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2권 역사 속 외교 선물과 명품의 세계
  • 제6장 동아시아의 명품, 우리 모피와 말
  • 5. 우리 문화 속의 말
  • 말이 표현된 고고학적 유물
윤재운

청동제 유물로는 청동 마형 대구(靑銅馬形帶鉤), 청동제마(靑銅製馬), 동제 마형 검파두식(銅製馬形劍把頭飾) 등이 있다. 이러한 마형(馬形)을 비롯한 청동 동물상은 농경 사회에 있어서의 민속적 표현으로 모두 스키타이 문화 요소인 시베리아 지방 계통 문화의 계보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신상으로서 풍요, 다산, 제액 등을 주술 축원하는 종족 수호신, 민족 보호신, 조상신으로 신앙된다. 그리고 동물 숭배의 주술적 의미를 지닌 호부(護符, 재액에서 몸을 지켜 준다는 부적)적인 보호신, 제사 의기로서 토테미즘의 의의를 지닌 동물신으로 신앙하기도 하였다. 또한 한반도에서 출토되는 거여구(車輿具)나 마구(馬具)는 토광묘에서 나타나는 것이 가장 오랜 유물들이다.

신라·가야 지역에서 말이 표현된 고분 유물로는 마각문 토기(馬刻文土器), 마각문 토제품(土製品), 마형 토기(馬形土器), 기마 인물 토기(騎馬人物土器), 토우(土偶) 등이 있다.

마각문 토기는 여러 개 있으나 경주 박물관 소장품과 동아대학교 박물관 소장품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대가 있는 목이 긴 항아리로, 말 그림 은 항아리 어깨 부분에 일 열 또는 이 열로 배치되어 있다. 정지된 말이 아니라 달리는 모습이며 그 말은 얼룩말이 많고 보통 여느 말도 있다. 모두 선각(線刻)으로 표현하였는데 소박하고 고졸하며 토속적이다. 이들 마각문 토기는 토기로 부장하였다기보다는 선각화한 말을 무덤에 묻힌 사람에게 공헌하는 뜻이라 추정된다. 피장자(被葬者), 곧 죽은 사람의 영혼이 탈 수 있는 말을 공헌하는 뜻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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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각문 토기
마각문 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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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형 토기는 토기 자체를 말 모양으로 조성한 것으로 주로 가야 지역에서 많이 출토된다. 기마 인물 토기는 말 위에 사람이 타고 있는 모습으로 가야·신라 지역에서 출토된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금령총 출토의 기마 인물 토기가 있다. 마형 토기와 기마 인물 토기는 상형적인 토우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용기적(容器的)인 토기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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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마 인물 토기
기마 인물 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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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말에 관한 내용이 많이 있다. 말이 그려져 있는 고분 벽화로는 안악 3호분 행렬도, 삼실총 1실 북벽 기사도, 쌍영총 연도 서벽 기마상, 무용총 주실 동벽 기마 인물도, 개마총 현실 서벽 천장 받침 개 마도(鎧馬圖)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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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마도
개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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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개마도는 신라의 마각문 토기와 마형 토기에서 죽은 자를 저 세상으로 태우고 가는 말의 기능을 한층 더 분명하게 나타내 준다. 말 머리에 화관을 쓰고 갑옷을 입고 궁둥이 위에는 각색의 색지를 매단 싸리비 같은 솟은 장식(立飾)을 세운 말이 좌우 두 사람의 마부에 끌려가고 있다. 그 앞에는 조익형관(鳥翼形冠)을 쓴 사람이 앞서 가고, 그 앞에는 화려한 솟은 장식을 높게 단 관을 쓴 귀인(貴人)이 가고 있다. 말에는 등자가 달린 안장이 얹혀 있으나 사람은 타지 않았다. 그런데 말 앞에 ‘총주착개마지상(塚主着鎧馬之像)’이라고 묵서(墨書)가 되어 있어 무덤의 주인공이 말을 타고 있는 그림이라는 뜻이 된다. 즉, 주인공의 혼이 말을 타고 있는 그림이라는 의미이다. 주인공의 혼이 말을 타고 있어 사람을 그리지는 않았으며, 이 특수한 성장마(盛裝馬)는 영혼을 천상으로 모시기 위한 말이다.

무용총 주실 동벽의 기마 인물도, 쌍영총 연도 서벽의 기마상과 연도 동벽의 기마 인물도의 기마 인물은 피장자가 주인공일 것인데, 개마도와 더불어 말은 주인공의 영혼을 태우고 명계(冥界)를 왕래하는 천마(天馬)일 것이다.

이와 같은 천마 사상은 고구려에서는 벽화의 기마 인물도로 표현되었 고, 신라와 가야에서는 마각문 토기, 마형 토기 등의 토기류나 토제품으로 표현되었다. 또한 천마총의 천마도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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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악 3호분의 중무장 기병
안악 3호분의 중무장 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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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우리나라 역사 속의 명품인 모피와 말에 대해 살펴보았다. 모피와 말의 공통점으로는 우선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명품으로서 사랑을 받아 왔고, 받을 것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지금도 값비싼 모피 의복의 착용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선망이 되고 있다. 아울러 마주(馬主), 즉 말을 소유한 사람은 재력이 있는 사람으로 통한다. 둘째는 특히 전근대 시대에 부(富)의 척도, 신분 상징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셋째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특히 전근대에 증여나 교역의 주요 대상물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이다. 고조선부터 조선시대까지 각 시대별로 양이나 종류의 차이가 있을 뿐 변함없이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피와 말의 차이점은 상징성과 용도를 들 수가 있을 것이다. 말만큼 현대와 고대를 통틀어 쓰임이 많은 가축도 없을 것이다. 특히 전근대에 말은 생활의 일부였다. 많은 쓰임새를 가지고 있던 말은 다양한 형태의 상징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우리 신화, 십이간지의 말, 속담이나 전설, 민간 신앙 등 다양한 형태로 현재까지 살아 숨쉬고 있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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