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0권 자연과 정성의 산물, 우리 음식
  • 제4장 명절 음식 , 그 넉넉함의 향연
  • 7. 잡귀를 물리치는 동지 팥죽
  • 임금에게 올리던 귀한 음식, 전약
이정기

동짓날 먹는 음식으로 팥죽 외에 전약(煎藥)이 있다. 전약은 쇠가죽을 진하게 고아서 꿀과 계피가루, 생강가루, 후추와 씨를 뺀 대추를 섞어 체에 걸러 그릇에 담아 굳힌 것인데 모양은 묵과 비슷하고 색은 양갱(羊羹)과 흡사하다. 『조선 무쌍 신식 요리 제법』에도 전약은 빛이 까맣고 맛은 기이하게 좋다고 하였다. 전약은 밤이 가장 긴 동지에 음귀를 쫓아 주고 추위에 몸을 보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여 조선시대에 내의원에서 동짓날 왕에게 올리던 귀한 음식이었다. 계피는 지극히 매운 것을 쓰면 좋다고 하는데, 이는 생강과 계피의 매운 향이 나쁜 기운을 없애 주기 때문이다.232)최영년, 『해동죽지』 「반전약(頒煎藥, 전약 나눠 주기」에 있는 칠언시에, “매년 동지가 돌아오면 축수하고 기뻐하며, 내국(內局)에서 새로 만든 전약 백관(百官)에게 하사하네. 생강 계피 매운 향기 나쁜 기운을 없애 주어, 동짓날이면 집집마다 춘반(春盤)에 올린다네”라고 하였다. 내의원에서 올린 전약은 왕이 내외 친척과 대신들에게 하사하였으며 사당에도 바치는 음식이었다. 쇠가죽이나 향신료 같은 재료의 희귀성 때문에 일반민들까지 쉽게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후에는 일반민들도 만들어 서로 주고받는 음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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