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4권 음악, 삶의 역사와 만나다
  • 1 음악의 근원
  • 01. 예악(禮樂)의 기원
  • 무(舞)의 의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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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골문자 ‘舞’ ‘巫’
갑골문자 ‘舞’ ‘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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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골문(甲骨文)에 의하면 춤출 ‘무(舞)’자는 원래 ‘무(巫)’와 통용하여 썼다. 갑골문에서 이 두 글자는 모두 ‘△’(위의 그림 참조)나 ‘□’(위의 그림 참조)로 표기하여 유사한 의미로 사용하였다. 갑골문의 ‘△’는 사람이 장식이 있는 소매를 달고 춤추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춤’의 뜻을 나타냈으나 후에 이것이 없다(無)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어 갔으므로 좌우의 다리를 상형하는 ‘천(舛)’자를 덧붙여 구분하게 되어 ‘무(舞)’로 표기하게 되었다. 또 ‘□’는 신을 제사지내기 위한 장막 속에서 사람이 양손으로 제구를 받드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신을 부르는 자, 곧 무당을 형상화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설문해자』에서는 ‘무(巫)’의 의미에 대하여 “무란 비는 것이다. 능히 무형(無形)의 것을 섬겨 춤으로써 신을 내리게(降神) 하는 것으로, 비가 오도록 사람이 모여 춤추는 형상을 본뜬 것”이라 설명하였다.7) 『說文解字』 巫, “巫 祝也 能事無形 以舞降神者也 象人雨裒舞形.” 사람이 모여 비가 오도록 춤추는 행위 자체는 ‘춤’의 연행이지만 그 목적은 비를 기원하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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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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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雨)는 사람을 비롯한 생물체가 영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초기 인류로부터 이미 비를 기원하는 의례가 발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비를 기원하는 행위 자체는 의례에 속하는 일이지만 그 의례를 위해 춤을 연행하는 것을 보면 춤의 용도가 제사행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춤추는 행위가 제사에서 무언가를 기구하는 행위와 관련이 있음이 확인된다. 모여서 춤추는 행위 자체만으로 본다면 인류가 일정 정도 집단 활동을 하는 단계로 나아간 이후의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지만 이 역시 춤이란 무언가 ‘기원’하기 위해 행하는 제사 행위와의 관련이 있음을 알려주는 증거로 삼을 수 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서(字書)로서 13경의 하나로 전해지는 『이아(爾雅)』에서 ‘무(舞)’는 ‘큰 소리로 울면서 한탄한다.’는 의미를 지닌 호(號)자와 함께 ‘우(雩)’, 즉 기우제(祈雨祭)를 의미한다고 기록하고 있다.8) 『爾雅』 권4, “舞號雩也.” 이는 고대 사회에서 기우제를 지낼 때 춤추는 사람이 소리를 지르면서 비를 구하는 전통과 관련이 있다. 춤과 소리를 어우러지게 하여 하늘에 이르도록 하고자 하는 의미가 전해진다. 한대(漢代)의 학자 정현(鄭玄)도 ‘우’의 의미를 ‘소리를 지르며 비를 구하는 제사’라고 해석한 바 있다. 이처럼 춤추는 행위는 소리를 지르는 행위와 결합하여 비를 구하는 제사의례에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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