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5권 기록과 유물로 본 우리 음악의 역사
  • 제5장 소리의 기록, 음반사
  • 3.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
  • 동영상, VHS·LD·DVD 등
노재명

우리나라에서 예술 분야를 동영상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로 일본인, 미국인 등 주로 외국인에 의해 이루어졌다. 개인적인 민속 수집 취미, 연구 차원, 상업적인 영화 촬영 목적 등으로 국악, 무용을 비롯한 몇몇 우리나라 예술이 기록되었다.

동영상 기록의 매체는 영화 필름, 비디오 테이프, 레이저 디스크(LD), 디브이디(DVD) 등으로 변천되어 왔다. 그리고 소리만 나오는 라디오 방송 시대를 넘어 소리와 동영상이 함께 출력되는 흑백과 컬러 화면의 텔레비전 시청 시대도 맞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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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첫 방영
텔레비전 첫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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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텔레비전 방송은 1956년 5월 12일 HLKZ-TV가 발족 되면서부터인데, 카메라 2대로 출범하였고 하루 2시간씩 방송하였다. 이후 HLKZ-TV는 1957년 5월 6일 대한 방송 주식회사(DBC)로 개편되었고, 1959년 2월 화재로 시설이 전소되면서 문을 닫았다. 그리고 1961년 12월 31일 국영 방송 KBS-TV가 개국하였다. 1964년 12월 7일에는 민간 방송 TBC-TV, 1969년 8월 8일 MBC-TV가 개국하였다. 1980년 12월 언론 통폐합 조치가 이루어지고 그 과정 속에서 텔레비전 방송이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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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운규 앨범
나운규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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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의 초기 기록 매체인 영화 필름이 우리나라에 처음 상륙한 것은 1903년으로, 이때 영미 연초 회사(英美煙草會社)가 담배 선전을 겸하여 최초로 영화를 상영하였다. 이때부터 1919년까지 수입 영화들이 상영되었다. 그리고 1919년 10월 3일 외화를 모방한 연쇄극 ‘의리적 구투’가 단성사(團城社)에서 개봉되었는데, 이것이 최초의 우리나라 영화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 사람이 겪어 보지 못한 혁명적인 문화 사건이었다. 사진, 소리 기록에 이어 얼마 되지 않아 우리나라에 출현한 동영상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1924년부터는 연쇄극의 차원을 넘어서 영화 형태를 갖춘 작품이 발표되었으며, 1926년 나운규가 영화 ‘아리랑’을 선보였고 1934년까지 무성 영화가 제작되었다.

영화 필름, 각종 비디오 테이프와 개인 비디오 카메라까지는 우리나라가 서구의 다른 나라보다 더디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고 할 수 있으나 레이저 디스크부터 DVD 등 최근 유행하는 동영상 매체는 어느 국가보다도 보급 속도와 생산량이 앞섰다. 또한 우리나라 영화는 현재 세계적으로 대 단한 성공 신화를 이루어 가고 있고 그러한 호황 분위기를 타고 영화 속에 우리나라의 여러 문화 예술이 다채롭게 어우러져 기록되고 있다.

일제 강점기, 6·25 전쟁, 군사 정권 시대 언론 통폐합 등 파란만장한 20세기를 보내면서 수많은 동영상 기록이 사라지고 흩어지고 훼손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제작한 영화의 중고 필름은 대개 전쟁용 폭탄 재료로 재활용되었고, 물자가 귀하였던 1970년대만 해도 고음반을 녹여 고무 대야를 만들었으며, 극장 상영을 마친 영화 필름은 상당수가 밀짚모자의 테두리 장식용으로 썼다. 근래까지도 국립 기관에서조차 자료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고음반, 비디오 테이프를 스스로 내다 버린 사례가 많다. 지금도 일부 기관에서는 고음반의 음질이 좋지 않고 오래된 비디오 테이프의 화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재활용 쓰레기로 내버리는 경우가 있다. 체계적인 분류나 복사는 더 말할 나위도 없고, 목록으로 기록조차 되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 이렇듯 전쟁터보다 더 처참하고 혹독한 시기를 극적으로 견디고 살아남은 몇몇 자료도 현재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아쉽게도 자료의 대부분을 습기·온도 등의 적절한 조절, 도난 방, 목록 정리 등의 방법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상품으로 제작되어 온 음반은 대량 생산된 경우가 많아 그나마 기관을 비롯해서 개인 소장으로도 동일 음원이 여러 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안심이 된다고 다소 위안을 삼을 수 있다. 그러나 동영상은 기초 제작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기 때문에 상품으로 제작된 것이 많지 않고, 애당초 원본이 하나거나 복사본까지 포함하더라도 몇 개의 테이프에만 기록되기에 희소성과 중요성은 음반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동영상의 손실은 심각한 타격일 수밖에 없다. 잘 만들어 놓고 전쟁 등으로 일순간에 파괴해 버리고 마는 것이 인간의 나쁜 속성인데 각종 동영상 또한 어리석게도 잘 기록해 놓고 스스로 없애 버리고만 과거사가 참으로 안타깝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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