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5권 기록과 유물로 본 우리 음악의 역사
  • 제3장 기록의 역사로 본 음악 문헌
  • 2. 조선시대의 3대 악서
  • 정조와 서명응이 이루어 낸 『시악화성』
김세종

『시악화성』은 1780년(정조 4) 왕명에 의해 서명응이 편찬한 필사본 악서이다. 『시악화성』은 시악(詩樂)의 성음과 절주를 분별하고, 묘악(廟樂)의 문제점과 악곡 분류의 잘잘못을 바로잡고 있다. 차례는 태조 이래 악제를 시대별·문헌별로 정리한 ‘악제원류(樂制源流)’를 비롯해 악률과 악조 이론, 악기와 악기 편성법, 노래·음악·춤의 제도와 도량형 등을 소상히 다루고 있다.

확대보기
『시악화성』
『시악화성』
팝업창 닫기

이러한 『시악화성』을 편찬한 데에는 정조의 힘이 컸다. 정조는 조선시대 왕 가운데 세종과 더불어 음악 이론에 밝고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조의 저서인 『홍재전서(弘齋全書)』에 수록된 글을 통해 『시악화성』의 편찬 목적을 잘 알 수 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백 년 동안 오류를 답습한 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오늘날 사용하는 속악을 영릉조(英陵朝, 세종대)에 제정한 아악으로 생각하여 그 속에 실(室)마다 악가(樂歌) 한두 장(章)씩을 보태 넣기까지 하여 결국은 순수한 아악도 순수한 속악도 아닌 것이 되고 말았다. 소중화(小中華)라 일컬어지는 문명한 나라로서 마침내 종묘의 제례악이 잘못되고, 아악과 속악이 뒤섞이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나는 이러한 상 황을 개탄하여, 나랏일을 보는 여가에 두루 율려(律呂)를 연구하고 조화(造化)를 바탕으로 삼아 근원을 따져 보고, 『시경(詩經)』과 예경(禮經)에 비추어 보아 통서(統緖)를 바로잡되, 두루 제가(諸家)의 학설을 참고하여 각 학설에 대한 시비와 득실을 절충하여 이에 대한 논설을 쓰니 이 글이 모여 책을 이루었다. 마침 각신(閣臣) 서명응과 음악에 대하여 말할 기회가 있어서, 대화 중에 그가 전에 음악에 대하여 논한 바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에게 의례(義例)를 정해 주어 악서(樂書) 한 책을 편성하도록 하였다. 그 항목은 악제원류(樂制源流), 악률본원(樂律本元), 악현법상(樂懸法象), 악기도수(樂器度數), 악경합선(樂經合旋), 악경균조(樂經均調), 악가의보(樂歌擬譜), 악주의보(樂奏擬譜), 악무의보(樂舞擬譜), 도량형보(度量衡譜)의 10개이다. 그림도 있고 설명도 있어서 손바닥을 들여다보듯 분명하다. 우선 책장에 보관해 두고 이 책이 쓰이게 될 날을 기다린다.145)정조(正祖), 『홍재전서(弘齋全書)』 179권, 군서표기(羣書標記) 1, 어정(御定) 1, 시악화성(詩樂和聲).

『시악화성』은 10권 3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권1의 ‘악제원류’에서는 태조 이래 영조까지의 악제를 시대별로 정리하였고, 권2의 ‘악률본원’에서는 천체 운행의 이치와 악률의 이치를 비교하면서 설명하였다. 권3의 ‘악현법상’에서는 악현의 당상(堂上)과 당하(堂下)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악기 편성법을 수록하였는데, 왕-궁현(宮縣), 제후(諸侯)-헌현(軒懸), 대부(大夫)-판현(判懸), 사(士)-특현(特懸)의 이치를 따라 구분하였다. 권4의 ‘악기도수’에서는 악기의 유래·제도·제작법·연주법 등을 그림을 곁들여 상세히 설명하고, 재료에 따라 악기 종류를 금(金)·석(石)·현(懸)·죽(竹)·포(匏)·토(土)·위(韋)·목(木) 등으로 분류하였다. 권5의 ‘악경합선’에서는 악가의 연원과 법사(法師)를 제시하였는데, 『주례(周禮)』의 춘관(春官) 제사를 기준으로 추론하였다. 권6의 ‘악경균조’에서는 『시경』의 풍·아·송(風·雅·頌)을 바탕으로 악조의 이론을 설명해 놓았다. 권7의 ‘악가의보’, 권8의 ‘악주의보’, 권9의 ‘악무의보’에서는 각 연주의 노래·음악·춤을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권10의 ‘도량형보’에서는 악기의 악률 조절과 기본 척도를 다루었는데, 중국의 각종 척제(尺制)와 우리 고유의 척제인 우척(憂尺)·포백척(布帛尺)·황종척(黃鍾尺)·예기척(禮器尺) 등을 비교한 도표를 수록하고 오도수법(五度數法)·역대척제(歷代尺制)·오량수법(五量數法) 등을 수록하였다.

확대보기
서명응 초상
서명응 초상
팝업창 닫기

이렇듯 정조는 율려와 악조 이론, 노래와 음악의 조화, 제사 음악의 옳고 그름을 훤히 꿰뚫고 여러 학설의 잘잘못을 가릴 정도로 음악 이론에 밝은 임금이었다. 이처럼 정조와 서명응의 만남이 이루어낸 『시악화성』은 조선 후기 음악사 연구에 소중한 음악 문헌을 남기게 되었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