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0권 광고, 시대를 읽다
  • 제2장 광고로 본 근대 풍경
  • 3. 근대 소비 문화와 광고
  • 시대를 전하는 광고
성주현

광고는 상품 판매를 촉진한다는 목적을 지닌 것이지만 시대가 흐른 뒤에는 당시의 생활상을 알려 주는 박물관 같은 기능을 지니기도 한다. 신문 기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시대 상황을 볼 수 있지만, 광고를 통해서 당시의 의식 세계를 들여다볼 수도 있다. “광고도 기사이오니 주의해 보시기 바람”이라는 말이 『조선일보』 1927년 1월 8일자 광고면에 실려 있다. 광고를 생활 정보의 하나로 인식하였던 것이다. 일제 강점기 광고의 종류는 약품, 조미료, 비누, 모기장, 구두 등 생활필수품이 대부분이었지만 당시 생활수준으로 보아서는 소비자가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물건도 여러 가지가 있다. 자전거, 자동차, 유성기(축음기), 시계 등의 광고가 그런 것이었다. 그 밖에도 잡지, 영화, 학교, 만년필 등의 광고도 적지 않았다.

1920년대 후반부터는 자동차 광고도 실렸다. 1928년 2월에는 신형 포드(Ford) 자동차 판매를 시작하는 전면 광고가 등장하였고, 1935년까지 해마다 신형 포드 승용차 광고가 실렸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사도 1930년부터 시보레(Chevrolet) 승용차 폰티악(Pontiac)과 트럭 등 세련 된 디자인의 전면 광고를 실었다. 1934년에는 조선글 타자기가 발매되었음을 알리는 광고도 있었다. 서울 종로 예수교서회 빌딩 송일 상회 조선문 타자기부에서 판매한 타자기는 값이 서양 기계에 비하여 비싸지 않으며, 기계가 무겁지 않다는 등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주류는 삿포로 맥주, 기린 맥주, 아카다마(赤玉) 포토와인, 산토리 위스키 등의 광고가 자주 등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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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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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10월 12일자 『조선일보』에는 비만제(肥滿劑) 광고가 실려 있다. 곧 “신체 수척한데 여러 가지 요양도 무효하여 곤란한 분은 엽서로 신청하면 위장을 건전히 하며 해 없이 신체 비만히 되는 양약”이라는 카피였는데, 오늘날의 다이어트제 광고와 정반대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과장 광고도 많았다. 위장 영양제 와가모도는 “만성 위장병의 조직 요법, 항균체 증가에 의한 결핵 병원의 폐색”, 또는 “영양계의 왕좌, 쇠약과 위장병, 유아치 발육, 임산부 입덧, 상습성 변비에 최고 치료제”라는 사실을 로마, 파리, 스페인, 비엔나 등 각국의 권위자를 등장시켜 대대적으로 선전하였고(1934년 7월 14일자), 각종 증상을 나열하면서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증상에 효과가 있음을 선전한 전면 광고를 싣기도 하였다(1936년 3월 27일자). 과장 광고는 주로 약품 광고에 많았는데, “보양 보음 젊어지는 약 가이자”(1934년 6월 28일자)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1930년대에는 광고가 하나의 전문 직종으로 인식되면서 광고에 관한 이론적인 글도 적지 않게 나왔다. 광고의 효용론을 언급한 글은 한말의 신문 논설에도 가끔 나타났었다. 한말에 나온 광고론은 단지 광고란 무엇인가, 그리고 광고가 왜 필요한가 따위를 설명한 극히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그러나 1920년에 민간 신문이 창간된 이후에 나오는 광고론은 광고의 중요 성을 두 가지 측면에서 강조한 내용으로 발전하였다. 하나는 광고가 상공업 발달을 촉진시키는 필수적인 수단이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문과 잡지의 경영에 광고가 절대적인 수입원이 된다는 측면이었다. 그리고 광고의 구체적인 방법론이 나오기도 하였다.136) 정진석, 『한국광고 100년』, 광고정보센터(www.ad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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