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0권 광고, 시대를 읽다
  • 제2장 광고로 본 근대 풍경
  • 3. 근대 소비 문화와 광고
  • 근대 광고에 나타난 소비 문화
성주현

1886년 1월 25일 『한성주보』가 창간된 이후 세창 양행이 첫 광고를 게재함으로써 근대 광고의 효시를 이루었으나 1896년 4월 7일 『독립신문』 창간에 이어 『매일신문』, 『황성신문』, 『제국신문』 등 민간 신문에도 다양한 광고가 실리면서 광고가 정착되었다. 초기 광고의 주류를 이룬 것은 외국 상품이었으며, 신문에 가장 많이 등장한 상품은 표백제, 염색약, 담배였다. 이에 비해 한국인의 광고는 대부분 분실 광고, 구인 광고, 감사 광고, 부고 광고, 의견 광고 등이었다. 이는 당시 서구처럼 광고에 대한 인식이 아직 생활 속에서 자리 잡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제약 광고, 학교와 강습소의 학생 모집 광고, 인쇄소와 책 광고 등이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한 광고는 의약품, 의류, 책이었다. 그리고 이 시기 광고의 주요 암시적 카피는 상품의 성능이나 효과, 저렴한 가격, 선진국의 상품 원료나 기술, 선택의 다양성, 상품의 안전성 등을 내세운 것이었다. 예를 든다면, “만약 소가 병이 낫지 않거든 약갑을 도로 찾아가시오”, “가격은 지극 감가로 출수할 터이오니”, “인조 사향과 인조 사향수는 불란서에서 제조한 것이니 참 상지상품(上之上品)이라”, “외국 상등 물건은 파는데 각색 담배와 다른 물건이 많이 있더라”, “이 두 가지 소다는 결단코 양재물과 같이 의복과 손이 상하는 폐가 없고” 등이 있다. 이러한 암시적 카피는 소비자가 구매 의사를 결정하는 데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와 같은 초기 광고의 구매 의사 결정 요인은 1900년대에 이르러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상품의 성능과 효능, 저렴한 가격, 선진 기술과 재료, 수입품, 안전성 등이 구매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렇지만 이 밖에도 최신품, 기업의 전통과 신뢰, 제작 기술의 우월성 등을 강조하는 카피가 나타난다. 실례를 든다면 “미국제 최신형 회중시계”, “본점에서 수년 전부터 상중하 각종 양복을 제조”, “본국에서 십 년을 연구하여 사향소창단이란 약을 발명하였는데”, “포목의 각색 염색하기를 화학 방법을 연구하여 선명하게 신발명하였사오니” 등의 표현이 있다.

그러나 1910년대 들어 일제의 식민지화와 더불어 자주적 근대화가 좌절되자 광고의 표현은 좀 더 세련되고 다양해졌으나 일본식 광고 제도가 정착되었다. 더욱이 일제의 강점으로 모든 민간 신문이 폐간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한매일신보』는 조선 총독부의 기관지인 『매일신보』로 전환됨으로 써 광고의 종속화도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에 따라 광고에 의한 소비 대중의 구매 결정 요인으로 편리성 또는 용이성, 등록 상표와 메이커, 품질 인증 특허, 특별 제공, 수상 등 새로운 카피가 등장하였다. 이런 카피의 예로는 대일본 맥주 주식회사의 “청량(淸凉)하고 상쾌무비(爽快無比)한 리봉 인(印) 시도롱을 용(用)하시오”, 영국산 우유 광고인 “소아(小兒)의 생명(生命)이요 영국제(英國製) 사람표 유유 모친(母親)의 도움이라”, 제생당 약방의 “전 내무부 위생국 검사관 특허, 통감부 특허국 등록인가 청심보명단”, 조선 피혁 주식회사의 “척식 박람회 명예 금패 수령”, 화평당 대약방의 “팔보단을 애용하시는 제군자에게 경품권을 시정(試呈)하여” 등을 들 수 있다.

1920년대는 3·1 운동 이후 무단 정치에서 문화 정치로 식민 지배 정책이 바뀌었고, 또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창간되었으며 이후 『중외일보』, 『조선중앙일보』, 『시대일보』 등의 신문이 속속 창간됨에 따라 광고 시장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뿐만 아니라 1920년 중반에는 식민지 조선 내 광고보다 일본에서 들어온 광고가 더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1920년대 광고에 나타난 새로운 카피 용어는 정가(定價), 전문가 사용 인증, 타제품과 비교, 전문성, 국산품 애용 등을 강조하는 표현이 적지 않게 보이고 있다. 특히 국산품 애용을 권장하는 광고는 1923년부터 전개되었던 물산 장려 운동과 무관하지 않았다. 영농당 약방의 “정가금 1개월분 7원”, 정자당 약방의 “호총(戶塚) 의학 박사 방제 도쓰가빈”, 테일러 상회의 “타 자동차보다는 가솔린과 기계유가 적게 소비되고”, 성서 양조소의 “우리 물건 우리가 쓰기로 조선 약주” 등의 광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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