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식

부도(浮屠)는 포도(浦圖), 불도(佛圖) 등 여러 가지로 표기된다. 원래는 불타와 같이 붓다(Buddha)를 번역한 것이라 하기도 하고, 솔도파(窣堵婆), 즉 탑파의 전음(轉音)으로서 부도라고도 하여⁹⁾정영호, 「부도」, 『고고 미술』 158·159, 한국 미술사 학회, 1983, 37쪽 주 1 재인용. 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도라 함은 일반 승려의 묘탑(墓塔)을 가리키는 극히 한정된 조형물에 사용되고 있어 미술사에서는 승려의 묘탑을 가리켜 부도라 칭하고 있다.

이와 같은 승려의 묘탑으로서의 부도는 844년(문성왕 6)에 건립된 염거화상탑(廉居和尙塔)을 시작으로 우리의 전 역사를 거치면서 꾸준히 건립되어 왔다. 신라시대에 건립된 부도 가운데 현존하는 것은 대부분 팔각 원당형(八角圓堂型) 석조 부도이다. 외형적으로 볼 때 팔각이 원형에 가깝기 때문에 팔각의 건축물을 팔각 원당형의 건물이라 하고, 한편으로 불교적인 내용에서 볼 때는 아미타와 관음의 전당이 대개 팔각 원당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팔각 원당형의 부도라 함은 조형으로 보아 형태가 팔각의 평면이기 때문에 붙여진 용어인 동시에 불교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하나의 전당이란 뜻에서 부르는 명칭이라 할 수 있다.¹⁰⁾정영호, 『신라 석조 부도 연구』, 단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74, 20쪽. 이와 더불어 외형이 종과 같은 모습을 갖춘 석종형 부도(石鐘形浮屠)가 통일신라 말기에 건립되었다. 이후 기단부와 탑신에 변형이 가해진 특수형(特殊形) 부도가 전 시대를 아우르며 건립되고 있다.

불교가 전래된 뒤로 통일신라시대 말기에 이르는 동안 승려들의 유해는 주로 화장(火葬)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사리의 수습과 더불어 이를 봉안하기 위해 부도가 건립된 것은 9세기 말에 도입된 선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불립문자 교외별전 직지인심 견성성불(不立文字敎外別傳直指人心見性成佛)”을 강조하고 화엄종(華嚴宗), 법상종(法相宗)으로 대표되던 중대 신라의 불교계를 타파하며 등장한 선종은 기존의 사회 질서를 부인하며 9산 선문(九山禪門)의 개창과 함께 확고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들은 복잡한 교리, 예불 의식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선사(禪師)의 가르침과 좌선만을 중시한 까닭에 선사의 입적은 마치 부처의 입적에 버금가는 중대사였다. 이에 따라 조사(祖師)는 그 문도들에게는 이제 부처님 격으로 절대시되었던 것이고, 그 힘으로 문파의 융성을 꾀하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¹¹⁾문명대, 『한국 조각사』, 열화당, 1980, 245쪽. 따라서 문자에 의하지 않고 그들의 교리를 전달해야만 하는 문파에서는 조사의 묘탑을 온갖 정성을 다해 조성함으로써 평민은 물론 중앙 귀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지 기반을 확립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조형물을 통한 선종의 포교는 신라 하대의 정치적·사회적인 혼란 가운데서 그들이 표방하는 바대로 문자나 복잡한 교리에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쉽게 예배할 수 있는 조형물을 통하여 조사의 대덕과 가르침을 전달하고자 하였던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춘 사찰의 입구 또는 한적한 곳에 여러 개에서 수십 기에 달하는 부도가 군(群)을 이루고 있는데, 이를 부도군 또는 부도밭이라고 한다. 이 역시 사찰에 주석하였던 승려들의 공동묘지로서 언제나 선사의 가르침이 영원하다는 믿음의 산물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