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2권 한반도의 흙, 도자기로 태어나다
  • 2 토기 제작전통의 형성과 발전
  • 03. 자기발생의 전야, 통일신라시대
  • 제작기술의 발전
이성주

통일신라시대 토기에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제작기술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새김무늬에서 찍는 무늬로 바뀌는 시문기술의 발전과 시유기술의 도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토기장식기술의 변화는 사실 7세기 초를 전후한 시기, 즉 삼국 통일 이전에 시작되었고 통일신라시대는 이 변화가 더욱 보급 되고 발전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통일신라시대 토기 제작기술의 발전은 장식기술의 변화에 국한시켜 말할 수 없으며, 원료 점토의 가공과 사용, 성형기술, 소성기술 등 전반적인 기술혁신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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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질로 제작된 통일신라 토기의 기종
다양한 질로 제작된 통일신라 토기의 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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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왕경으로부터 나온 토기유물의 태토를 살피면 고급의 찻사발이나 식기, 저장용 항아리, 취사용기, 및 그 밖의 허드레그릇에 이르기까지 그 용도에 맞는 원료 점토를 이용하면서 원료에 맞는 온도와 분위기를 조절하여 소성하였다. 그래서 태토의 성질은 경도가 높은 회청색경질, 회흑색 혹은 회백색의 고운 와질, 그리고 적갈색에 다소 거친 연질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그릇은 태토가 회청색경질에 속하지만 취사용 옹이나 허드레 그릇은 적갈색 연질이 많다. 저장용기, 시루, 풍로 등 일상 용기 중 일부는 회흑색, 혹은 회 백색의 와질로 제작되는데 아주 고운 회백색의 와기는 식기(食器)나 음기(飮器)로 사용하였다. 통일신라 토기의 태토의 질은 회청색경질이나, 적갈색 연질처럼 고신라 토기의 소성방법을 그대로 계승 적용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고운 회색연질계가 늘어나고 식기와 같은 기종에서 회백색, 혹은 회흑색 정질(精質)이 많이 보이는 것은 사비시기 백제 토기의 영향을 살필 수 있다.

통일신라 토기는 원료 점토와 소성기술, 그리고 시유 및 장식기법에서 중요한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물레질 기술을 토대로 한 성형기법의 발전에 더욱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신라 통일 이전에 유개고배는 다리가 짧아지면서 유개합과 같은 형태로 바뀌고 대부장경호는 목이 가늘어지고 다리가 굽처럼 바뀌면서 병형토기에 가까운 모습으로 발전되고 있었다. 식기로서 완과 접시의 사용이 늘어나고 생활문화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기종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리고 왕경으로 인구가 집중하면서 도시민을 위해 토기의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났을 것임에 틀림없다. 모든 지역에서 그러한 변화가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신라 왕경과 지방의 주요 거점 지역에서는 다양한 기종의 토기를 대량으로 생산해야 하는 도공에 의해 효율적이고 표준화된 물레질법이 추구되고 습득되었을 것이다.

특히, 통일신라 말기의 토기 요지와 왕경의 생활유적에서 발견된 완이나 뚜껑, 그리고 토기병 등은 개별 그릇을 손으로 빚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고도의 표준화가 달성되어 있으며 기계적으로 빚어내기 어려운 기형도 물레질을 응용하여 제작이 가능하도록 방법이 이미 고안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도기의 단계에서 자기의 단계로 넘어가는데 있어서 유약과 점토원료의 개발이나 소성기술에서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많았지만, 통일신라시대는 물레질에 있어서만큼은 자기의 다양한 기종 제작에 어떤 기술적 한계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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