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2권 역사 속 외교 선물과 명품의 세계
  • 제4장 만병통치약, 인삼
  • 1. 인간과 죽음, 그리고 질병과 약
  • 인간의 수명
정성일

이 세상에 늙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하물며 죽고 싶어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인간은 정말 죽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인가? 인간은 몇 살까지 살 수 있는 것일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음직한 의문이다.

이 궁금증에 대하여 카렐(Alexis Carrel, 1873∼1944)은 『인간, 그 미지의 존재(Man, the Unknown)』라는 책에서 인간의 수명이 영원하다고 주장하였다. 인간의 체세포(體細胞)가 무한히 분열을 반복하기 때문에 세포는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의 말처럼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을까? 많은 학자가 이 문제의 해명에 나섰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진행된 한 실험을 통해서 신체의 정상적인 세포는 무한정 세포 분열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태아에서 얻은 섬유 세포를 이용하여 세포를 배양한 결과 약 50회 분열을 반복한 뒤 세포는 모두 죽었던 것이다. 그 뒤 학자들은 50±10회가 분열 증식의 한계라고 믿게 되었다.

프랑스에서는 다른 각도에서 실험이 진행되었다. 여러 동물의 수명을 조사하여 분석한 결과 동물의 수명이 발육 기간의 약 다섯 배와 일치한다는 원리를 발견해 낸 것이다. 다른 학자는 그 기간의 여섯 배가 동물의 수명이라는 주장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것을 인간에게 적용하면 인간의 수명은 150세가량이 된다. 그 뒤 제시된 여러 학자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인간의 수명은 125∼150세이며, 200세가 인간의 한계 수명이라는 것이다. 정신, 운동, 식사 등 세 가지 조건을 조절만 잘 한다면 인간은 150세 전후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186)森下敬一, 『長壽學入門』, 美土里書房, 1986, 15∼17쪽.

역사적으로 볼 때 150세 이상 살았던 사람도 있다. 한 예로 스카치위스키로 유명한 ‘올드 파(Old Parr)’라는 브랜드의 주인공이기도 한 파(Thomas Parr)는 1483년에 태어나 1635년에 사망하였으니 153세까지 산 셈이다. 평생 농부로 산 그는 130세가 될 때까지도 직접 보리 탈곡을 하였다고 한다. 어느 날 이 소식을 접한 영국의 왕이 그를 초대하여 산해진미(山海珍味)를 대접하였다. 그러나 그날로부터 일주일 후에 그는 죽고 말았는데, 사망 원인은 다혈증으로 판명되었다. 부검 결과 그의 뇌, 심장, 췌장 등은 전혀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그가 왕실로 불려 가지 않았거나 온갖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지 않았더라면 더 오래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187)森下敬一, 앞의 책, 18쪽.

한편, 동양에서는 중국 쓰촨성(四川省) 이회현(理會縣)에 이청운(李靑雲)이라는 노인이 청나라 강희제(康熙帝) 시대에 태어나 1943년 당시 260세였다고 한다. 어쩐지 믿기지 않는 이야기이다. 일찍이 장자(莊子)는 인간의 수명을 세 단계로 나누어서 100세 이상을 상수(上壽), 80세를 중수(中壽), 60세를 하수(下壽)라 규정하였다. 또 당나라 때 시인 이백(李白)은 인생 3만 6,000일, 즉 100년을 인간의 수명이라고 읊고 있다. 고대 중국에서는 대체로 인간의 수명을 100세 전후로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188)森下敬一, 앞의 책, 20쪽.

이처럼 오래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은 한이 없지만 수명은 유한하다. 의학적으로도 인간의 한계 수명이 125∼150세 전후라는 것이 대다수 학자들의 견해이다. 역사적으로 동양과 서양의 장수 기록 보유자들을 살펴보아도 당분간 이 사실을 뒤엎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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