, 자기 집에서 제사를 지낸 것처럼 음식을 장만하여 노비를 시켜 나누어 먹는다. 이렇게 하면 받은 집에서는 훗날에 다시 음식을 만들어 보내어 서로의 정을 두텁게 한다. 지금도 이 풍속은 진주 지방 등에서 볼 수 있다.200)강인희·이경복, 앞의 책, 211∼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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