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0권 이방인이 본 우리
  • 제5장 개항기 외국 여행가들이 본 조선, 조선인
  • 1. 조선인에 대한 인상
  • 한민족의 외모와 성품
홍준화

조선인의 외모에 대한 인상은 대체적으로 ‘잘생긴 민족’이고 ‘체격도 좋은 편’이라는 것이었다. 화가이자 민속학자인 미국인 아널드 새비지-랜더(Arnold H. Savage-Landor, 1865∼1924)도308)여행가, 탐험가이자 화가인 아널드 새비지-랜더는 두 차례에 걸쳐 조선을 방문하였는데, 1890년 말에 온 것이 두 번째였다. 그의 여행기는 이때 견문을 주로 이용하여 쓴 것이다. 화가인 그는 고종 어진을 비롯하여 김가진, 민영환 등 당대 정치인의 초상화를 그려 주었으며, 조선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림 38장을 직접 그려 자신의 여행기에 소개하고 있다. 이에 동의하였는데, 그는 조선인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309)새비지-랜더, 신복룡·장우영 옮김,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 집문당, 1999, 54쪽.

그들의 얼굴은 타원형이고, 얼굴 전체를 보면 일반적으로 길지만 옆모습은 약간 오목한 편이고, 코는 미간이 약간 평평한 편이며, 콧구멍은 넓은 편이다. …… 동양인 눈매의 특징인 기묘한 모습에 싸인 편도(扁桃) 모양의 칠흑 같은 눈은 아마도 그들의 얼굴을 되살려 주는 부분이며, 그곳에 좋은 성품, 자존심 그리고 고운 마음씨가 젖어 있는 듯하다. 빈틈없고 재빠른 눈매를 자주 보지만, 그것은 일반적으로 이런 형의 한 예외이며, 반면에 좀 더 하층 계급 사이에는 검은 눈이 거의 주된 특징을 이루고 있다. 광대뼈는 튀어나왔다.310)새비지-랜더, 앞의 책, 54쪽.

특히 그가 예술적인 관점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신체 부위는 ‘손’이었다. 그에 의하면 조선인의 손은 하류층 사람들조차도 길고 유연하였고, 끝이 다소 맵시가 있었으며, 손톱도 잘생기고 정결하게 다듬어져 있어 한마디로 아주 예술적이고 아름다웠다.311)새비지-랜더, 앞의 책, 256쪽. 한편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 1831∼1904)은312)영국 왕립 지리학회 최초의 여성 회원이었던 비숍은 1894년 겨울과 1897년 봄 사이에 네 차례에 걸쳐 조선을 답사하였다. 그 결과물이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이었다. 이 책을 쓴 목적에 대해 서문에서 ‘조선을 정확하게 연구하고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녀가 집필한 거의 모든 책이 대중적 인기를 누렸는데,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출간 이후 조선을 방문한 여행가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조선인들이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할 정도로 활기찼으며, 얼굴 생김새는 힘이나 의지의 강인함보다는 날카로운 지성이 드러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313)비숍, 이인화 옮김,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 살림, 1994, 35쪽 ; 이배용, 「서양인이 본 한국 근대 사회」, 『이화 사학 연구』 28, 이화 사학 연구소, 110쪽.

확대보기
박기호 가족
박기호 가족
팝업창 닫기

물론 조선을 찾은 모든 이가 이렇게 좋은 인상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프랑스인 민속학자 샤를 바라(Charles Varat, 1842∼1893)는314)샤를 바라는 프랑스의 여행가로 지리학자이자 민속학자이다. 조선에 대한 그의 기록은 1888년부터 1889년에 걸친 여행의 산물이다. 또한 샤이에 롱(Chaillé-Long)은 미국 메릴랜드 출생으로 1887년부터 1889년 미국의 한성 주재 총영사이자 공사관의 서기관으로 활동하였다. 바라와 샤이에 롱이 남긴 조선 견문기는 『Deux Voyages en Corée』라는 책으로 프랑스에서 출판되었고, 이것은 성귀수 옮김, 『조선 기행』, 눈빛, 2001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제물포항에서 처음 대면한 여인에 대해 “못생기고, 우아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고 부정적으로 평하였다. ‘가늘게 민 눈썹’, ‘숯이 많고 번들거리는 검은 머리카락’, ‘저고리 앞섶을 풀어 헤치고 젖가슴을 드러낸 모습’ 등이 소위 신비스러운 ‘동양’ 여성에 대한 그의 성적 상상력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였던 듯하다.315)샤를 바라·샤이에 롱, 성귀수 옮김, 『조선 기행』, 눈빛, 2001, 295쪽 ; 프레데릭 불레스텍스, 앞의 책, 152쪽.

한편 스웨덴 기자 아손 그렙스트(W. A, son Grebst)는316)스웨덴 기자인 아손 그렙스트는 러일 전쟁 취재를 제지하는 일본의 감시를 피해 영국인 무역상으로 위장하고 1904년 12월 조선에 들어왔다. 1905년 초까지 한국을 여행한 후 1912년 스웨덴에서 여행기를 발간하였다. 조선인에게서 “사람 좋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들은 “자유롭고 여유가 있으며, 똑바로 치켜 올린 얼굴은 거침이 없이 당당하였고, 걸음걸이는 힘차 보였다.” 또한 ‘자유롭고 품위 있는 태도’는 이들을 실제보다 더 커 보이게 하는 듯하였다.317)아손 그렙스트, 김상열 옮김, 『스웨덴 기자, 아손, 100년 전 한국을 걷다』, 책과 함께, 2005, 32쪽. 프랑스인 모리스 잠텔(Maurice Jametel)이 잠시 접한 조선인에 대한 느낌은 “겉치장 없는 정직함만을 따르려는 본능적인 소박함과 투박함이 있으며, 겉으로는 야만스럽게 보이지만, 그들의 속마음은 매우 여리고 섬세하다.”는318)프레데릭 불레스텍스, 앞의 책, 48, 123∼124쪽. 것이었다. 한편 독일인 신문 기자 지크프리트 겐테(Siegfried Genthe, 1870∼1904)는319)지크프리트 겐테는 지리학 박사이자 쾰른 신문사 기자였다. 그가 조선을 방문한 것은 1901년 6월로, 이후 11월 초까지 약 반년 동안 서울, 강원도 당현 금광, 금강산, 제주도 등을 답사하였다. 그의 조선 여행기는 1901년 10월부터 1902년 11월까지 『쾰른 신문』에 연재되었다. 그가 죽은 뒤인 1905년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 기자였던 게오르크 베게너가 그의 조선 여행기를 출간하였다. 조선인이 “원래 매우 선량하고 관대하며 손님을 후대하는 민족”이고, “선천적으로 활발하게 큰 소리 치며 싸우는 호전적인 성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유분방하고 쾌활한 성격이며 때로는 흥에 겨워 술기운에 호탕하게 즐기는 편”이라고320)지크프리트 겐테, 권영경 옮김, 『신선한 나라 조선, 1901』, 책과 함께, 2007, 128쪽. 평하였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