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2권 역사 속 외교 선물과 명품의 세계
  • 제5장 우리 먹을거리의 명품, 김치
  • 1. 김치의 역사
  • 꿩고기와 향신료를 첨가한 김치
김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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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을 내는 재료
붉은색을 내는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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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기에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농서가 보급되면서 채소 재배 기술이 크게 향상되었다. 조선 전기의 문헌에는 김치의 주재료로 순무·무·오이·가지·동아·산갓·죽순·파 등 다양한 채소가 확인된다. 김치의 종류는 단순 절임 형태의 장아찌, 싱건지 형태의 나박지, 물김치인 동치미 등 침채류(沈菜類)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나박지와 동치미 국물은 맨드라미와 연지 등을 이용하여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또 김치에 양념을 부가하여 주재료와 부재료가 구분되지만, 김치의 재료로 배추 와 고추, 젓갈 등은 아직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16∼17세기의 김치는 ‘딤채’ 혹은 ‘침채’라 불렀다. 1518년(중종 13)에 간행된 『벽온방(辟瘟方)』에 “무 딤채국을 집안사람이 다 먹으라.” 하였고, 1527년(중종 22)에 최세진(崔世珍)이 지은 『훈몽자회(訓蒙字會)』에는 ‘저(葅)’가 ‘딤채’에 등재되어 있다. 그 후 허균(許筠, 1569∼1618)이 전국의 진미 식품을 소개하면서 ‘산개저(山芥菹)’를 소개하고 있고, 또 17세기 중엽에는 경상북도에 거주하고 있던 이시명(李時明)의 부인 장씨가 언문(諺文)으로 『음식디미방』을 저술하였다. 이 책에는 무려 일곱 가지의 침채 담그는 방법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어 매우 흥미롭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김치 조리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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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디미방』
『음식디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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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염침채법(無鹽沈菜法): 채소 자체를 소금에 절이지 않고 숙성시키는 방법이다. 산갓을 작은 단지에 넣고 따뜻한 물을 부은 다음 뜨거운 구들 위에 올려놓고 익히는 김치이다.

생치침채법(生雉沈菜法): 간이 든 오이를 껍질을 벗겨 한 치 길이만큼 가늘게 썰어 물에 우려 두고, 여기에 꿩을 삶아 오이와 함께 썬다. 그 다음 따뜻한 물에 소금을 알맞게 넣고 나박김치와 함께 담가 삭혀서 먹는 김치이다.

이처럼 17세기 중엽의 김치는 소금을 넣지 않고 따뜻한 물로 숙성시키거나 꿩고기와 같은 동물성 재료를 첨가하여 만들었다. 1655년(효종 6)에 신림(申琳)이 펴낸 『농가집성(農家集成)』에는 ‘침과저(沈瓜菹)’, ‘침즙저(沈汁菹)’ 등이 확인된다. ‘침즙저’란 가지·장·밀기울을 섞어 말똥(馬糞)에 묻 은 다음 20일이 지난 후에 먹는 것으로, 오늘날의 ‘즙장(汁醬)’과 같다. 즙장에 가지를 첨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장아찌와 유사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17세기 말엽에 이르면 김치 종류는 더욱 다양해진다. 이에 대해서는 『요록(要錄)』이 참고된다. 이 책에는 11종의 김치가 등재되어 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이 시기까지 김치의 부재료로 고추를 첨가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따라서 17세기 말엽의 김치는 무·배추·동아·고사리·청태콩 등을 소금물에 담가서 만든 동치미 형태였음을 알 수 있다. 이 밖에 ‘무염침채’라 하여 무에 맑은 물을 넣고 4일쯤 지난 다음 거품이 일면 즙을 버리고 다시 맑은 물을 넣어서 김치를 만들거나, 오이를 뜨거운 물에 데쳐 건조시킨 후 소금·당·천초·회향·식초 등을 넣어서 만든 김치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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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초
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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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
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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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보건대 17세기 김치에는 아직 고추를 첨가하지 않고 있었으며, 대신 천초와 회향 등 식물성 향신료를 넣거나 꿩고기와 같은 동물성 식품을 사용한 점이 특색이라 하겠다.247)김치의 첨가물로 꿩 이외에 북어·대구·가자미·오징어·닭 등을 사용한 것은 1960년대 이후이며, 1980년대에는 굴·어리굴·전복·명태·돼지고기·갈치·새우·해파리·달걀·조개 등 15종에 달하는 동물성 재료가 첨가되었다(이춘녕·조재선, 「김치 제조 및 연구사」, 『한국 음식 문화 논총』 1, 한국음식문화연구원, 1988, 83∼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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