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2권 한반도의 흙, 도자기로 태어나다
  • 4 조선 전기의 도전과 위엄, 분청사기와 백자
  • 01. 전통의 계승과 소박한 파격의 미, 분청사기
  • 전국에 남아 있는 제작지
전승창

분청사기를 제작하던 가마터는 중부와 남부 지방에서 주로 발견되며, 북부 지방에도 가마가 소수 설치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종 조사결과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등지에서 가마터가 다수 확인되었는데, 1424년부터 1432년의 조사 기록인 『세종실록지리지』에 보이는 도자기 제작지의 숫자가 중부와 남부 지방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과도 부합한다.177)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된 전국의 도자소의 숫자를 정리하면, 경기도 34개소(자기소14, 도기소20), 충청도 61개소(자기소23, 도기소38), 경상도 71개소(자기소37, 도기소34), 전라도 71개소(자기소32, 도기소39), 강원도 14개소(자기소4, 도기소10), 황해도 29개소(자기소12, 도기소17), 평안도 24개소(자기소12, 도기소12), 함길도 20개소(자기소5, 도기소15)로, 중부와 남부 지역의 가마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연료인 땔나무 및 재료인 흙의 조달과 연관이 있 으며, 분청사기의 소비지와도 관계가 있다. 현재까지 분청사기 가마터가 발견된 지역은 경기도 강화·양주·광주·안성·여주·용인·안성·가평·연천·충청북도는 충주·진천·괴산·보은·옥천·영동, 충청남도는 서산·아산·천안·예산·연기·청양·공주·보령·부여·대전·대덕, 전라북도는 완주·김제·진안·부안·고창·임실, 전라남도는 영광·장성·담양·곡성·함평·광산·광주·화순·무안·나주·영암·장흥·강진·고흥·해남, 경상북도는 문경·예천·상주·의성·칠곡·경주·고령·경산·청도, 경상남도는 울주·울산·밀양·산청·진주·양산·광산·진해·김해·부산·통영·하동, 강원도는 철원·횡성·강릉 등이며, 조사가 거듭될수록 발견되는 지역이 넓어지고 그 수도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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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공주시 학봉리 분청사기 가마터
충청남도 공주시 학봉리 분청사기 가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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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터는 1980년대를 시작으로 근래 더욱 활발하게 지표조사와 발굴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자료가 수집되고 지역적인 분포와 특징도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현재까지 발굴된 가마터 중에 대표적인 몇 곳을 살펴보면, 충청남도 공주군 반포면 학봉리 가마터는 1927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발굴되었다가, 이후 1992년 국립중앙박물관과 호암미술관에 의하여 재발굴이 진행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178) 국립중앙박물관·호암미술관, 『계룡산 학봉리 요지 발굴조사 약보』, 1992 ; 국립중앙박물관, 『계룡산 학봉리 2차 발굴조사 약보』, 1993 및 『계룡산 분청사기』, 2007. 가마는 길이 19∼42m, 너비 1∼2.3m의 등요(登窯)였다. 학봉리 가마터는 철화분청사기의 제작지로 유명하며, 연록, 미백, 연갈색의 유색에 물고기, 연꽃, 당초를 그 린 병이나 항아리가 많다. 또한, 인화와 귀얄장식의 분청사기도 함께 제작되었다. 철안료로 ‘성화 23년(1487)’, ‘홍치 3년(1490)’, ‘가정 15년(1536)’의 글자를 적은 묘지석 파편이 출토되기도 하였다.

전라남도 광주시 북구 충효동 가마터는 1963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의해 부분 발굴이 진행되고 1991년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전면 발굴을 시행하였다.179) 국립광주박물관, 『무등산 충효동 가마터』, 1993. 모두 4개의 가마가 출토되었고 그 중 2호 가마는 길이 20.6m, 너비 1.3m의 등요였다. 이곳에서는 회록, 회갈, 암록 등의 유색을 띠는 대접, 접시, 마상배, 합, 뚜껑, 매병, 병, 편병, 장군, 항아리, 벼루, 보와 같은 제기 등이 출토되었다. 상감, 인화, 조화, 박지, 귀얄 등 여러 기법으로 국화, 나비, 모란, 물고기, 연꽃, 새, 동물을 장식하였다. ‘광(光)’, ‘공(公)’, ‘산(山)’, ‘정윤이(丁閏二)’ 등 제작지나 제작 시기를 의미하는 다양한 글자가 확인되었고, ‘성화정유(成化丁酉)’의 문자가 있는 묘지석 파편이 출토되어 운영 시기를 추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전라남도 고흥군 운대리 가마터는 2000년부터 2001년 사이 국립광주박물관에 의하여 발굴되었다.180) 국립광주박물관, 『고흥 운대리 분청사기 도요지』, 2002. 2000년에 발굴된 가마터에서 길이 21m, 너비 1.3m의 등요와 분청사기 및 소수의 백자가 출토되었다. 분청사기는 회록, 회청, 미백의 유색이 많고, 상감, 인화, 조화, 귀얄, 덤벙 등 다양한 기법으로 승렴, 연판, 국화를 장식한 대접과 접시, 잔, 합, 병, 호 등이 발견되었다. 2001년에 조사된 가마터에서는 3개의 가마가 확인되었는데, 그 중 1호 가마는 길이 24.4m, 너비 1.2∼1.6m의 등요로 역시 진흙을 재료로 축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분청사기만 출토되었는데, 회록, 회청, 미백의 유색이 많고 상감, 인화, 귀얄기법으로 우점, 연판, 승렴, 국화, 나비, 초화, 모란, 연주를 장식하는 등 전라도 지역의 제작경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16세기 분청사기의 제작경향이 뚜렷하게 확인된 곳이 경상남도 진해시 웅동면 두동리 가마터인데, 2001년 경남발전연구원에 의해 발굴되어 가마와 다량의 분청사기, 그리고 소량의 백자가 출토되었다.181) 경남발전연구원, 『진해 웅천 도요지』Ⅱ, 2004. 2호가마는 잔존 길이 24.5m, 너비 1.3∼1.9m로 돌과 진흙을 이용해 축조한 등요였다. 암회록, 연회색, 갈회색의 유색을 보이는 귀얄분청사기가 대부분이지만 인화기법으로 우점이나 선 등을 장식한 예도 많으며, 대접, 접시, 잔, 마상배, 병, 항아리, 제기 등 주로 일상용기를 제작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출토품 중에는 일본 다인들이 선호하던 이도다완과 유사한 유물이 많아 주목받기도 하였다.

한편,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 화심리 가마터가 2005년 전북문화재연구원에 의해 발굴되었다. 분청사기를 굽던 가마를 비롯해 발, 접시, 호, 잔, 병, 장군, 합, 뚜껑, 제기 등 다양한 종류의 유물이 출토되었다. 가마는 길이 33.4m, 너비 1.3m의 크기이고, 그릇의 표면에는 인화장식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상감장식도 사용되었다. 그리고 대(大), 봉(峯), 국봉(國鳳), 막생(莫生), 막삼(莫三) 등 여러 명문과 함께 내섬(內贍)의 관사명이 있는 예도 확인되었다.182) 전북문화재연구원, 『완주 화심리 유적』, 2008, pp.5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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