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5권 기록과 유물로 본 우리 음악의 역사
  • 제4장 음악사의 또 다른 흔적들
  • 6. 조선시대의 음악 도상 자료
  • 신선도의 주악 도상과 악기
송혜진

신선도(神仙圖)는 도교(道敎)의 종교와 문화 전통에 바탕을 둔 그림이다. 신선은 늙지 않고 오래 살며 마음대로 변화를 일으키는 신통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며, 신선도는 이러한 신선의 모습과 설화를 묘사한 그림이다. 신선도는 불로장생, 무병장수, 부귀영화 등의 현세 기복적인 염원을 담은 축수 축복용(祝壽祝福用) 그림으로 성행되었다.

신선도에는 여덟 명의 신선이 그림의 소재로 등장한다. 이 여덟 명의 신선은 종리권(鍾離權)·여동빈(呂洞賓)·장과로(張果老)·한상자(韓湘子)·이철괴(李鐵拐)·조국구(曹國舅)의 여섯 남자 신선과 남채화(藍采和)·하선고(何仙姑)의 두 여자 신선이며, 이와 달리 노자(老子)·황초평(黃初平)·마고선녀(麻姑仙女)·하마선인(蝦蟆仙人)·동방삭(東方朔)·왕자진(王子晋)·서왕모(西王母)·장지화(張志和) 등의 팔선(八仙)도 있다. 이들은 장수와 복록(福祿)을 의미하는 상징물과 함께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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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수성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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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도의 도상은 각 신선마다 전기나 그와 관련된 설화에서 파생된 특색을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3000년에 한 번 열리는 선과(仙果)인 반도(蟠桃)가 무르익은 곤륜산 (崑崙山)에서 서왕모가 연회를 베풀고 그곳에 가기 위하여 파도를 건너오는 여러 신선을 묘사한 반도회도(蟠桃會圖), 서왕모의 고사에서 유래된 요지연도(瑤池宴圖), 바다 위에 떠 있는 여러 신선을 그린 파상군선도(波上群仙圖), 인간의 수명을 지배한다는 수노인(壽老人)을 그린 남극노인도(南極老人圖) 혹은 수성노인도(壽星老人圖), 팔선들이 수노인을 우러러 보는 모습의 군선경수도(群仙慶壽圖) 등의 다양한 신선도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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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취생도
송하취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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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반도회도나 요지연도에는 그 작품이 제작될 당시의 음악 문화와 별 상관없는 악무가 등장하며, 그 도상은 여러 작품에서 거의 유사하게 반복되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도상에는 불화의 도상을 연상시켜 주는 연주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특히 서왕모가 여는 반도 연회와 거기에 참석하기 위해 가는 여러 신선을 묘사한 반도회도와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곤륜산에서 서왕모와 연희를 하는 장면을 그린 요지연도는 조선 후기에 유행하여 출생·혼인·회갑 등과 같은 의식에서 경축용으로 쓰였다. 주로 병풍으로 만든 요지연도는 혼인이나 회갑 같은 경사스런 잔칫상 주변에 둘러쳐져 영원히 행복하고 무병장수하기를 기원하였다.

현재 전해지는 것으로는 윤덕희(尹德熙, 1685∼1776)의 군선경수도, 김홍도의 군선도(群仙圖), 작자 미상의 요지연도와 반도회도 및 파상군선도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요지연도의 주악 도상은 김홍도의 서원아집도에 서도 유사하게 반영되어 있어 주목된다.

이 밖에도 김홍도의 선동취적(仙童吹笛)과 송하취생(松下吹笙) 등도 신선도의 양식으로 볼 수 있다. 선동취적은 여덟 폭으로 구성된 병풍의 한 부분으로 특별한 배경 없이 퉁소를 부는 선동이 묘사되어 있다. 송하취생에는 소나무 아래에서 생황을 부는 신선이 그려져 있는데, 실제 연주 모습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정교하다.

신선도의 주악 도상은 종교적인 성격이나 도교의 고사(故事)를 바탕에 둔 양식적인 측면과 조선 후기 실제 음악 문화 반영이라는 측면을 동시에 보여 준다. 지금까지 음악학계에서는 종교화(宗敎畵)로서의 성격보다는 주로 신선도에 등장하는 악기의 존재에 주목해 왔다. 그러나 신선도의 주악 도상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위해서는 신선도의 종교적 성격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석탑, 승탑, 범종, 불화, 신선도, 무신도 등의 종교적 성격이 강한 것에서부터 실제 생활 문화가 비교적 생생하게 표현된 궁중 기록화, 풍속화에 이르는 다양한 주악 도상 자료는 문자 기록이 취약한 10세기 이전의 음악사 연구 및 구전으로 전승되어 온 서민 음악 문화 연구에 도움을 준다. 그뿐 아니라 주악 도상의 여러 구성 요소는 악기와 연주, 악대의 편성, 음악과 춤, 노래의 관계, 음악의 연주 공간, 음악의 사회적 기능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주악 도상 자료는 간간히 자료 중심으로 소개되어 오던 중 1980년대 이후 자료의 종합적인 수집과 해제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주악 도상의 심도 있는 해석 연구는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도상 자체에 대한 세밀한 분석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보편적인 미술 양식, 음악 문화의 교류와 확산, 시대의 사상과 문화의 반영이라는 다각적인 관점에서 주악 도상을 심층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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