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2권 역사 속 외교 선물과 명품의 세계
  • 제4장 만병통치약, 인삼
  • 2. 만병통치약, 파낙스 진셍과 인삼
  • 인삼의 종류
  • 고려 인삼과 미국삼의 비교
정성일

프랑스인이 캐나다에서 인삼을 발견하여 그것을 중국 시장에 유통시킬 때만 하더라도 미국삼은 고려 인삼의 유사품으로 팔리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삼은 고려 인삼의 대용품이었다. 그렇다면 고려 인삼과 미국삼은 어떻게 다를까?

개리쿠스(Garriques)가 미국삼에서 추출한 파나퀼론(Panaquilon)의 화학 식은 C20H11O15이다. 후지다니(藤谷)가 고려 인삼에서 추출한 파나퀼론은 화학식이 C32H56O14로, 두 인삼의 성분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중국인들은 미국삼의 약성(藥性)을 차다고 하였다. 이에 반해 고려 인삼에 대해서는 신농씨(神農氏) 이래로 약성이 따뜻하다고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약에 온열냉한(溫熱冷寒)이 있다고 한다. 온과 열의 약물은 몸이 찬 사람에게 먹게 하고, 냉과 한의 약물은 몸이 따뜻한 사람이 이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온열의 약물을 복용하면 따뜻한 기운이 돌아 인체의 산화 작용이 활발해지며 흥분을 하게 되고 생활을 왕성하게 한다. 반대로 냉한의 약물은 체온을 낮추어서 진정시키고 생활에 휴양을 가져다 준다. 온열의 약물은 동(動)이요, 냉한의 약물은 정(靜)인 것이다.

고려 인삼 속에는 진정 작용을 하는 파나퀼론, 사포닌(Saponin)과 흥분 작용을 하는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 파낙소사이드(Panaxoside), 파나센(Panacen) 등이 함유되어 있다. 미국삼은 다비도우, 아이베르호프의 연구에 따르면, 진정 작용을 하는 파나퀼론의 존재는 증명되지만, 다른 흥분 작용을 갖는 성분은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는다. 고려 인삼의 약성을 온이라 하고, 미국삼의 약성을 냉이라고 한 경험이 실험을 통해서 입증되었음을 의미한다.219)杉原德行, 앞의 책, 41∼43쪽.

흔히 고려 인삼, 특히 백삼은 혈압을 상승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220)水野修一, 『神の草 日本山人參いま いのちが蘇える』, 東洋醫學舍, 1994, 93쪽 ; 高橋賢, 『神の草「日本山人參」が糖尿病に いた!』, ガイヤ出版, 2002, 122쪽. 그래서 혈압이 높은 사람이 복용하면 오히려 몸에 해롭다는 주장도 있다. 이것은 고려 인삼에 흥분 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혈압이 높은 사람이 먹으면 혈압이 올라갈 것이라고 잘못 생각한 데서 온 오해라고 한다. 의학 용어로 흥분 작용이라고 하는 것은 촉진 작용이라는 의미인데, 고려 인삼에는 피의 흐름과 장기의 움직임을 촉진하는 작용은 있지만, 흥분(excite)시키는 작용은 없다는 것이다. 혈압을 높이는 승압제(昇壓劑)나 혈압을 내리는 강압제(降壓劑) 등의 합성 약품처럼 일방통행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약에 해당하는 고려 인삼은 원기를 되찾게 하여 혈압을 정상화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혈압이 낮은 사람이 먹으면 진세닌, 파낙스산, 파나센 등의 촉진 작용으로 혈압이 올라가고, 고혈압인 사람이 섭취하면 파나퀼론, 사포닌 등의 진정 작용으로 혈압이 떨어지는데, 그 작용도 지나치게 높거나 낮게 유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요컨대 혈압 정상화 작용은 몸 전체에 미치는 작용의 결과이지, 직접 혈압에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221)松繁克道, 『高麗人參による養生法』, 健康調査硏究所, 1998, 23∼24쪽. 이것은 인삼이 치료(治療)보다는 양생(養生)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가지 예로 미국의 경우 1840∼1880년에는 인삼이 공정 약품(公定藥品)으로 수록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비공인 약용 식물(unofficial drug plant)로 취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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