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6권 쌀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 제1장 벼농사의 도입과 쌀 문화의 시작
  • 2. 벼농사의 전래와 시작
  • 벼의 기원과 진화
박찬흥

벼는 세계적으로 20여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지구가 5대양 6대주로 분리되기 이전 곤드와나(Gondwana)라는 하나의 대륙으로 되어 있을 때 공통 조상벼로 존재하였으나, 대륙의 이동과 분리, 개체 내에서의 돌연변이(突然變異)와 변이체(變異體) 내에서의 지리적·생리적 격리 등에 의해 오늘날의 도종(稻種)과 같은 벼의 품종 변화가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공통 조상벼에서 진화 과정을 거쳐 아시아 재배 벼인 사티바종(Oryza sativa種)과 아프리카 재배 벼인 글라베리마종(Oryza glaberrima種)으로 분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20여 종의 벼 가운데 재배종은 이 사티바와 글라베리마 두 종뿐이고 나머지는 야생 벼로 남아 있다.

재배되고 있는 이들 벼의 원형은 명확하지 않고, 그 유래에 대해서 일원설(一元說)과 다원설(多元說)이 있다. 일원설은 재배 벼의 원형으로 사티바의 야생형 이외의 야생 벼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이고, 다원설은 사티바 이외의 벼속 식물 중 둘 또는 그 이상의 야생종으로부터 직접 또는 사티바와의 교잡에 의해 재배 벼가 나타났다는 견해이다. 현재는 단원설이 약간 유력하나 확정되지는 못하고 있다. 글라베리마는 아프리카 서부의 세네갈에서부터 나이지리아에 걸친 지역에서만 재배되고, 생산성도 사티바종에 훨씬 못 미친다. 반면에 사티바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이러한 사티바종은 볍씨의 길이에 대한 너비의 비례에 따라 알이 긴 인디카(Indica)와 알이 둥근 자포니카(Japonica)로 나뉜다. 자포니카는 다시 온대 자포니카와 열대 자포니카로 구분한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이집트, 이탈리아, 미국, 호주 등에서는 온대 자포니카를 더 많이 재배하고 있다. 예전에 자바니카(Javanica)라고 부르던 열대 자포니카는 인도네시아, 중국 남부 등의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자포니카종은 낱알이 짧고 둥글며 밥을 지어 놓으면 찰기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디카종은 연중 온도가 높고 강수량이 많으며 계절 변화가 거의 없는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품종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쌀로, 인도네시아의 쩨레(Tjerhe), 파키스탄의 아만(Aman), 인도의 아우스(Aus), 미얀마의 보로(Boro), 중국 양쯔강(揚子江) 이남 등 각 지역의 기후와 토양 특성에 맞는 다양한 품종으로 분화되어 있다. 인디카종은 낱알이 길쭉하고 밥을 지었을 때 찰기가 없어 밥그릇용 식사에는 적합하지 않고 오므라이스, 카레라이스 등 접시용 요리에 적합한 쌀이다.7)국립중앙박물관, 『겨레와 함께한 쌀』, 2000 ; 최선호, 앞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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