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3권 다양한 문화로 본 국가와 국왕
  • 제4장 왕실의 권위와 상징물
  • 5. 어가 행렬을 통해서 본 왕실의 권위
  • 어가 행렬과 왕실의 권위 상징
  • 어가 행렬의 선도와 의미
신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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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가 선도 행렬
어가 선도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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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혼례를 위한 어가 행렬의 선두에는 사령(使令)을 앞세우고, 당부관(當部官)이 말을 타고 가는 모습이 보인다. 당부관은 5부(五部)의 담당 관리를 말하는데, 혼인 행사가 거행되는 부(部)의 담당 관리가 차출되었다. 조선시대에는 1394년(태조 3)에 한성을 동부·서부·남부·북부·중부의 5부로 나누고 해당 부 내의 소송(訴訟)·도로(道路)·방화(防火)·택지(宅地) 등의 일을 관장하게 하였는데, 오늘날로 치면 구청과 같은 부서였다. 5부는 모두 호조(戶曹)의 소관이었으며, 5부 체제는 1894년(고종 31) 갑오개혁 때 폐지되었다. 별궁인 어의궁(於義宮)이 동부의 연화방(蓮花坊)에 위치한 것으로 보아, 이때의 당부관은 동부의 책임 관리로 볼 수 있다. 당부관은 오늘날로 보면 구청장급에 해당하는 인사라 할 수 있다.

당부관 다음에는 사령과 서리(書吏) 각 5명씩을 앞세우고 말을 탄 경조 당상, 예조 당상, 호조 당상의 모습이 선을 보인다. 경조(京兆)는 한성부(漢城府)의 별칭이고, 당상관(堂上官)은 정3품 당상 이상의 관리가 해당되므로 한성부 판윤(判尹, 오늘날 서울 시장)이나 좌윤·우윤(左尹·右尹, 서울 부시장)이 구청장 다음에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이어 예조와 호조의 판서, 참판급(參判級) 인물이 뒤따르고 그 다음에 소유(所由, 사헌부의 이속)와 서리 5명씩 을 앞세운 사헌부 당상이 나타난다. 사헌부 당상을 뒤이어 사령과 서리 각 5명씩을 앞세운 병조 당상의 모습이, 그 다음에는 나장(羅將) 5명과 서리 2명을 앞세운 금부도사(禁府都事)가 등장한다. 오늘날로 치면 장관들이 대거 참여하여 대통령 행렬에 앞장섬으로써 권위를 높이는 것과 유사하다.

행사에 직접 관련이 있는 부서의 장(長)들이 먼저 모습을 드러낸 다음에는 전사대(前射隊), 대기수(大旗手), 취기수(吹旗手)가 행렬에 나타난다. 전사대는 총을 멘 모습, 대기수는 깃발을 든 자세이다. 이들은 중앙과 좌우 측면에 함께 그려져 있는데, 중앙은 후면도(後面圖)로, 좌측과 우측은 측면도로 각각 그려져 있다. 기수들 뒤에는 말을 탄 기고수차지(旗鼓手次知)가 보이는데, 기수와 고수를 지휘하는 인물이다. 깃발을 높이든 기수와 북과 징을 치는 고수에 의해 행차의 분위기는 더욱 고양되었을 것이다.

왕실의 행차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경호이다. 반차도의 행렬에도 체계적인 경호 상황이 나타난다. 중앙에 훈련대장(訓練隊長)을 선두에 두고 교련관(敎鍊官) 5명이 말을 타고 있으며, 바로 다음에 낭청 1명도 말을 타고 있다. 이어 말을 탄 중군(中軍)이 앞서 가고 말을 탄 교련관 3명이 뒤를 따른다. 좌우 측면에는 오늘날 헌병에 해당하는 뇌자(牢子)와 대장의 명령·전달·호위를 맡고 순시기(巡視旗) 또는 영기(令旗)를 드는 군사인 순령수(巡令手)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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