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3권 20세기 여성, 전통과 근대의 교차로에 서다
  • 제5장 붓그러하면 큰 병이 생깁니다
  • 3. 월경의 관리법
  • 출산 통제 정책과 월경
김미현

월경 중의 여성은 자연스러운 몸의 현상이 마치 병적인 상태에 있는 듯이 인식되고 따라서 교정의 대상이 되었다. 일제 강점기 여성 몸에 대한 의학적 이해 방식은 월경이 잘못될 경우 부인병을 초래하거나 출산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월경에 원인을 두기 일쑤였다.

일제 강점기에 유통되던 것과 같은 월경에 대한 설명은 광복 후 1950년대 여성 잡지에서도 비슷한 내용과 논조를 유지하였다. ‘처녀기’를 설명 하는 방식 등 월경에 대한 병리학적 이해도 계속 이어졌다. “질문에 편지도 월경에 대하여 제일 많이 있고 또 실제 병원을 찾아오시는 분들도 월경에 고민이 가장 많습니다.”라는 지적을 보면, 내용은 일제 강점기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실제 여성도 자신의 몸에 대한,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원한 것으로 보인다.398)동명 산부인과 의원 이종희, 「월경에 관한 고민 해결 10장」, 『여성계』 4권 12호, 195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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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계획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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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이후 여성 잡지에서 눈에 띄는 점은 성병 관련 지식을 전달하는 글이 증가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배우자의 성병 감염 여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1950년대가 되면 임신과 출산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면서, 한편으로 ‘산아 제한’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소개되기 시작하였다.399)이화형, 앞의 책, 국학 자료원, 2004, 10∼19쪽. 광복 이후 1950년대가 되면서 잡지나 신문에서, 출산과 피임에 대한 내용이 월경에 대한 내용을 압도하기 시작하였다. 일제 강점기에도 출산과 임신에 대한 내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변화는 사회적 관심의 초점이 바뀌어 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여성들은 현실적인 고민을 바탕으로 출산 조절을 둘러싼 여러 논의를 진전시켰다. 그러나 급진적 근대화 프로그램의 하나였던 ‘가족계획 사업’을 국가가 추진하면서 출산 조절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의 형성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 1961년 11월 ‘가족계획 정책’이 도입되어, 1965년부터 가족계획 사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제 개발 계획에서 높은 출산력은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간주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높은 출산력을 보유한 가임기 여성의 몸은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통제되어야 한다고 보았다.400)배은경, 「한국 사회 출산 조절의 역사적 과정과 젠더─1970년대까지의 경험을 중심으로─」, 서울 대학교 박사 학위 논문, 2004, 124쪽.

1960∼1970년대 가족계획 정책 때 국가는 경제 성장을 위해 출산과 양 육보다는 피임과 단산을 적극 권유하고 계몽하였다. 출산과 양육이라는 모성 역할은 공적인 의미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401)황정미, 「발전 국가와 모성」, 『모성의 담론과 현실』, 2001, 나남 출판, 184쪽.

1960∼1970년대 출산 통제 정책 속에서 월경은 임신 가능 여부를 보여 주는 하나의 징표로 등장하였다. 일제 강점기에는 월경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어떻게 이해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그 자체를 설명하는 논의가 많았다면, 출산 통제 정책 시기에는 임신과 피임에 중점을 두면서 이전 시기처럼 월경 자체를 주목하는 관점은 줄어들었다.

월경은 가임 여부를 알려 주는 징표로서 설명하게 되었고, 다른 설명이 가능한 공간은 제한되었다. 여성의 몸을 임신을 위해 준비하는 단계와 임신 자체의 단계로 나누어 이해하는 방식이 상식으로 굳어졌다. 이것은 난자의 성숙이나 수정란으로 이르는 과정은 ‘생산’으로, 수정이 실패하였을 때는 ‘상실’의 과정으로 비유하며, 월경으로 ‘배출’된다는 식으로 보게 한다. 월경 주기는 오로지 ‘착상’이라는 목적을 위한 것이 된다.402)에밀리 마틴, 「여성의 몸에 관한 의학적 비유」, 『여성의 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한울, 2001, 43∼44쪽.

가족계획 사업은 임신과 출산을 중심으로 여성 몸에 대한 논의를 끌고 갔다. 여성 생식기는 ‘재생산의 기능’으로서만 주목되었다. 자궁의 내부 구조와 자궁의 발육 상태, 이상 여부 등은 임신, 유산, 불임의 원인으로서 전문적인 의학 용어를 통해 해부학적인 도해와 함께 구체적으로 설명되었다.403)「여성 성기의 위치 이상─삽화로 보는 가족계획─」, 『가정의 벗』 15호, 1969년 10월호 ; 「자궁의 발육 상태」 , 『가정의 벗』 14호, 1969년 9월호. / 이하 『가정의 벗』 잡지는 한국 여성사 지식 정보 시스템(http://www.womenshistory.re.kr:7070/)에서 원문 인용함. 여성 생식기는 “우리 몸 중에서 애기를 낳는데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기관으로 성기라고도 말한다.”로 정의되었다.404)「여성 생식기의 구조─그림으로 보는 가족계획─」, 『가정의 벗』 12호, 1969년 7월호.

월경도 “약 16세부터 시작하여 50세까지 다달이 있는 여자들의 생리로서 임신 중이나 산후에는 없는 것…… 자궁 속에 얇은 막이 자라서 임신이 되지 않으면 떨어져 나오므로 출혈이 생기는 현상”으로 설명되었다.405)「마을 병원」, 『가정의 벗』 4호, 1968년 11월호. 설명 방식에서 임신과 출산을 중심에 놓았고 월경은 그와 관련된 현상으로 위치지어졌다. 월경을 주목하는 것은 ‘재생산의 건강성’을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자궁의 건강을 보여 주는 현상으로 월경의 여러 증상이 의학적으로 설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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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자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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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병리학적 인식에 근거하여 여성성을 설명하는 논조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성적 자극이 많은 도시 아이들은 자극이 적은 시골 아이들에 비하여 빠르고, 부유한 생활을 하는 사회의 아이들은 육체노동을 하는 사회의 아이들에 비해 빠르다. 특히 성적 자극이 심한 환락가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초경이 빠른 것이 보통”이라는 환경론, “흥분하기 쉽고 이성이 둔하고 자제하는 관념이 적어져서 이상한 행동을 할 때도 있다.”는 증세 설명, “정상적인 초경 때문에 괴로워하는 여학생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은 어머니와 언니들의 따뜻한 지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 등은 반복되고 있었다.406)「알아두어야 할 월경 상식─눈으로 보는 가족계획─」, 『가정의 벗』 9호, 1969년 4월호. 다른 점은 먹는 피임약이 월경 불순의 통치약처럼 설명되는 점이다. “먹는 피임약은 여성 홀몬이 합성된 것으로서 배란을 억제하여 수태가 되지 않는 것이다. …… 월경이 불순한 사람은 이러한 약을 복용함으로서 교정될 수도 있다.”407)곽현모, 「새댁과 먹는 피임약─가족계획 어머니 교실─」, 『가정의 벗』 12호, 1969년 7월호.는 식이다. 또한 자궁, 난자의 반대축으로 정자에 대한 해부학적 기능 설명이 자세하게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었다.408)「남자의 애기씨(정자)─눈으로 보는 가족계획─」, 『가정의 벗』 10호, 196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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