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28권 고문서에게 물은 조선 시대 사람들의 삶
  • 제2장 가족과 친족 생활
  • 2. 가계 계승
  • 입양 절차
  • 양자 명문
전경목

김정하의 양부인 김득문은 그 역시 양자였다. 16세에 5촌 당숙인 김방길에게 입양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 아들을 낳지 못한 채 36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자 그의 아내 나주나씨(羅州羅氏)가 양자를 물색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는 경우, 입양은 자연히 아내의 몫이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입양을 그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문장을 비롯하여 문중 내의 원로들과 상의하여 결정하여야 했다. 그녀는 입양하기에 적당한 인물을 발견하였는데 그는 촌수(寸數)로 따지면 남편의 20촌이나 되는 아주 먼 형(兄) 김동언(金東彦)의 아들 달현(達賢)이었다. 이 김달현이 후에 정하(鼎夏)라는 이름으로 개명하였는데, 수소문해서 그쪽 집안 사정을 알고 보니 그의 부친 김동언도 이미 작고한 이후였다. 다행히 문장인 김소(金塐) 등이 잘 중재하여 김동언의 아내 민씨(閔氏)에게 입양 허락을 받았는데, 이때 작성해 준 문서가 바로 다음 명문이다. 이 명문을 작성한 때는 1768년(영조 44) 7월 15일이었다.

건륭(乾隆) 33년 무자(戊子) 7월 15일 가옹(家翁)의 20촌 동생으로 작고한 김득문의 아내 나씨에게 주는 명문94)『부안 김씨 우반 고문서』, 203쪽, 허여문기(許與文記) 10.

이 문서를 작성하는 사유는 다음과 같다. 가옹의 동성(同姓)으로 20촌 동생이 되는 김득문의 아내 나씨가 나에게 눈물을 흘리며 서럽게 하소연하기를 “남편은 죽고 그와 처나 첩 사이에 낳은 아들이 없어서 입후(立後)를 하려고 하나 가까운 친척 중에는 아들을 가진 자가 아예 없습니다. 바라건대 (당신의) 아들 하나를 얻어서 시댁의 종사(宗祀)를 이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말하였다. 그리고서 주야로 간절히 애걸하니 (내가) 아들을 넷이나 가진 미망인으로서 차마 (이를) 거절치 못하겠다. 그래서 문장과 지친(至親) 등과 상의하여 (이와 같이) 셋째 아들 달현을 (출계토록) 허락하는 문서를 만들어서 지급한다.

생모 작고한 김동언의 아내 민씨(인)

문장 유학(幼學) 김소(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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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양자 명문
김정하 양자 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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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에는 집안의 안살림은 물론 후사(後嗣)를 세워 조상의 제사를 이어가게 하는 것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고달픈 미망인들의 삶이 잘 그려져 있다. 혈연적으로 가까운 동성에게 양자를 구할 수가 없어서 무려 20촌이나 되는 친척에게서 양자를 들여오기 위해 밤낮으로 눈물 흘리며 하소연하였다는 사실은 조선 후기 사람들에게 가계 계승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였으며, 동시에 얼마나 절박한 일이었는지를 잘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입양의 절차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사실 이제까지 이루어진 절차는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지만 사적인 차원에서 협의된 내용이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공적인 차원의 절차를 밟아야 했다. 일단 생가(生家)의 부모에게 입양에 관한 동의를 받으면 양가(養家)에서는 호적에 양자의 이름을 올리게 된다.95)김득문을 입양할 때 양모(養母) 오씨(吳氏)가 수령(守令)에게 소지를 올려 입양 사실을 보고하고 예조의 입안을 받기 위해 입지(立旨) 발급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부안 김씨 우반 고문서』 99쪽, 소지 15 참조. 그 후 제반 서류를 갖추어 국왕에게 이를 허락해 주도록 요청하였다. 이때 갖추어야 할 서류는 먼저 양자의 입출(入出)이 기록된 양가(兩家)의 준호구나 호구 단자, 국왕에게 입양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는 나씨와 민씨 각각의 청원서, 입양 사실과 관련한 나씨와 민씨의 진술서(緘辭), 문장 등을 비롯한 문중 관계자의 사실 확인서(條目) 등이었다.

이와 같이 번거로운 제반 서류를 모두 갖추어 예조에 제출하면 예조에서는 이를 자세히 살펴본 후 여러 여건이 법 조항에 위배되지 않으면 국왕에게 허락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계목(啓目)을 올렸다. 승정원(承政院)의 담당 승지(承旨)는 이 계목을 국왕에게 아뢰고 국왕이 허락하는 조처를 내리면 예조에서 입양을 허가하는 입안을 발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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