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5권 기록과 유물로 본 우리 음악의 역사
  • 제3장 기록의 역사로 본 음악 문헌
  • 1. 음악 문헌의 이해
  • 음악 문헌의 문화사적 배경
김세종

우리나라는 ‘기록의 나라’ 혹은 ‘문헌 대국’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러한 점은 우리나라 문화재 중에 다수가 유네스코(UNESCO)에서 지정한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곧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본(解例本), 해인사대장경판(海印寺大藏經板), 손끝에서 묻어나는 몇 백 년의 기록이 세계인을 감동케 한 『조선 왕조 실록』, 승정원에서 매일매일 작성한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왕실과 국가 행사의 준비와 결과를 상세히 기록한 의궤(儀軌) 등이 그것을 잘 말해 주고 있는데, 한결같이 다양성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감동의 역사 기록이다.

이렇듯 지난 세월의 발자취를 기록으로 남기려는 노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예기(禮記)』에는 “천자(天子)가 거동하면 좌사(左史)가 기록하고, 말하면 우사(右史)가 기록한다.”139)『예기(禮記)』 하권, 제13편, 옥조(玉藻). 하였고,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에는 “임금이 언행을 삼가고 법도를 밝히기 위해서 좌사는 말을 기록하고, 우사는 일을 기록한다.”140)『한서(漢書)』 권30, 예문지(藝文志). 하였다. 따라서 고대 중국인들은 사건을 중심으로 기록한 『춘추(春秋)』와 언행을 중심으로 기록한 『서경(書經)』을 역사를 비추는 등불이요, 오늘을 아는 지혜요, 내일의 스승으로 지극히 소중히 여겼다.

이러한 기록 문화는 불교의 구생신(俱生神)과도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구생신은 사람의 선악을 기록한다는 인도 신화의 남녀 신에서 유래하였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양어깨 위에 동명(同名)과 동생(同生)이 함께 태어난다고 믿으면서 남자 신인 동명은 왼쪽 어깨 위에 앉아 사람의 착한 일을 기록하고, 여자 신인 동생은 오른쪽 어깨 위에 앉아 사람의 악한 일을 기록하여 그 사람이 죽은 뒤에 염라대왕(閻羅大王)에게 아뢴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기록으로 본 역사 중에는 과거에 있었던 사실 그대로를 숨김없 이 기록한 것도 있고, 과거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을 역사가가 재구성하여 기록한 것도 있다. 흔히 말하는 ‘사실로서의 역사’와 ‘기록으로서의 역사’인데, 이 둘은 모두 다 과거 사실을 모형(母型)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르다. 예를 들어 한 치의 어긋남이 용납될 수 없는 국가와 국가 간의 조약이라든가 협약 등이 ‘사실로서의 역사’에 속하고 객관적이라면, ‘기록으로서의 역사’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역사가의 입장에서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주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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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당진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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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일종의 행사 보고서라 할 수 있는 조선시대 의궤에는 그 일의 전말, 경과, 소요된 재용(財用)·인원, 의식 절차, 행사 후의 논상(論賞) 등이 기록되어 있다. 이렇듯 조선시대 왕실이나 국가에 큰 행사가 있을 때 후세에 참고하도록 하기 위하여 전 과정을 상세히 기술한 의궤는 ‘사실로서의 역사’에 속한다. 반면 ‘기록으로서의 역사’ 중에는 『조선 왕조 실록』을 들 수 있는데, 실록은 매일매일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사관(史官)이 기록하였다가 왕이 돌아간 후에 따로 실록청(實錄廳)을 열어 지난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한 기록 역사이다.

이처럼 현존하는 음악 문헌에는 의궤와 같이 궁중의 연향(宴饗) 문화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음악 기록도 있고, 『조선 왕조 실록』과 같이 역사가의 안목으로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한 기록 문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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