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3권 20세기 여성, 전통과 근대의 교차로에 서다
  • 제3장 무식하면 짐승과 같습니다
  • 1. 학교에 간 여성
  • 현모양처 교육의 등장
김정화

여성도 읽고, 쓰고, 셈하기 정도는 배워야 한다는 것이 인정되고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는 사실은 중요한 변화였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가정에 있다는 생각은 여전하였고 일제는 조선을 식민지화하면서 여성 교육을 동화 교육의 일환으로 이용하고자 하였다. 여성을 우선 감화시킴으로써 남성과 가정을 손쉽게 동화시키고 내선일체(內鮮一體)의 기초 단위로서 식민지 가정을 만들려는 식민 권력의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일제는 현모양처 교육을 미화하여 식민지 자본주의 사회와 반봉건적 가부장권에 절대 복종하고 헌신하는 여성을 사회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 교육 정책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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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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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조선 교육령 제8조에는 여자 고등 보통학교의 교육 목적을 “여자 생도의 신체 발달 및 부덕 함양에 유의하여 덕육을 실시하고, 생활에 유용한 보통의 지식·기능을 가르쳐서 국민다운 성격을 양성하고 국어를 숙달시키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보통의 지식을 가르쳐서 국민다운 성격을 양성하고 국어(일본어)를 숙달’한다고 하여 식민지 조선의 여성에게 제국 일본의 일원이 될 것뿐 아니라 남학교의 교육 목적에서는 볼 수 없는 ‘부덕 함양’을 여학생에게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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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 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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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총독부가 펴낸 도덕 교과서 『수신(修身)』에서 부덕(婦德)을 설명하면서 “여자가 그 부모의 교훈 명령에 따르지 않고 아내가 그 남편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면 질서나 평화는 결코 보존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수신』은 동양적 윤리를 천황 중심의 입장으로 변형해 국가주의적 색채가 강하였고, 국가와 남성에게 ‘복종하는 여성’을 이상적 여성으로 제시하였다. 여성 자신뿐 아니라 일본의 국체(國體) 관념을 고취시키는 교육자로서의 어머니 역할을 강조하였다.190)이임하, 앞의 책, 21∼22쪽.

이러한 내용은 전시 동원 체제 아래서 더욱 노골화되었다. 1938년 개정 교육령은 “고등 여학교는…… 국민 도덕의 함양, 부덕의 양성에 힘쓰며 양처현모의 자질을 얻게 함으로써, 충량지순(忠良至順)한 황국 여성을 기르는 데 힘을 써야 한다.”라고 제시하였다. 전시 체제에 대한 확고한 인식은 물론 자녀에게 황국 신민화를 바탕으로 한 내선일체를 체화시키는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었다.

1931년 조선 총독으로 새로 부임해 온 우가키(宇垣一成)는 1935년 경성 부민관에서 경기도 내 여자 교육 직원, 여자 사범학교 학생과 지식인 여성 등을 대상으로 ‘조선 부인의 각성을 촉구한다’라는 강연을 하였는데, 그 내용에 일제의 현모양처 교육론이 잘 드러나 있다.

윗사람에 대한 봉사, 즉 부모·부군(夫君)에 대한 효양정절(孝養貞節)을 다하는 것

가정을 정돈하여 남자가 집안 걱정 없이 외부 활동에 전념케 하는 것

자녀의 요양 즉 가정 안에서 자녀를 훌륭하게 양육하고 또 교육하는 것

가정화락(家庭和樂)의 중심이 되어 일가를 언제나 춘풍태탕(春風駘蕩)의 화기(和氣)가 충만하게 하는 것191)한국 여성 개발원, 『한국 여성 교육의 변천 과정 연구』, 한국 여성 개발원, 2001, 109쪽

일제 강점기에 학교를 다닌 한 한 여성은 “모교 4년 동안 우리들이 귀가 아프도록 들어온 것은 장상 존중(長上尊重), 자녀 교양, 가정 화락, 생활 개선 등 4대 교육 목표였다.”고192)최옥희(9회), “선생님의 큰 사랑에 늘 감사드리며”, 『경북 여고 70년사』, 경북 여자 고등학교, 1999, 216쪽. 기억할 정도로 일제의 교육 정책은 실제 교육 과정에서도 충실하게 구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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