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4권 음악, 삶의 역사와 만나다
  • 2 음악과 일상 생활
  • 01. 아이들의 노래
  • 아이들의 노래
  • 아이 어르는 소리
이용식

어른이 아이들에게 부르던 노래에 자장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른들이 어린 아이들을 돌보면서 부르는 노래도 있다. 엄마나 할머니는 아이를 안아서 위아래로 추어주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등에 업고 어르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이런 노래를 아이 어르는 소리라고 한다. 어른이 아이를 키우면서 부르는 육아 노동요이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에 육아 유희요라고도 한다.

아이 어르는 소리는 특별한 제목이 있는 것이 아니다. 노랫말에 따라 ‘금자동아 옥자동아’, ‘둥게둥게’ ‘둥둥둥 내사랑’ ‘달강달강’ ‘풀무풀무’ 등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48) 유명희, 「<아기어르는소리> 연구」, 『민요논집』 5, 1997, pp.331∼349. 어른들은 ‘손주사랑가’ ‘아들타령’ ‘딸타령’ ‘둥가타령’이라고도 한다.49) 명현, 앞의 글, p.77.

금자동아 옥자동아 / 어화둥둥 내 사랑아

어디서라 떨어졌노 / 어디서라 니가 왔노

정구지(부추)밭에 갔다왔나 / 너털너털 잘 생겼다

숙기(수수)밭에 갔다왔나 / 키 크게도 잘 생겼다

담배밭에 갔다왔나 / 인물 좋게 잘 생겼다

가지밭에 갔다왔나 / 껌투두리(시커멓게) 잘 생겼다

호박밭에 갔다왔나 / 둥글둥글 잘 생겼다

어화둥둥 내 사랑 / 금자동아 옥자동아

어찌 그리 잘 생겼노.50) 최상일,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1, p.374.

경상북도 청송군 현서면의 한 할머니가 부른 아이 어르는 소리의 한 대목이다. 할머니 눈에는 아이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잘 생겼나보다. 요즘은 “사과 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라는 노래를 아이들이 하지만, 예전에는 수수처럼 키가 크고 담배처럼 인물 좋고 호박처럼 둥글둥글한 아이들의 잘생긴 모습을 할머니가 노래하였다.

다음의 악보는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에서 채록한 아이 어르는 소리인 <불아 불아>이다. 이 노래의 가락은 실제로는 앞의 장흥 채록의 자장가의 거의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래에는 이처럼 같은 가락에 다른 노랫말을 붙여서 다른 기능으로 부르면서 다른 노래처럼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내가 어렸을 적에 즐겨 부르던 “고추먹고 맴맴 달래먹고 맴맴” 하던 <고추먹고 맴맴>의 가락은 요즘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하는 <도깨비 방망이>라는 노래로 부른다. 이렇게 같은 가락에 다른 노랫말을 붙여 다른 노래로 인식하는 동곡이명(同曲異名)의 노래가 우리나라에는 무척 많다.51) 예를 들어 서울 지방 굿음악에서는 <타령>이라는 노래를 <창부타령>·<중타령>·<대감타령> 등으로 부르고, 정악에서는 대규모 편성의 <관악영산회상>과 삼현육각 편성의 <삼현영산회상>을 구분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용식, 앞의 책, 2006, pp.118∼119 참조. 이런 동곡이명의 노래는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음악만들기(music making)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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