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2권 여행과 관광으로 본 근대
  • 여행과 관광으로 본 근대를 내면서
  • 내용 소개
조성운

이 책에 수록된 글은 모두 다섯 편이다. 간략하게 각 장의 내용을 소개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도록 하겠다.

제1장 ‘근대 여행의 시작과 여행자’에서는 근대 우리나라의 관광과 여행의 기원과 여행자들에 관해 소개하였다. 우선 관광의 어원에 대해 고찰한 후, 우리나라의 근대 관광을 개항 이후 일제 강점기의 여행자들의 여행기를 통해 재구성하고 있다. 이 글은 각 신문이나 잡지에 소개된 여행기를 분석하여 당시 여행자들이 여행을 통해 느낀 감상을 통해 해당 시기 조선인의 근대 문물에 대한 인식을 탐구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론은 주로 문학계에서 행하던 근대 여행기에 대한 분석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문학계의 연구가 특정 작품이나 소수의 여행기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면 여 기서는 좀 더 많은 작품의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근대 여행의 양상을 밝혔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더 나아가 이 글에서는 여행을 통해 ‘근대’ 속에서 근대 관광이 갖는 의미로서 ‘근대성’과 ‘식민지성’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향후 근대 관광의 연구 과정에서 주요한 테마로 삼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제2장 ‘상상의 틀, 여행의 수단’에서는 철도와 근대 여행의 관계를 서술하였다. 근대 관광이 가진 특징 중의 하나가 관광의 대중화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대량 수송이 가능한 교통수단, 즉 철도의 발달이 전제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광지 역시 철도의 연선(沿線)을 따라 개발되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근대 관광이 발달하는 과정에서도 철도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글은 이러한 측면을 반영하여 우리나라 철도 연선의 관광지를 살펴보았다. 이 글에서는 먼저 서론격으로 조선인이 처음에 철도 여행을 어떠한 이미지로 받아들였는가를 분석하였고, 이후 식민지 조선 철도의 부설에 관한 논의와 여행 안내서의 출간에 대해 서술하였다. 그리고 경부선, 경의선, 호남선, 전라선, 경남 서부선, 경원선, 함경선, 금강산 전기 철도의 연선을 중심으로 한 관광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리고 관광지를 역사 도시를 중심으로 한 문화 유적지, 자연 경관이 뛰어난 명승지, 근대 산업 또는 문화 시설, 일본과 관련된 유적지 등 네 가지로 유형화한 후 조선 총독부의 관광 정책을 철도 정책과 탐승 관광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이와 같은 접근은 우리나라 근대 관광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시도되었다는 측면에서 연구사적 의의를 가진다.

제3장 ‘관광 명소의 탄생과 숙박 시설’에서는 우리나라 근대 관광 명소의 탄생 과정과 숙박 시설에 대하여 알기 쉽게 서술하였다. 이 글에서는 1888년 인천에서 일본인 호리리키 타로(掘力太郞)가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호텔이라는 대불(大佛) 호텔을 시작으로 서울 최초의 근대식 호텔인 손탁 호텔, 1914년 조선 총독부 철도국이 세운 조선 호텔, 부산 호텔, 신의주 호텔, 온정리 호텔, 장안사 호텔 등의 철도 호텔, 그리고 천진루(天眞樓), 경성 호텔, 파성관(巴城館), 우라오(浦尾) 여관, 야마모토(山本) 여관, 시라누히(不知火) 여관 등 경성 지역의 호텔, 여관에 대해 서술하면서 경성에 호텔이 설치되는 이유를 설명하였다. 아울러 동래 온천, 해운대 온천, 유성 온천, 온양 온천, 신천 온천, 용강 온천, 온정리 온천, 주을 온천 등 전국의 유명 온천에 들어선 온천 여관에 대해서도 기술하였다. 그런데 이처럼 호텔, 여관을 세웠다는 것은 곧 이 호텔, 여관에 투숙할 손님, 즉 관광객이 존재하였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호텔이 설치된 시기는 호텔이 있는 지역에 무엇인가 관광할 수 있는 ‘꺼리’들이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호텔, 여관이 설치되었던 지역의 관광 명소에 대해서도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이 관광 명소는 전통적인 것도 있지만 일제에가 개발한 것도 있다. 특히 온천은 일제가 개발한 대표적인 관광 명소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전국의 유명 온천에는 호텔이나 여관 같은 숙박 시설이 들어섰던 것이다.

제4장 ‘근대 해외여행의 탄생과 여행지’에서는 우리나라 근대 해외여행의 탄생과 해외여행지에 대해 서술하였다. 이 글에서 필자는 영국에서 시작된 근대 관광이 일본을 통해 식민지 조선에 이식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 정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하였다. 그 근거로 필자는 부관 연락선의 개통, 식민지 조선 철도의 건설, 압록강 철교의 건설을 통한 만주 철도와의 연결이라는 근대 교통 체계의 확립이 일제의 대륙 침략 정책의 일환이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이를 이용한 일제의 해외여행이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의 전적지를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는 점, 또한 조선 귀족인 조중응(趙重應)이 국내 관광이 일본 시찰과 마찬가지로 일제의 근대 문물을 보고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는 취지의 발언 등을 들었다. 특히 그는 이 글에서 그동안 주목되지 않던 부관 연락선을 근대 관광의 주요한 모티브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다른 한편 식민지 조선 내의 관광 단체로서 일본 여행 협회(ジャパン·ツ-リスト·ビュ-ロ-) 조선 지부와 일본 철도성 산하의 국제 관광국에 대해 설명하였다. 이들 단체는 일제의 근대 관광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기관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기관들이 일제 강점기 조선의 근대 관광의 기본 정책을 마련하고 집행하였을 가능성이 있음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기존 연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또한 이 시기 조선인의 해외여행을 일본 시찰단을 중심으로 한 일본 여행과 개인 단위로 이루어진 서양 여행을 사례로서 다루었다. 다만 일본 시찰단은 이미 필자를 중심으로 한 몇몇의 연구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수준에 그쳤으며, 서양 여행은 여행기를 중심으로 한 것이므로 내용의 깊이가 아쉽다고 할 수 있다.

제5장은 ‘여행자의 시선과 심상 지리’에서는 문학 작품 속에서 근대 여행을 어떻게 바라보았는가 하는 점에 대하여 서술하였다. 이 글은 문학계에서 이루어졌던 기존 연구가 주로 하나의 작품을 분석하는 것에 머문 데에 비해 다양한 작품 속에서 근대 여행의 이미지를 도출하였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필자는 구한말 계몽기에 최남선(崔南善)이 ‘쾌소년세계주유시보(快少年世界周遊時報)’에서 근대 지식인이 여행을 권유한 목적을 확인하고, 일제의 조선 강점 이후 여행이 조선인을 지배 체제에 순응시키고자 한 일제의 의도와 근대 문물을 수용하고자 했던 조선인의 욕망이 맞닿는 지점에서 근대 관광의 모습을 찾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임과 동시에 근대 체험의 장소이기도 했던 철도 여행의 체험을 문학 작품 속에서 찾아내 그 속에서 식민지인의 내면을 성찰하고 식민지 현실을 고뇌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묘사하였다. 또 더 나아가 1930년대 여행이 민족정기를 확립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였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곧 국토에 대한 인문 지리학적인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말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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