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5권 기록과 유물로 본 우리 음악의 역사
  • 제4장 음악사의 또 다른 흔적들
  • 2. 우리나라의 주요 음악 유물과 종류
  • 현악기
  • 일본 쇼소인 소장 신라금
송혜진

일본 쇼소인에는 석 대의 신라금이 소장되어 있다.176)正倉院事務所 編輯, 『正倉院の樂器』, 日本經濟新聞社, 1964. 이 가운데 두 대는 거의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어 9세기 초엽의 가야금 형태를 알 수 있는 귀중한 고고학 사료로 꼽힌다. 석 대의 신라금은 모두 장방형의 공명통에 양이두를 부착한 형태이다. 공명통은 오동나무 원통을 잘라 속을 파내어 만들었고, 표면과 배면은 금박(金箔)으로 풀과 꽃무늬를 정교하게 새기거나 그려 넣어 장식하였다. 나무 원통의 속을 파낸 형태의 공명통은 현행 정악 가야금의 공명통처럼 상자식(箱子式)으로 된 보편적인 금이나 쟁 부류 악기와 다른 것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이러한 원통형 공명통의 구조 를 쇼소인 소장 신라금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가야금의 연원과 구조적인 특성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쇼소인 소장 신라금의 양이두를 앞서 살펴본 백제 8현금과 비교해 보면, 전체적인 구조는 같고 규격은 크다. 아울러 제작 기술의 정교성도 쇼소인 소장 신라금이 훨씬 뛰어나다.

확대보기
일본 쇼쇼인 소장 신라금의 재현품
일본 쇼쇼인 소장 신라금의 재현품
팝업창 닫기

12현이며 명주실을 꼬아 만들었는데 현의 굵기는 각각 다르다. 명주실 현은 붉은색으로 염색한 무명 끈을 부들과 학슬(鶴膝)에 매어 양이두에 걸고 현침과 돌괘를 이용해 연결하였다. 현침의 높이와 너비는 아래 음역 부분이 좀 더 높고 넓으며, 높은 음역으로 갈수록 높이는 좀 더 낮아지고, 너비는 좁아드는 형태이다. 이는 가야금 현의 장력(張力)이 현의 굵기에 따라 다른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제작 당시의 기술이 매우 높은 수준이었음을 보여 준다.177)신라금의 현침이 현을 굵기에 따라 다른 것은 조선시대의 『악학궤범(樂學軌範)』 가야금 도해에서도 그대로 입증된다.

또 현을 부들에 연결한 방식도 20세기 이후에 제작된 가야금과 다르다. 현행 정악 가야금은 여분의 실을 감아 부들에 연결해 놓았다가 줄이 끊어지거나 교체할 때 활용할 수 있게 하였지만, 신라금에는 이러한 여분의 줄이 없다.

한편, 쇼소인 소장 신라금의 현주(絃柱)는 현행 정악 가야금의 안족(雁足)과 같은 형태이지만 높이에서 큰 차이가 있고, 줄을 얹을 수 있게 홈을 파 놓은 부분도 모양이 다르다. 현주 높이가 현행 정악 가야금과 서로 다른 것은 가야금의 전승 과정에서 연주 기법상의 변화가 있었음을 암시해 주는 증거로 시사하는 점이 많다. 다만 쇼소인 소장 신라금의 현주는 메이지(明治)시대(1868∼1912)에 보수한 적이 있고, 또 크기와 모양이 고대 동북아시아 현악기류와 아주 흡사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현재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는지는 재고(再考)해 보아야 한다.

또 쇼소인 소장 신라금은 가야금을 연주할 때 몸에 닿는 쪽에 두 개의 구멍이 뚫려 있고 여기에 끈을 매달아 현재의 가야금과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은 가야금의 매단 끈은 조선시대에 존속한 특징적인 부분이다. 이 끈의 용도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 대부분 이 끈은 운반용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지만,178)岸辺成雄 , 『天平のひびき-正倉院の樂器』, 音樂之友社, 1985, 36∼39쪽. 가야금을 목에 걸고 연주할 때 사용하였으며 가야금의 연주법이 변화하였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중요 부분으로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179)김영운, 「가야금의 유래와 구조」, 『국악원 논문집』 9, 국립 국악원, 1997, 3∼30쪽.

확대보기
탄금 토우(彈琴土偶)
탄금 토우(彈琴土偶)
팝업창 닫기

이상에서 살펴본 일본 쇼소인 소장 신라금은 보존 상태가 거의 완벽하여 악기의 구조와 제작 기술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음악 유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높다. 아울러 현행 정악 가야금과 전체적인 구조가 같아 가야금의 오랜 전통을 입증해 주는 동시에, 부분적인 차이를 보여 가야금 형태와 연주법이 변화하였음을 암시해 주는 음악사의 중요한 유물로 평가되고 있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