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로 이용되는 동물에는 100여 종이 있으며, 대부분은 식육류(Carnivora) 및 설치류(Rodentia)에 속한다. 여우, 밍크, 스컹크, 담비, 오소리 등은 모두 성질이 사나운 식육류에 속하며 털이 아름답고, 튼튼한 털가죽을 가지고 있다. 한편, 설치류에 속하는 친칠라, 다람쥐, 명주쥐, 토끼 등은 귀엽고 작은 동물로 초식성이며 온순하다. 털은 아름답고 부드러우나 약하고 가죽의 질도 튼튼하지 못한 편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육식 동물의 모피는 튼튼하고, 초식 동물의 모피는 비교적 약하다고 할 수 있다. 또 바다, 호수, 개울가에 사는 바다표범, 물개, 비버 등은 내구성이 우수한 모피를 생산한다.
모피의 종류는 피혁과 마찬가지로 동물의 종류, 무두질 방법, 용도 등에 따라 분류한다. 제품으로는 코트, 장식하거나 추위를 막기 위하여 어깨에 걸치거나 목에 두르는 스톨(stole), 스카프, 모자, 슬리퍼, 깔개 등이 있다. 이것에 사용하는 동물의 종류나 무두질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모피용 동물에는 야생과 사육이 있으며 품질의 차이가 있다. 오늘날 야생은 점점 감소되는 추세이고, 사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모피를 생산하는 주요 동물로는 밍크(Mink), 여우(Fox), 카라쿨(Karakul), 토끼(Rabbit), 흰담비(Erminc), 스라소니(Lynx) 등이 있다.
밍크는 족제빗과에 속하는, 물가에 사는 반수성(半水性) 동물이다. 야행성으로 물고기 외에 쥐, 새 등을 잡아먹는다. 야생 밍크는 유럽과 북미에 있는데, 모피로 이용되는 것은 주로 미국종(America mink)이다. 밍크는 색의 종류가 다양하고 털이 많고 광택이 있으며 내구성이 뛰어나 의류용 모피로 가장 이상적이다.
여우는 갯과에 속하는 대표적인 모피 동물로 아시아, 유럽, 북미 등 북반구에 서식한다. 색깔에 따라 빨간 여우, 파란 여우, 하얀 여우 등이 있다. 현재 세계 여우 모피의 80% 이상은 북유럽의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에서 사육으로 생산되고 있다.
카라쿨은 양 품종 중의 하나로 육용(肉用)으로도 쓴다. 중앙아시아 고원 지대가 원산지이며, 80∼85%는 흑색, 10∼15%는 회색, 그리고 백색과 갈색이 5%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생후 12개월 미만의 어린 양의 모피를 ‘램(lamb)’이라 하는데, ‘카라쿨 램(Karakul lamb)’이 대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 양일수록 모피에 광택이 있는 작은 털이 조밀하여 독특한 무늬를 나타내며, 아름다운 모피로서 가치가 크다. 산지에 따라 페르시아 램(Persian lamb), 아프리카 램(Swakara lamb), 아프가니스탄 램(Afghan karakul) 등이 있다.
토끼는 토낏과에 속한다. 주된 이용 목적에 따라 친칠라, 렉스(Rex) 등의 품종이 있고, 육식용·모피용·애완용 등도 있으나 최근에는 실험동물용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어 다목적 동물이라 할 수 있다. 초식 동물이라 모피는 약하여 내구성이 없는 편이나 가죽의 질과 털 빛깔이 다양하여 싼 값 으로 모피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가공된 모피는 고급 모피의 대용 또는 안감 모피(lining fur)로 주로 쓰인다.
흰담비는 족제빗과에 속하는 소형 동물로 꼬리가 길다. 북미 지방, 아시아에서는 시베리아에서부터 캄차카 지방, 유럽에서는 알프스 산맥 이북 등 북극 해안 지방에 살고 있으나, 주로 러시아와 스칸디나비아 지방에서 생산된다. 사육한 흰 밍크가 나오기 전까지는 왕실, 귀족의 의식용으로 쓸 수 있는 흰색 고급 모피는 흰담비뿐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귀중한 모피로 취급되었으며, 오늘날에도 영국의 대관식용 의관으로 쓴다.
스라소니는 고양잇과에 속하는 동물 가운데 체구가 큰 편으로 몸길이가 1m나 된다. 유럽의 피레네 산맥과 알프스 산맥에서부터 북부 아시아의 시베리아 태평양 연안에서 히말라야 산맥에 이르는 지역, 캐나다의 삼림 지대에서 서식하며 야행성 동물이다. 털의 빛깔은 등 부분이 상아색(ivory)에서 짙은 빨간색까지 있고 암갈색의 반점이 있다. 17세기 말에 영국에서 캐나다산 스라소니 모피가 큰 인기를 끌자 남획되어 19세기에는 멸종 위기까지 이르렀다. 값비싼 모피 가운데 하나로, 복부에 흰털 부분이 많을수록 고가이다.
모피는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나 시베리아, 북아메리카, 북유럽, 북극 등의 한랭 지방이 주산지이다. 일반적으로 모피는 한랭 지방에서 생산된 것일수록 품질이 좋고 가격도 비싸며, 수생 동물의 모피가 육상 동물보다 내구성이 크다. 모피의 품질을 감정하는 데는 오랜 경험과 숙련이 필요한데, 털이 촘촘하고, 잘 정돈되어 있으며, 빛깔·광택·촉감 등이 좋고, 상처나 탈모가 없으며, 가공·건조·저장이 적절하게 이루어진 것이 우량 품질이다. 우리나라의 모피 공업은 근래 피혁 공업의 발전으로 크게 성장하였다. 가장 주된 것은 토끼 모피 봉제업으로 조각 모피를 외국 시장에서 수입해 봉제하여 의료용으로 만드는 일이고, 다음으로는 양 모피나 밍크 모피 같은 것을 원피(原皮)나 무두질한 상태로 도입하여 장식용이나 의료용으로 제품화하여 수출하는 임가공업(賃加工業)이다.
세계의 모피 산업은 1970∼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큰 호황을 누려 세계의 교역 규모를 기록한 국제 연합(UN) 통계연감에 따르면 1977년 약 500만 달러에서 1980년에는 12억 4,600만 달러를 기록하여 1970년대 말 연평균 30% 이상의 신장세를 보였다. 1980년대 이후 선진국은 임금 인상에 따른 압력과 생모피 가공 때 발생하는 폐수 처리, 공해 등으로 생산을 꺼려 중저가 모피 의류는 한국, 홍콩 등 개발도상국으로 옮겨져 원자재 수입, 생산, 판매가 모두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는 특성을 띠며 발달하여 왔다. 1980년대 이후 생산지와 제조지가 크게 옮겨 가면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던 모피 산업은 1988년을 기점으로 이상 난동 현상, 원료 모피의 과잉 생산에 따른 재고품 급증, 동물 애호가의 반모피 운동 등의 영향을 받아 침체기에 접어들어 사양 산업이 되었다. 그러나 1992∼1993년을 기점으로 그동안 남아 있던 재고품이 거의 소진되고 파리의 유명 디자이너가 새로운 모피 패션을 다양하게 선보여 모피 소비를 자극하는 한편, 이상 난동 현상도 풀려 모피 경기가 호전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