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4권 음악, 삶의 역사와 만나다
  • 1 음악의 근원
  • 02. 음악과 이념
  • 유학과 예악
송지원

유학은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 이전 우리나라에 유입되었다. 적어도 삼국시대부터 예(禮)와 악(樂)을 통한 교화를 중시한 유학적 이념이 구현되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때에는 우리나라 대학의 효시를 이루는 태학(太學)이 설립되어 유교 경전 중심의 유학교육이 이루어졌다. 유학은 고려시대를 지나 조선시대가 되어 유가적 이상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예악정치를 표방하면서 국가이념으로 채택되어 구체적으로 펼쳐진다. 조선은 치도(治道)의 실현으로서 예와 악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조선시대에 오례 가운데 하나로 연행되었던 각종 국가의례와 음악은 유학의 영향이 지대하다. 오례를 기록한 각종 오례서와 악서(樂書)의 사상적 기반 또한 유학이다. 유학자들이 그들의 정신 수양을 위해 펼친 음악 활동 또한 수기치인(修己治人)의 방식 가운데 하나로 펼쳐진 것이므로 이들이 연주한 개개의 악곡 또한 유학 음악사상이 반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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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
『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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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와 악이란 추상적 구호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서 질서와 화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실상이다. 예가 질서를 위한 것이라면 악은 조화를 위한 것으로서 예악은 형정(刑政)에 대한 근본을 이루며 왕도를 갖추기 위한 필수요건이다.13) 『禮記』, 「樂記」 樂本, “禮節民心 樂和民聲 政以行之 刑以防之 禮樂刑政 四達而不悖 則王道備矣.” 유가의 통치이념으로 강조되는 예·악·형·정의 4가지는 그 각각의 고유한 기능을 지니는데, “예로써 그 뜻을 인도하고, 악으로써 그 소리를 조화롭게 하며 정(政)으로써 그 행실을 한결같이 하고, 형(刑)으로써 그 간사함을 막아 민심을 화합하게 하여 치도를 내는 것”이라 설명된다.14) 『禮記』, 「樂記」 樂本, “禮以道其志 樂以和其聲 政以一其行 刑以防其姦 禮樂刑政 其極一也 所以同民心而出治道也.” 조선의 역대 제왕들은 이러한 통치원리를 바탕으로 치도를 갖추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이처럼 조선시대 유학의 예악사상은 『예기』 악기에서 강조하는 사상을 근간으로 하여 형성되고 발전하였다. “악은 같게 하는 것이고 예는 다르게 하는 것이라서, 같으면 서로 친하고 다르면 서로 공경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15) 『禮記』, 「樂記」 樂本, “樂者爲同 禮者爲異 同則相親 異則相敬 樂勝則流 禮勝則離 合情飾貌者 禮樂之事也.” 악은 통합하여 같게 하고 예는 분별하여 다르게 한다는16) 『禮記』, 「樂記」 樂本, “樂也者 情之不可變者也 禮也者 理之不可易者也 樂統同 禮辨異 禮樂之說 管乎人情矣.” 각각의 서로 보완적인 역할은 이념적으로 강조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실 생활에서 응용되고 적용되었다. 그 구체적인 현현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곧 조선시대 왕실에서 행하였던, 예와 악을 갖추어 연행하는 국가 전례 곧 오례(五禮)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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