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정권 초기의 방송 정책은 방송의 국영화였다. 1948년 6월 미군정은 방송국을 조선 방송 협회에 다시 넘겨서 일제 강점기 방송 구조를 유지하였지만 이승만 정권은 방송국을 공보처로 흡수하여 국영화하였다. 이미 미군정기 중간파적 신문의 성격을 가졌던 『서울신문』을 정부 기관지로 삼았던 이승만 정권의 언론 정책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렇게 방송이 공보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게 되고 방송국 직원이 공무원 발령을 받게 되었으며, 서울 중앙 방송국은 물론 아홉 개 지방 방송국 도 공보처가 관리하는 관영 방송 시스템이 구축되었다.48) 강대인, 「한국방송 70년의 정치·경제적 특성」, 한국방송학회 편, 『한국방송 70년의 평가와 전망』, 커뮤니케이션 북스, 1997, p.23. 민간 방송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승만 정권 초기에는 국영 방송 독점 체제가 구축되었고 방송 광고는 존립할 기반이 없었다.
텔레비전 첫 방영
그러나 6·25 전쟁이 끝나고 1954년부터 국영 방송 독점 체제가 끝나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종교 방송의 형태를 띤 기독교 방송이 민간 방송으로 1954년에 개국하였고,49) 기독교방송은 재원을 주로 미국 기독교 단체의 지원에 의존하였다. 미국의 지원금 등이 격감하자 광고 방송을 모색한 것은 1962년이었다(노정팔, 『한국방송과 50년』, 나남출판, 1995, p.406). 이어서 1956년에는 최초의 텔레비전 민간 방송인 HLKZ-TV가 첫 전파를 송출하였고, 1959년에는 최초의 민간 상업 방송인 부산 문화 방송이 문을 열었다.
HLKZ-TV가 개국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제3 세계 방송 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당시 RCA 한국 대리점을 운영하던 황태영(黃泰永)은 RCA로부터 텔레비전 기자재를 들여와 HLKZ-TV를 개국하였다. 그 무렵 미국의 흑백텔레비전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RCA가 제3 세계에 텔레비전 수상기 판매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50) 강대인 외, 『광복 50년 한국방송의 평가와 전망』, 한국방송개발원, 1995, pp.48∼49. 라디오 기자재를 구입하려고 미국에 간 황태영에게 텔레비전 방송 기자재를 제공한 것이었다. 그 후 적자에 허 덕이던 HLKZ-TV을 『한국일보』 장기영이 인수하였고 화재로 방송을 중단하게 되지만, 한국 방송의 기본 모델 정립, 국영 텔레비전 방송의 필요성 부각 등에 영향을 미쳤다.
이승만 정권은 국영 방송의 재원을 1949년 제정된 ‘방송 사업 특별 회계법’에 따라 국세(國稅)가 아니라 라디오 수신기 소유자가 내는 청취료에 의존하였다. 그러나 청취료 징수가 어려웠고 수금원의 인건비가 급증하였다. 이에 정부는 라디오 청취료 징수를 철회하고 방송국 재원을 국가의 일반 회계에 편성하였다. 문제는 있지만 이승만 정권 때 방송사 재정이 국가 예산의 도움으로 안정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1954년 이후 민간 라디오 방송과 텔레비전 방송이 등장하였지만 당시 광고 시장의 발달 정도가 극히 열악하여 상업 방송의 가능성은 보이지 않았다. 1956년 개국한 상업 방송 HLKZ-TV는 기본적으로 광고 수입에 의존해야 하였다. 그러나 당시 텔레비전 수상기 보급 수준이 열악하였기 때문에 광고주 제공 방송 프로그램이 20%에 불과하여 개국 초기부터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였고, 결국 적자에 허덕이다가 장기영에게 인수되었다. 장기영은 대한 방송 주식회사(DBC)로 개편하고 『한국일보』 광고주를 동원하여 광고 수입이 늘어나도록 조치하였지만 전반적인 방송 제작비의 상승으로 적자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였다.
상업 라디오 방송국인 부산 문화 방송도 시설 투자비와 제작비 부담으로 경영이 악화되었고, 광고 시장이 부산 지역으로 제한되어 있어 광고 판매도 어려웠다.51) 강대인 외, 앞의 책, p.55. 다시 말해 광고 시장의 미성숙은 방송 시설 투자 비용과 제작 비용의 부담 등을 고려하면 민영 방송의 발전을 어렵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