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2권 여행과 관광으로 본 근대
  • 제2장 상상의 틀, 여행의 수단
  • 2. 철도의 확충과 주요 역의 명승지
  • 경원선과 함경선의 주요 명승지
성주현

경원선과112)1896년부터 경원 철도 부설권을 놓고 프랑스·독일·일본 등 여러 나라가 각축전을 벌였으나, ‘철도와 광산 경영은 일체 외국인에게 불허한다.’는 원칙하에 1899년 국내 철도 회사에게 맡겼다. 당시의 노선은 서울을 기점으로 의정부를 거쳐 양주군 비우점까지 약 40㎞ 구간이었다. 그러나 자금 사정의 악화로 중단되자 일본은 “경원 철도 부설을 위해 기채(起債)할 경우 일본과 먼저 협의한다.”는 조항을 이용하여 부설권을 인수하였다. 1904년 6월 서울-원산 간 철도 부설 노선 답사를 실시한 뒤 같은 해 8월에 경원선을 군용 철도로 부설하기로 결정하였다. 1910년과 1911년에 용산과 원산에서 각각 기공식을 가졌으며, 1911년 용산-의정부(31.2㎞) 구간을 처음으로 개통하였다. 1914년 세포-고산(26.1㎞) 구간 개통을 마지막으로 전 노선이 완공되었다. 그 뒤 1928년 함경선(원산-상삼봉)이 연결되면서 3∼7일 걸리던 서울-회령 간은 약 26시간으로, 서울-청진 간은 약 22시간으로 단축되었다. 함경선은113)함경선은 1914년 10월 원산에서 문천 사이, 청진에서 수성, 회령 사이 부설 공사에 착수하여 1928년 9월 반송에서 군선 간 구간이 완공됨에 따라 원산-회령 간 629.4㎞의 전 구간이 개통되었다. 그 뒤 1929년 4월에 도문 철도 주식회사(圖們鐵道株式會社)의 협궤선(狹軌線) 회령-동관 간과 상삼봉 교량 59.6㎞를 매수하여 도문 서부선으로 개칭하고 1932년 11월 도문 서부선의 일부인 회령-상삼봉 간에 광궤(廣軌) 개축 공사를 준공하였다. 이로써 함경선은 웅기에서 동관을 잇는 도문선과 연결되어 만주·러시아 방면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함경 본선과 함께 지선도 건설되어 1928년 8월에 회령과 계림 사이의 회령 탄전선, 1929년 9월에 신북청과 북청 사이의 북청선, 증산에서 차호 사이의 차호선, 나흥에서 이원 철산 사이의 철산선, 용담에서 천내리 사이의 천내리선이 각각 준공되었다. 원래 지하자원을 수송하기 위해 부설된 철도로 관광 명승지는 많은 편이 아니었다. 경원선과 함경선의 역을 통해 관광할 수 있는 명승지는 다음과 같다.

경원선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곳은 철원, 삼방(三防), 원산이었다. 철원은 궁예(弓裔)가 세운 태봉의 도성(都城)으로 사면이 산악중첩(山岳重疊)으로 마치 일본의 갑비신농(甲斐信濃)과 유사하다고 하였으며,114)小西榮三郞, 『朝鮮·滿洲·支那案內』, 聖山閣, 1930, 95쪽. 영년(永年)의 기승(奇勝)을 탐승하기에 최고라고 평가하고 있다.115)萩森茂, 『朝鮮の都市』, 大陸情報社, 1931, 85쪽.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당시 세계의 명산으로 인식되었던 금강산을 관광하는 관문(關門)이었다는 점이다. 삼방은 50여m의 높이와 150여 개의 절벽을 타고 떨어지는 삼방 폭포와 삼방 약수로 유명하였다.116)萩森茂, 『朝鮮の都市』, 大陸情報社, 1931, 85쪽 ; 「조선 각지 폭포관」, 『별건곤(別乾坤)』 31, 1930. 8, 138쪽 ; 『동아일보』 1926년 12월 20일자. 그뿐 아니라 삼방은 겨울철 스포츠인 스키로도 널리 알려졌다.117)『동아일보』 1932년 12월 14일자. 경원선의 종착지인 원산에는 원산만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장덕산(長德山), 흰 모래사장과 푸른 소나무로 하계 피서지 중 조선에서 제일 유명한 송도원(松濤園) 해수욕장이 있다.118)「함경선」, 『조선 철도 협회 회지』 제7권 제10호, 1928, 191∼193쪽. 그리고 석왕사(釋王寺)도 관광지로 유명하였다. 특히 경원선은 철도국 원산 공무 사무소에서 여행 구락부(旅行俱樂部)를 조직하였고 각 역에서 지부를 설치토록 하였다. 그리고 회원들에게는 철도 운임의 5할을 할인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기도 하였다.119)「원산 철도에서 여행 구락부 조직」, 『조선중외일보(朝鮮中外日報)』 1934년 3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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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읍
철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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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선의 기점인 원산을 지나 문평역에는 역 앞의 덕망산(望德 山) 고성지(古城趾), 문천역에는 이균성지(伊均城址), 이성계(李成桂)의 증조부인 익조(翼祖)의 무덤인 숙릉(淑陵), 계곡의 풍광과 운치가 뛰어난 운림 폭포(雲林瀑布), 영흥역에는 이성계가 태어난 영흥 본궁(永興本宮), 고려 때 축성한 장성(長城), 함남 최대의 도시인 함흥역에는 만세교(晩歲橋), 송림으로 우거진 반룡산(盤龍山), 이성계가 유년 시절을 보낸 경흥전(慶興殿), 관북 불교의 본산 귀주사(歸州寺), 이성계의 아버지인 환조(桓祖)의 무덤인 정화릉(定和陵) 등이 있다. 이어서 본궁역에는 이성계의 옛집인 함흥 본궁(咸興本宮), 서호진역에는 서호진 해수욕장, 퇴조역에는 윤관(尹瓘)이 여진족을 정벌하기 위해 축조한 퇴조성지(退潮城址),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서호진과 삼호 사이의 수도(隧道), 전진역에는 해안 조망의 절승지 송도(松島), 해안 암벽에 있는 해월정(海月亭), 험준고산의 함관령(咸關嶺), 신포역에는 말의 귀와 닮았다는 마양도(馬養島), 신포(新浦) 공원, 일본의 후지 산(富士山)을 닮았다는 신포 후지(新浦富士), 신포와 탄령을 이어 주는 수도(隨道)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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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 해수욕장
원산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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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청군의 속후역에는 발해의 고도지(古都趾)와 여진족의 생활 터전이 남아 있는 마광산, 북청 남대천 철교, 신북청역에는 고려시대에 축성한 북청성지(北靑城趾), 기암역에는 해면으로 돌출해 나온 기암괴석을 차창으로 조망할 수 있는 곡구(谷口), 기암(奇巖) 부근의 해빈(海濱)과 수도(隧道), 단천역에는 단천(端川) 공원, 성진역에는 성진(城津) 공원, 난도신(卵島蜃)의 기루(氣樓), 마천령(摩天嶺) 등이 있다. 이어서 농성역에는 사냥을 겸할 수 있는 송흥(松興) 온천, 업억역에는 기암괴석과 행화(杏花) 및 진달래로 풍광이 좋은 세천(細川) 온천, 길주역에는 윤관이 축조한 길주읍성(吉州邑城), 길주의 금강이라고 불리는 남대계(南大溪), 고참역에는 칠보산(七寶山), 용평역에는 장연호(長淵湖)·무계호(武溪湖)·팔경대(八景臺)·수중대(水中臺) 등이 있다. 그뿐 아니라 주을역에는 조선의 벳푸(別府)라 불리는 주을(朱乙) 온천, 경성역에는 경성읍성(鏡城邑城), 송수울울(松樹鬱鬱)한 승암산(勝岩山), 윤관이 여진족과 전투에서 대승한 원사대(元師臺),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독진항(獨津港), 나남역에는 땅속에서 분출되는 증기를 이용한 증탕(蒸湯), 수서역에는 임진왜란 때 전적지인 회안역, 고무산역에는 고무산성지(古茂山城趾), 회령역에는 현충사비(顯忠祠碑)·오국성지(五國城趾) 등이 있다.120)「함경선」, 『조선 철도 협회 회지』 제7권 제10호, 1928, 191∼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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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을 온천
주을 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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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선과 함경선의 연선 주요 관광지를 정리하면 표 ‘경원선과 함경선 연선의 주요 관광지’와 같다.

<표> 경원선과 함경선 연선의 주요 관광지
철도 노선 역명 명승지 역명 명승지
경원선 철원역 태봉 도성 삼방역 삼방 폭포, 삼방 약수
석왕사역 석왕사 원산역 장덕산, 송도원 해수욕장
함경선 문평역 망덕산 고성지 문천역 이균성지, 숙능, 운림 폭포
영흥역 영흥 본궁, (천리)장성 함흥역 만세교, 반룡산, 경흥전, 귀주사, 정화릉
본궁역 함흥 본궁 서호진역 서호진 해수욕장
퇴조역 퇴조성지, 해안선 수도 전진역 송도, 해월정, 함관령
신포역 마량도, 신포 공원, 신포 후지, 신포탄령 수도 속후역 발해 고도지, 마광산, 남대천 철교
신북청역 북청성지 기암역 해빈과 수도
단천역 단천 공원 성진역 성진 공원, 난도진 기루, 마천령
농성역 송흥 온천 업억역 세천 온천
길주역 길주읍성, 남대계 고참역 칠보산
용평역 장연호, 무계호, 팔경대, 수중대 주을역 주을 온천
경성역 경성읍성, 승암산, 원사대, 독진항 나남역 증탕
수서역 회안역 고무산역 고무산성지
회령역 현충사비, 오국성지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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