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7권 농업과 농민, 천하대본의 길
  • 제3장 조선 전기 농업 발달과 농촌 사회 그리고 농민
  • 3. 벼농사 짓는 법과 밭작물 재배법
  • 16세기 후반의 한전 농법
염정섭

15세기에 1년 1작이 지배적이던 한전에서 작물을 경작하는 방식은 16세기를 거치면서 1년 2작을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하였다. 16세기 후반에 이르게 되면 근경법(根耕法)의 일반적인 채택, 간종법(間種法)의 확대 적용 등을 바탕으로 1년 2작 즉 한전(旱田) 이모작(二毛作)이 보편화되었다. 이러한 한전 이모작 경작 방식의 발달은 양맥의 경종법을 중심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특히 16세기 중반 이후 양맥의 경종법과 연관된 한전 농법의 변동을 고상안(高尙顔, 1553∼1623)이 지은 농서인 『농가월령(農家月令)』을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다.

『농가월령』에 보이는 양맥 경작법은 상당히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봄보리 경작법, 가을보리 재배법, 그리고 얼보리(凍麰) 재배법을 바탕으로 삼고 있었고, 여기에 후작으로 다른 작물을 경작하는 근경법, 대두를 간종하는 방법 등이 추가되어 있었다. 봄보리를 경작하는 밭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대두를 간종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즉 춘맥전(春麥田)에 대두를 간종하기 위해서는 미리 대두를 파종할 표면을 쇠스랑 등으로 갈 아 주는 작업을 해야 하였다.409)고상안(高尙顔), 『농가월령(農家月令)』 이월절(二月節) 경칩(驚蟄). 봄보리나 가을보리는 봄철과 가을철에 보리를 파종하여 재배하는 반면, 얼보리는 매우 특별한 보리 재배법을 필요로 하였다. 즉 가을보리에 특수한 처리를 하여 가을이 아니라 이른 봄에 파종하는 것이었다.410)민성기에 따르면 동모(凍麰) 재배 원리는 20세기에 유리센코가 발견한 춘화 처리 이론과 동일한 원리라고 한다(민성기, 「『농가월령』과 16세기의 농법」, 『부대 사학』 9, 부산 대학교 사학회, 1985 ; 앞의 책, 1988 재수록, 205쪽). 보리 재배 방식의 다양한 모습을 『농가월령』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16세기 후반 무렵 대두 등을 보리의 근경이나 간종으로 경작하는 등, 보리를 중심으로 여러 작물을 경작하는 방식이 일상적으로 활용되었음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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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에 보이는 근경법과 간종법 등은 『농사직설』에 비해 훨씬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한 양맥을 재배한 밭에 대두, 소두 등을 후작으로 경작하는 데에도 별다른 조건이 붙어 있지 않았다.411)고상안, 『농가월령』 오월중(五月中) 하지(夏至). 그리고 근경과 간종에 붙어 있던 여러 가지 제약 요소가 사라져, 훨씬 더 자유롭게 근경과 간종을 수행할 수 있는 경작법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농가월령』의 한전 경작 방식은 1년 2작식의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412)김용섭, 「『농가월령』의 농업론」, 앞의 책, 1988, 139쪽.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노농들의 오랜 경험의 축적으로 그 지역에 가장 적합한 합리적인 전지 이용 체계가 형성되고 정착되었기 때문이었다.413)민성기, 「조선 후기 한전 윤작 농법의 전개」, 앞의 책, 1988, 182∼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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