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2권 역사 속 외교 선물과 명품의 세계
  • 제6장 동아시아의 명품, 우리 모피와 말
  • 4. 말의 기원과 변천
  • 말의 종류
윤재운

말의 품종은 원산지에 따라 동양종과 서양종, 용도에 따라 승용마(乘用馬)와 역용마(役用馬)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말과 관련된 중앙아시아말, 몽고말, 남방마에 대해 살펴보고, 이어 우리나라 말의 기원에 대해 검토해 보자.

중앙아시아말은 중국 고문헌에 보이는 서역(西域)과 서쪽으로 아랄해, 카스피해에 접하고 있는 안식(安息)·아리아·메디아·아르메니아 등지에서 사육된 마종(馬種)으로 아랍말, 타팬(tarpan), 서역마(西域馬)라고도 불린다.

서역에서 생산된 말은 중국 전국시대 흉노족에 의해 전해졌는데, 한대(漢代) 이후에 뛰어난 기동력으로 말미암아 우수성을 인정받으면서 서역이 말의 명산지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한혈마(汗血馬)를 들 수 있다. 『사기』 「대완열전(大宛列傳)」에 “대완마는 좋은 말인데, 피를 땀으로 흘린다.”라고 하고, “이 말은 천마(天馬)의 종자”라고 하였다. 이 때문에 대완마는 ‘한혈마’ 또는 ‘천마’라고 불렀다. 이 대완마가 먹는 사료가 거여목(蓿苜)인데, 삼국시대에 우리나라에 전해져 신라는 이의 재배와 관리를 위해 목숙전(苜蓿典)이라는 관청을 두기까지 하였다.

이 밖에 대식(大食)의 천리마(千里馬), 강거국(康居國)의 선마(善馬) 등을 들 수 있다. 서역의 여러 나라 말은 서로 교류되는 가운데 점차 준마로 개량되었으며, 서역이 중앙아시아 전역을 그 범위로 하게 됨에 따라, 이러한 말들을 좁게는 이란말 또는 아랍말, 넓게는 서역마 내지 중앙아시아말이라 일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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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말은 서역마와 더불어 아시아말의 주종을 이루는데, 대체로 바이칼호 남쪽 몽골 고원을 중심으로 하여 북쪽으로 사얀·알타이·대싱안링 산맥(大興安嶺山脈)에 이르는 일대와 동서로 대싱안링 산맥으로부터 준가얼(準噶爾, 현재의 신장웨이우얼)에 이르는 초원 지대에 분포하였다.

몽고말은 대체로 체고가 125∼132㎝이며 체중은 250㎏ 정도인데, 체형은 비교적 작으며 외형이 중후하다. 머리는 긴 편이나 이마 폭이 좁고, 코가 길며, 꼬리털은 볼기에서 비스듬히 늘어져 있다. 성질은 온순하며 체질이 강하여 지구력이 강하고 목양(牧養)에도 잘 견딘다.

몽고말은 흉노를 비롯한 선비(鮮卑), 오환(烏桓) 등의 유목민이 주로 길렀다. 아울러 4세기 말 훈족(Hun族)에 의해 유럽에 전파되었으며, 13세기에 이르러 몽고가 대제국을 건설하면서 일찍이 흉노가 전파하였던 지역을 넘어서 아시아 거의 모든 지역과 동유럽에까지 전해졌다. 특히 동북아시아에 있어서 몽고말의 전래는 마종(馬種) 및 말 관련 산업의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

남방마(南方馬)는 주로 중국 남방에서 나는 소형마를 말한다. 대표적인 종으로는 필리핀의 토산마와 대만마(臺灣馬), 유구마(琉球馬) 등을 들 수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자바·발리·롬복·숨바와·셀레베즈·루손 등에서도 산출되었다. 이들 가운데 필리핀 토산마, 대만마, 유구 군도의 말은 중국 대륙으로부터 건너갔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말은 삼지마(三指馬)로 추정되는 홍적세마(洪績世馬)가 최초로 출현한 마종이다. 그 후 현대 우리나라 말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프르제발스키(Przewalsky)287)몽골로부터 고비 사막 일대에 걸쳐 서식한 야생마로, 1878년 러시아의 탐험가 프르제발스키(Przewalsky)가 중앙아시아 키르키즈 지방에서 야생마의 두골을 발견함으로써 확인된 것이다(남도영, 『한국 마정사(馬政史)』, 한국마사회 마사박물관, 1996, 7쪽) 야생마가 가마화(家馬化)하여 재래마의 기원을 연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우리나라 재래마종은 소형마가 주종을 이루게 되었는데, 그 후 외래종인 서역마와 몽고말 등이 전래됨으로써 개량마가 산출되었다. 그러나 고려·조선시대에 중국 측의 지나친 징마(徵馬) 등으로 양마(良馬)가 고갈되고 퇴화하는 지경에 이르러 오늘날에는 소형마만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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