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5권 하늘, 시간, 땅에 대한 전통적 사색
  • 제1장 천문의 관측과 기상의 측후
  • 1. ‘관상’, 천문 현상의 관측
  • ‘관상’이란 무엇인가
구만옥

1982년 1월에 정부는 관제를 개편하여 기상 관측을 담당하던 ‘중앙 관상대’의 명칭을 ‘중앙 기상대’로 바꾸었다. 이름을 바꾼 이유는 ‘관상대’라는 명칭이 지니고 있는 미신적인 냄새 때문이었다. ‘관상(觀象)’이란 용어가 점술가들이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관상(觀相)’과 음이 같아서 기상 관측을 담당하는, 가장 과학적이어야 할 관청의 이름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여긴 것이다.1)『동아일보』 2004년 12월 27일자, 「1990년 기상청 독립」, “1982년 1월에는 ‘중앙 기상대’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기상을 관측한다’는 ‘관상(觀象)’이 ‘얼굴 보고 운명을 판단한다’는 ‘관상(觀相)’과 혼동된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하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논의의 배후에는 전통적인 ‘관상(觀象)’의 의미에 대한 오해가 깔려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립 중앙 관상대’가 발족한 것은 1949년 8월이었다. ‘관상대’란 명칭은 조선 왕조에서 천문·기상학을 담당하던 국가 기관인 ‘관상감(觀象監)’에서 유래하였다. 관상감은 고려 후기 서운관(書雲觀)의 전통을 계승한 기관이었고, 서운관은 고려 왕조 수립 이래로 태사국(太史局)·태복감(太卜監)·사천대(司天臺) 등 천문 역법을 관장하던 관서(官署)와 연결되는 것을 살펴보면 얼마나 역사적 유래가 장구한지 알 수 있다.

본디 ‘관상’이란 말은 ‘천상(天象)을 관찰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천상’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문자 그대로 ‘하늘의 형상’으로서 하늘에서 일어나는 모든 천문·기상 현상을 의미한다. 오늘날에는 하늘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도 대기권을 기준으로 그 안에서 일어나는 기상 현상과 그 바깥에서 벌어지는 천문 현상을 구분하여 각각 기상학과 천문학의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다. 현재 ‘한국 천문 연구원’과 ‘기상청’이 별도로 운영되는 이유도 이런 학문의 분화와 관련된다. 그러나 전통 사회에서는 이를 구분해서 파악하지 않았고, 모두 ‘천상’으로 간주하여 서운관(관상감)에서 관장하였다.

‘천상’은 다른 말로 ‘천문(天文)’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전자가 ‘하늘의 형상’이라면, 후자는 ‘하늘에 드리워진 무늬’로서 양자는 모두 하늘에서 벌어지는 일체의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월오행성(日月五行星)의 운행이나 일식·월식, 혜성의 출현 등이 ‘천상’인 것과 마찬가지로 번개와 천둥, 바람·비·눈·우박·서리·이슬, 무지개 등도 역시 ‘천상’이었다. 고려 왕조와 조선 왕조에서는 서운관으로 하여금 천문(天文)·지리(地理)·역수(曆數)·점주(占籌)·측후(測候)·각루(刻漏) 등의 일을 관장하게 하였는데,2)『서운관지(書雲觀志)』 권1, 관직(官職). 이때의 ‘천문’은 오늘날의 천문학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드리워진 무늬’로서의 천문이었음에 유의해야 한다. 사실 ‘서운(書雲)’이라는 명칭은 『좌전(左傳)』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이분(춘분·추분)과 이지(하지·동지)에 반드시 운물(雲物)을 기록하게 하였다.”3)『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권5, 희공 상(僖公上).는 데서 따온 이름이었다. ‘서운’이라는 말이 ‘운물을 기록한다’라고 할 때, 여기서 운물은 구름으로 대표되는 일체의 기(氣)의 작용을 뜻하는 것으로, 오늘날의 천문·기상 현상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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