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관

일반적으로 광고 산업은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함께 성장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한 국가의 성장과 따로 떼어내서 생각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은 국민 소득과 광고비 간에는 매우 높은 관계가 있다는 미국, 일본 등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광고 산업의 발달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같은 시기의 경제 성장률(GNP 혹은 1인당 GNP)과 어떠한 관계를 보이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과 광고비에 대한 자료가 모두 축적되어 있는 시기인 1970년을 기준으로 삼을 때, 국민 총생산은 1984년까지 15년 동안 약 24.4배 증가한 반면, 광고비는 국민 총생산 증가의 2배가 넘는 53.9배가 증가하였다. 표 ‘국민 총생산과 광고비의 변화’에 나타난 바와 같이 이러한 광고비 증가율은 같은 기간 동안의 미국 4.5배, 일본 3.8배와 비교하면 가히 ‘세계 최고’ 혹은 ‘사상 유례가 없는 급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¹⁴²⁾ 황창규, 「한국 광고산업의 구조적 특성―발전 배경 연구를 위한 서설」, 『마케팅연구』 2-1, 한국마케팅연구회, 1987, pp.133∼163.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의 광고 수요 증가는 1960∼1970년대의 수출 지향적인 경제 성장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즉 1970년대 이후 본격적인 경제 성장과 기업의 제품 생산 대량화로 자사 제품을 다른 기업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다각적인 광 고 활동이 필요함을 인식하게 되고, 그 결과 광고비를 폭발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¹⁴³⁾ 원우현, 「미디어 광고를 통해서 본 한국 70년대의 특징」, 『커뮤니케이션과학』 2-1, 고려대 신문방송연구소, 1980, pp.3∼15.

표 ‘국민 총생산과 광고비의 변화’를 보면 1970년부터 1973년까지는 국민 총생산과 광고비의 증가율이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1차 유류 파동(oile shock)이 발생한 1973년과 세계 경제 공황이 발생한 1974년 이후부터는 광고비 증가율이 국민 총생산 증가율을 압도하기 시작하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주로 수출에 의존하고 있던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불황 국면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출이 어려워지자 각 기업이 내수 시장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즉 국내 시장에서의 유통 과정에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데, 이러한 노력 중에서 가장 주요한 수단 중에 하나가 바로 ‘광고’였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각 기업이 수출 불황으로 내수 시장 확대 정책에 힘을 쏟자 일찌기 유례를 찾기 힘든 급격한 광고비 증가를 기록하게 되었다는 사 실을 알 수 있다.

이 시기 각 기업의 광고비 증가는 광고 산업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표 ‘GNP 대비 광고비 비율’을 보면 1970년부터 1973년까지는 GNP 대비 광고비의 비율이 0.44∼0.47%에 불과하였지만, 1974년에 0.59%로 크게 증가한 이후로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광고 산업의 비중이 꾸준히 늘어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급속한 증가는 각 기업의 내수 시장 확보 경쟁에서 비롯된 결과임을 이미 앞에서 밝혔다. 또한 1982년에 GNP 대비 광고비의 비중이 다시 크게 증가하는데, 이는 1980년 언론 통폐합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즉 언론 통폐합으로 방송과 신문을 비롯한 매체의 수가 감소한 것 뒤로 매체사가 이를 역이용하여 광고료를 대폭 인상시키는 담합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1984년에 광고 산업은 마침내 GNP에서 1%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