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15권 하늘, 시간, 땅에 대한 전통적 사색
  • 제5장 풍수지리와 정치
  • 2. 통일신라 말기와 고려 초의 풍수지리
  • 전통 사회에서 풍수와 정치
임종태

풍수지리와 그 토대가 되는 음양오행의 이론은 중국은 물론 그에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 동아시아 나라에 널리 확산되어, 우주적 환경 속에서 인간의 삶을 파악하는 기본적 관점을 제공하였다. 풍수지리의 지식과 실천은 고대에 중국에서 전래된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에 깊이 스며들어 일상생활은 물론 나라의 정치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지금부터 삼국시대부터 조선 초기까지 풍수지리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서술의 초점은 주로 풍수지리의 정치적 역할에 맞출 것이다. 통일신라 말기에 풍수지리가 신라를 대신할 새로운 정치 질서를 모색하는 여러 정치적 시도와 긴밀하게 결합되어 등장한 과정, 고려시대에 빈번히 이루어진 서경이나 남경으로의 천도(遷都) 논의, 조선이 개국한 뒤 한양(漢陽)으로 수도를 정하는 과정에서 풍수지리가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를 다루게 될 것이다. 이에 비해 백성들의 일상생활 속의 풍수지리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았다.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남아 있는 자료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통일신라 말기부터 정치와 풍수지리 의 연관을 알려 주는 자료가 적지 않게 남아 있는 데 비해, 일반인들의 삶 속에서 이루어진 일상적 풍수의 모습을 알려 주는 사료와 유물은 그리 많지 않으며, 이러한 방면으로의 연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자료의 빈곤이 곧 고려시대의 일반인들이 풍수에 관심이 없었음을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통일신라 말기부터 조선 초에 이르는 동안 풍수와 정치의 밀접한 연관은, 달리 말하자면 풍수가 당시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적 열망을 표현하고 정당화하는 수단이었음을 뜻한다. 그리고 풍수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욕구를 표출한 사람에는 왕, 귀족 같은 지배층뿐 아니라 중앙 정치에 불만을 품고 심지어 반란까지 도모한 세력들, 그리고 그에 부응하였던 일반 민중들도 포함되었다. 따라서 지금부터 다룰 풍수와 정치의 착종 현상은 당시 사회의 저류에 흐르고 있던 풍수적 세계상과 실천이 중앙 정치의 영역에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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