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0권 광고, 시대를 읽다
  • 제1장 한국 언론의 역사와 광고
  • 6. 1970년대의 언론과 광고
  • 유신 체제하의 제도 언론과 광고
이용성

박정희 정권은 유신 체제의 성립을 전후하여 정치적 통제와 언론 조작을 더욱 강화해 나갔다. 유신 체제는 체제 도전은 물론이고 안보에 관한 중대 사항 등 국민 생활에 영향을 주는 기사에 대해서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신 헌법에 이은 긴급 조치 발동 등 강력한 법적 통제 체제를 구축한 이후 유신 체제는 기자들에 대한 사법적·행정적 제재도 더욱 강화하여 자유로운 취재 보도 활동을 극도로 위축시켰다.

또한 유신 체제는 1960년대에도 있었던 기관원의 언론사 상주와 같은 취재 제한뿐 아니라 ‘프레스 카드제’의 도입을 통해 기자 자격 심사 제도를 마련하고 협조 의뢰 형식으로 각 언론사에 보도 지침을 내리는 등 언론 통제를 강화하였다. 1960년대에 썼던 경제적 통제 방식을 지속시켜 신문 기업에 여러 가지 지원책을 마련해 주고 노동조합의 설립을 제한하기도 하였다. 언론 기관의 통합이나 증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신문 협회를 통한 구독료 인상 카르텔을 묵인하는 등의 간접적인 지원도 계속하였다.

언론인 개인에 대한 경제적 통제와 회유를 강화하기 위해 기자 임금 인 상, 언론인 금고 설립, 언론인 단체 지원 등을 실시하였다. 그뿐 아니라 언론인을 유신정우회(維新政友會, 약칭 유정회) 국회의원이나 정부 대변인으로 발탁하여 정계나 관계로 끌어들임으로써 정언유착(政言癒着)을 강화하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투사적이고 선비적인 언론인의 기질은 약화되어 서서히 순치되어 갔다.

유신 체제하에서 신문은 체제 정당화를 위해 동원되기도 하였지만 이를 활용해서 기업적 기반을 안정적으로 마련하였다. 1960년대에 박정희 정권의 경제적 지원으로 기업적 성장의 계기를 잡은 신문 기업들은 1970년대 들어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하였다. 이는 신문 기업이 유신 체제하의 억압적 현실을 도외시하고 침묵을 지키는 대가로 이윤 추구의 기회를 맞이하였다고 볼 수 있다.

1970년대에 신문 산업이 급성장한 까닭은 경제 성장으로 발행 부수가 증가하고 광고 시장이 확대되었기 때문이었다. 신문 총발행 부수는 1970년 200만 부에서 1980년 540만 부로 무려 74.2%나 증가하였다. 신문 광고비도 1972년 190억에서 1979년에는 2,185억 원으로 늘어나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63) 주동황 외, 앞의 책, pp.152∼153.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당시 텔레비전과 광고 수주 경쟁을 벌이는 구도 속에서도 이러한 성장을 이룩하였다는 점이다.

유신 체제에서 신문 기업들은 1960년대와 마찬가지로 경영을 다각화하였는데, 진출 분야는 훨씬 다양하였다. 신문 기업은 출판, 인쇄, 방송, 광고, 건물 임대, 호텔업 등 다양한 부대사업을 추진하였고, 주요 신문은 다각적 경영의 효과로 흑자 기조를 마련하였다. 이미 1960년대에 박정희 정권의 지원으로 신문 산업에 카르텔 체제가 구축되었고, 1970년대 경제 성장의 결과로 신문 판매 시장과 신문 광고 시장이 급격히 확대된 데다가 경영 다각화까지 추진되면서 흑자를 내는 신문사가 많아졌다. 결국 신문 기업들이 유신 체제의 억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언론 통제 속에서도 경제적 성장을 누렸고 그 과정에서 ‘제도 언론’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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