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6권 쌀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 제1장 벼농사의 도입과 쌀 문화의 시작
  • 1. 쌀과 벼
박찬흥

쌀은 벼 열매의 껍질을 벗긴 알갱이를 말한다. 쌀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쌀은 원래 ‘’, 즉 ‘씨(種)’와 ‘알(卵)’을 합한 씨알에서 온 말로, ‘알>>쌀’로 변화되었다고 한다. 또, 고대 인도어인 ‘사리(舍利)’가 어원이고, 퉁구스(Tungus) 어에서는 ‘시라’로 불렸다고 한다. 중국 북송 때의 사람 손목(孫穆)이 1103년(숙종 8)에 고려에 다녀간 뒤 쓴 『계림유사(鷄林類事)』에는 쌀을 ‘보살(菩薩)’이라고 부른다고 기록되어 있다.1)손목(孫穆), 『계림유사(鷄林類事)』. ‘보살’은 ‘’이니 오늘날의 ‘쌀’과 발음이 같다.

갑골문(甲骨文)에 따르면, 쌀을 뜻하는 한자 ‘미(米)’는 곡식의 가지를 가리키는 가로획(—)에 열매를 가리키는 여섯 개의 점이 달려 있는 모습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또는 네 개의 곡식 열매(==)를 넷으로 나누는(十) 것을 가리킨다고도 한다.2)諸橋轍次, 『大漢和辭典』 8, 大修館書店, 1955, 883쪽, ‘米’. 모두 이삭이 달려 있는 모습을 본뜬 상형 문자(象形文字)이다.

본래 한나라 때에는 벼뿐만 아니라 모든 곡물의 껍질을 벗긴 낟알을 통틀어 ‘미(米)’라고 하였다. 후한 때에 이르러 볍쌀을 즐기고 좋아하게 되어 화북(華北)에까지 벼가 널리 퍼짐에 따라, 전부터 내려오던 대표적인 알곡식인 좁쌀을 소미(小米)라고 하고, 볍쌀을 대미(大米)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의 껍질을 벗긴 것을 좁쌀, 보리의 껍질을 벗긴 것을 보리쌀이라고 하듯이 벼의 껍질을 벗긴 것은 볍쌀이라고 하였다.

한편, 한자 ‘미(米)’를 나누어 ‘팔십팔(八十八)’로 보려는 경우도 있다.3)박영수, 『만물 유래 사전』, 프레스빌, 1995, 420∼421쪽, ‘쌀’. 즉, 쌀을 생산하는 데 여든 여덟 번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그렇게 썼다는 것이다. 아마도 뒷날에 노동 집약적이며 잔손질이 많이 가는 벼농사의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붙인 해석일 것이다.

쌀은 찧는 정도에 따라 겉껍질(왕겨)만을 벗겨 낸 현미(玄米)와, 현미의 껍질인 속껍질(등겨)까지 벗긴 백미(白米)로 나뉜다. 현미에서 쌀겨를 얼마나 깎아 냈는가에 따라 5도분미, 7도분미 등으로 나뉜다. 현미는 벼의 열매에 해당되는데, 네 개의 층으로 된 과피(果皮)와 두 개의 층으로 된 종피(種皮)로 둘러싸여 있고, 싹과 뿌리가 나오는 씨눈, 씨눈에 영양을 공급하는 씨젖으로 구성되어 있다.

쌀은 또 찰기에 따라 멥쌀과 찹쌀로 나뉜다. 찹쌀은 끈기나 찰기가 많다는 ‘차지다’에서, 멥쌀은 끈기나 찰기가 적다는 ‘메지다’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눈으로 보았을 때, 멥쌀은 반투명하고 찹쌀은 백색 불투명하다. 멥쌀은 약 80%가 아밀로펙틴(amylopectin)이고 나머지가 아밀로오스(amylose)로 이루어진 데에 비해, 찹쌀은 대부분이 아밀로펙틴이고 아밀로오스는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4)이은웅, 『수도작(水稻作)』, 향문사(鄕文社), 1992.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