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5권 기록과 유물로 본 우리 음악의 역사
  • 제4장 음악사의 또 다른 흔적들
  • 3. 삼국시대의 음악 도상 자료
  • 백제 금동 대향로 주악상의 악기
송혜진

백제의 주악 도상은 1993년 12월 12일 발굴된 백제 금동 대향로가 유일하다. 부여 능산리 고분군과 나성(羅城) 사이의 작은 계곡에서 발굴된 이 향로는 용이 향로를 받치고 봉래산 위에서 봉황새가 날고 있는 모양이어서 처음에는 ‘백제 금동 용봉 봉래산 향로(百濟金銅龍鳳蓬萊山香爐)’라는 긴 이름으로 부르다가 ‘백제 금동 대향로’로 이름을 바꾸었다. 전체 길이 61.8㎝, 몸통 지름 19㎝, 무게 11.85㎏나 되는 이 향로는 뚜껑, 몸체, 다리 부분을 각각 따로 구리 합금으로 주조한 다음 하나로 만들어 금으로 도금하였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신선들이 살고 있는 이상향(삼신산)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여 여러 신선, 동물, 산수 등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뚜껑은 정상부에 봉황이 턱밑에 여의주를 끼고 있고, 그 아래로 봉황·인면조신상(人面鳥身像)·인면수신상(人面獸身像) 등 상상의 동물과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있는 호랑이·코끼리·멧돼지·사슴 등 42마리의 짐승, 다섯 명의 악사를 비롯한 17명의 인물이 74곳의 봉우리와 그 사이사이에 돋을새김되어 있다. 이 밖에도 여섯 종류의 식물을 비롯하여 바위, 산길, 시냇물, 폭포 등이 입체적으로 조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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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금동 대향로
백제 금동 대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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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미술사의 명품으로 대단한 찬사를 받고 있는 이 향로 상단에는 다섯 명의 악사가 아주 선명하게 묘사되어 있다. 다섯 악사가 연주하는 악기는 가야고나 거문고처럼 길게 뉘어 놓고 연주하는 현악기, 완함(또는 월금), 배소, 퉁소, 북이다. 이들 악기를 연주하는 다섯 악사는 향로 상단에 빙 둘러앉아 마치 맨 꼭대기의 봉황새와 기러기를 위해 연주하는 것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곧 봉황과 기러기 가 가무를 하는 가운데 다섯 악사가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으로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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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금동 대향로의 다섯 악사상
백제 금동 대향로의 다섯 악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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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섯 악사가 연주하는 악기들이 백제 사회에서 널리 사용되었으리라고 추정한 연구에서는 완함·거문고·퉁소가 연대적으로 앞선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확인되는 점에 근거를 두어 백제 음악이 고구려 음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204)송방송, 「금동 용봉 봉래산 향로의 백제 악기고」, 『한국학보』 21, 일지사, 1995, 106∼138쪽 ; 송방송, 「백제 악기의 음악 사학적 조명」, 『한국 음악사 학보』 14, 한국 음악사 학회, 1995, 11∼34쪽 ; 송방송, 「음악」, 『한국사』 8 삼국의 문화, 국사 편찬 위원회, 1998, 372쪽.

완함은 보통 4현 악기인데, 백제 금동 대향로의 완함은 3현만으로 보여 논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고구려의 삼실총 벽화에 그려진 완함도 줄감개는 네 개이나 3현만 나타나고 있어 백제 금동 대향로의 완함 또한 4현을 기법상 3현만 묘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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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금동 대향로의 완함
백제 금동 대향로의 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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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함 연주자 왼쪽에 있는 악사가 연주하는 악기는 퉁소이다. 이 악기는 연구자에 따라서 피리(觱篥)·장소(長簫), 적(笛) 등으로 파악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묘사되어 있는 악기의 형태가 피리보다 관의 길이가 길기도 하고 피리에 사용되는 겹서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피리로 보기 어렵다. 이 밖에 악기의 명칭에 대해서는 고대 악기에 단소(短簫)나 장소라는 이름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장소라 부를 수 없다는 주장, 퉁소라는 이름이 『고려사』 「악지(樂志)」에 비로소 등장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6세기에 제작된 백제 금동 대향로를 제작할 당시의 악기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는 견해도 있다.205)송방송, 앞의 글, 1995, 1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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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금동 대향로의 퉁소
백제 금동 대향로의 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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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금동 대향로의 배소
백제 금동 대향로의 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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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소 연주자 왼쪽에 있는 악사가 연주하는 악기는 배소이다. 짧은 관에서 긴 관을 차례대로 배열하여 모양이 서양의 팬파이프처럼 생겼다. 비암사(碑巖寺)의 석상에도 나타나는 악기이다. 대나무를 옆으로 나란히 묶은 이 악기는 한 관에서 여러 음을 내는 퉁소와는 달리 한 관에서 한 음만을 내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길이가 다른 여러 개의 관을 옆으로 나란히 묶어 음을 조율한다. 배소는 백제 금동 대향로 외에도 고구려 고분인 안악 3호분, 덕흥리 고분, 오회분 5호묘의 천정 벽 등에서도 확인된다. 백제 금동 대향로의 배소는 사다리꼴 모양으로 오회분 5호묘의 배소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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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금동 대향로의 북
백제 금동 대향로의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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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함 연주자 오른쪽에 있는 악사가 연주하는 북은 연주가의 무릎에 올려놓고 왼손으로 고정한 다음 오른손의 북채로 내려치며 연주하는 타악기이다. 이 북은 완함·거문고·퉁소·배소로 구성된 관현 합주(管絃合奏)의 리듬을 제공하였을 것이다. 북은 고구려·백제·신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타악기의 하나이다. 백제 악기의 하나로 『수서(隋書)』와 『북사(北史)』에도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백제 금동 대향로에 표현된 북은 몸통이 항아리처럼 불룩하고 그곳에 손을 얹은 듯한 연주자의 모습이어서 고구려 고분 벽화에 보이는 북 종류와 형태가 다르다. 백제 금동 대향로의 북이 전래된 과정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확인해 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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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금동 대향로의 현악기
백제 금동 대향로의 현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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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연주자의 오른쪽에 있는 악사가 연주하는 악기는 가야고나 거문고처럼 길게 뉘어 놓고 연주하는 현악기이다. 백제 금동 대향로에 나타나는 배소·금·월금·퉁소·북의 묘사가 실제 사진처럼 정확하다는 점에서 현악기의 모양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이 현악기는 가야고나 거문고와 다를 뿐더러 악기 구조가 가야고나 거문고에 비해 단순해서 고형(古形)의 현악기로 보인다. 일부 학자는 이 악기를 거문고라 부르지만, 향로에 묘사된 것은 분명 거문고나 가야고와 다른 형태이다. 이를 ‘백제금(百濟琴)’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좀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안악 3호분과 무용총에 그려져 있는 현악기와의 연관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백제 금동 대향로에 등장하는 다섯 악사가 과연 백제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들이 각기 연주하는 다섯 악기 모양이나 악기 편성이 백제의 음악 문화를 보여 주는 결정적인 증거물인지, 아울러 이들 악기의 전래 과정에 대해서도 앞으로도 더욱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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