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4권 나라를 지켜낸 우리 무기와 무예
  • 제5장 국권 수호에 나선 무기와 무예
  • 2. 병서의 재발견
  • 전통 무기 운용 방식의 계승
  • 화기류
강신엽

화약의 폭발력을 이용하여 각종 화살과 탄환을 발사하는 것을 화기(火器)라고 하는데, 화약 무기(火藥武器)의 준말이다. 화기는 고려 말에 개발되어 조선시대에 이르러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성능이 개량되고 생산이 증가되었다.

천자총통(天字銃筒)은 자체 무게가 1,290근372)근(斤)의 무게는 시대마다 차이가 있었다. 세종∼숙종 때의 1근은 현재의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422g, 숙종∼고종 때에는 480g, 고종 때에는 560g으로 알려져 있다. 이고, 50근이나 되는 대장 군전(大將軍箭)373)총통에 넣어 발사하는 큰 화살을 대전(大箭)이라고 하는데, 크기에 따라서 대장군전(大將軍箭), 장군전(將軍箭), 차대전(次大箭), 피령전(皮翎箭) 등이라고 명명하였다.을 발사하면 1,200보374)1보(步)는 주척(周尺) 6척(尺)으로 현재의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1.2m이다. 주척 1척은 약 20㎝ 내외이다.를 날려 보낼 수 있으며, 수철연의환(水鐵鉛衣丸)375)쇠로 만든 탄환 표면에 납을 씌운 것으로 단순한 철환보다 살상력이 뛰어나다.을 쏘면 10여 리376)10리(里)는 주척 2,100척이므로 약 4.2㎞이다. 따라서 1리는 420m가 된다.를 날려 보낼 수 있다. 무게가 724근인 지자총통(地字銃筒)은 33근인 장군전(將軍箭)을 800보 날려 보낼 수 있다. 무게가 155근인 현자총통(玄字銃筒)은 7근인 차대전(次大箭)을 2,000여 보 날려 보낼 수 있으며, 철환(鐵丸) 100개를 동시에 발사한다. 무게가 130근인 황자총통(黃字銃筒)은 3.8근인 피령전(皮翎箭)을 1,100보 날려 보낼 수 있고, 탄환을 사용할 때에는 토격(土隔)377)총통 내의 화약과 피사체(큰 화살 또는 철환)를 분리하고 밀폐시킴으로 폭발력을 극대화하고자 하기 위해서 약실을 막는 나무를 격목(檄木)이라고 한다. 그런데 총통의 피사체가 작은 철환일 경우에는 이 철환을 흙과 섞어서 장전하는데, 이때 격목통에 격목 대신에 사용하는 찰흙을 토격(土隔)이라고 하는 것이다.으로 하며 철환 40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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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전 발사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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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가 1,100근인 별대완구(別大碗口)는 진천뢰(震天雷)를 350보, 단석(團石)을 400보 날릴 수 있다. 무게가 528근인 대완구(大碗口)는 숙동(熟銅, 순동)으로 주조하며 진천뢰를 400보, 단석을 500보 날려 보낼 수 있다. 무게가 290근인 중완구(中碗口)는 진천뢰를 350보, 단석을 500보 날려 보낼 수 있다.

대장군전은 천자총통을 활용하여 발사하면 900보를 날려 보낼 수 있다. 장군전은 지자총통에 실어서 사용하는데, 발사 거리가 2,000여 보이다. 차대전은 현자총통에 탑재하여 쏘는데, 발사 거리가 2,000여 보이다. 피령전은 황자총통에 실어서 쏘는데, 발사 거리가 1,100보이다.

동거(童車)는 수레바퀴만 있고 끌채가 없어 멍에로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에 ‘아이 수레(童車)’라고 하는 것이다. 이 수레에 천자총통을 싣는다. 총통을 사용할 때에는 수레 벽 안에 총통의 몸체를 안정시키고 수레 턱 위에 총통의 머리를 들어 베개 나무를 설치하여 고정시킨다. 또한 삼줄로 단단히 수레 벽의 좌우상하를 둥글게 묶어 구르거나 움직이지 않도록 해서 표적을 향하여 발사한다. 지자총통·현자총통·황자총통 등을 싣는 동거는 각각 총통 몸체의 크기에 맞추어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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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격진천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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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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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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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진천뢰(飛震天雷)는 예전의 화뢰포(火雷砲)·지뢰포(地雷砲)·충천포(衝天砲) 등 신령스런 방법을 본받아 만든다. 대체로 적을 속이는 화기로 대완구에 장전하여 사용한다. 발사할 때 연기가 날고 불이 치열하며 소리가 우레와 같아서 숲의 나무가 모두 진동하기 때문에 ‘비진천뢰’라고 이름 하였다. 빨리 폭파시키려면 10회의 구비(木谷)378)목곡은 심지를 설치하기 위해서 나선형의 홈을 판 나무토막을 말한다.를, 천천히 폭파시키려면 15회의 구비를 만드는데 폭파 속도는 목곡에 달려 있다. 이것을 중완구에 장전하여 발사하면 300보를 날아간다.

단석은 총의 연환(鉛丸)과 같아서 대완구·소완구에 장전하여 발사하는 것이다. 몸체가 둥글어 탄환과 같고 비진천뢰의 모양대로 물과 모래로 갈아 정밀하게 사용한다. 별대완구에 장전하는 단석은 무게가 120근이고 발사 거리는 400보이다. 대완구에 장전하는 단석은 무게가 45근이고 발사 거리가 500보이다. 중완구의 단석은 무게가 35근이고 발사 거리가 500보이다.

연환은 총통에 따라 크기와 무게가 다르다. 천자총통으로 발사하는 탄환은 지름이 3치 6푼379)1척(尺)은 10치(寸)이고, 1치는 10푼(分)이다.이고 무게가 13근이다. 지자총통으로 발사하는 탄환은 지름이 2치 9푼이고 무게가 8근이다. 이것은 모두 수철로 주조하고 납으로 씌우므로 ‘수철연의환(水鐵鉛衣丸)’이라고 한다. 법식대로 장전하여 발사하면 능히 10여 리를 보낼 수 있다. 현자총통으로 발사하는 탄환은 지름이 1치 7푼이고 무게가 1근 13냥380)1근(斤)은 16량(兩)이고, 1량은 10돈(錢)이다. 1근은 160돈이다.이다. 황자총통으로 발사하는 탄환은 지 름이 1치 3푼, 무게가 13냥이다. 이것은 모두 연철로 주조하여 만들기 때문에 연환이라고 한다. 법식대로 장전하여 발사하면 10여 리를 날려 보낼 수 있다.

조총은 몰래 죽일 수 있는 화기로, 예상 밖으로 혹독할 수 있는 무기는 조총만한 것이 없다. 10발을 쏘면 반드시 8∼9발을 적중할 수 있다. 숲에서 날아가는 새를 쏘아 맞히어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조총(鳥銃)’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기마전이든 보병전이든 두루 사용할 수 있다.

비몽포(飛蒙砲)는 현재의 화생방 무기에 해당하는 무기로, 여러 독초(毒草)를 갈고 화약에 뭉쳐 이것에 장전하여 발사한다. 큰 총을 한 번 발사하면 작은 총은 저절로 발사되므로 사람과 말이 순식간에 죽는다.

찬혈비사신무통(鑽穴飛砂神霧筒)은 여러 가지 독초를 빻아서 통 속에 넣어 발사한다. 이것을 발사하면 10여 리나 떨어진 성에 있는 적이라도 이 냄새를 맡고서는 혼미해져서 살아남지 못한다. 이때 기선을 잡아 공격하는 것이 승리하는 방법이다.

현대의 크레모아(claymore)를 연상시키는 매화(埋火)의 화공법은 사용하기만 하면 이기지 못할 것이 없고 형세상 당해내지 못할 것이 없지만 진실로 경솔하게 사용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함부로 시행해서도 안 된다.

목통(木筒)은 화약통인데, 나무로 만든 통에 화약을 장전하는 방법이다.

목화수거(木火獸車)는 모원의(茅元儀)의 『무비지(武備志)』의 화룡권지비거(火龍捲地飛車)를 모방하여 만들었는데, 『무비지』에 수록되어 있는 목화수도(木火獸圖)와는 제작법과 사용 방식이 다르다. 범의 몸체를 세우고 양 날개를 부착하여 이것을 수레에 얹어 이동하면서 공격하는 화공을 위한 무기이다.

화거(火車)381)『화포식언해(火砲式諺解)』에서 ‘수레(車)’를 ‘거’로 표현하였으므로 이 글에서는 이 책의 관례에 따라 ‘火車’를 ‘화거’로 표현하고자 한다. 이하 같음.는 조총수에 대한 방호력 증진에 주안점을 두었다. 지붕 덮개는 총통기, 즉 발사기가 비에 젖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설치물인데, 쇠가죽에 기름을 발랐다. 발사기 좌우에는 방패막을 설치하여 조총수를 보호 해 주기 때문에 원거리 사격이든 근접 사격이든 조총의 이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이 화거를 활용하면 한 인의 총수가 50대의 조총을 운용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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