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어떤 용도로 사용하였을까? 물으나 마나 한 질문을 한다고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쌀은 식량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로 쌀은 식량으로 기능하는 보편적인 측면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문화 운운할 때 쌀의 문화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쌀이 차지하는 이런 보편적 측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쌀의 생산과 활용은 각 시대별로 조금 차이가 있었다. 우리의 경우 쌀의 기능에 보편성과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쌀이 가지는 식량으로서의 의미 이외에 쌀의 용도는 여러 가지였다. 예를 들어 쌀가루는 의복 세탁에도 이용하였다. 관련된 일화 한 가지를 소개한다. 원 간섭기 때의 일이다. 원나라의 간섭을 받던 시기에 고려에 파견된 원나라 사신의 폐해가 컸다. 그러나 원나라 사신이 전부 그러하였던 것은 아니었고, 양심적인 인물도 있었다. 아로(阿魯)라는 사신은 스스로 의복 세탁을 하기 위해 쌀가루를 구하였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쌀가루를 가져오게 하였고, 이 소식이 알려져 고려 조정에서 포상하였다.109)『고려사』 권37, 충목왕 3년 7월 신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