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4권 음악, 삶의 역사와 만나다
  • 2 음악과 일상 생활
  • 04. 종교와 노래: 굿음악
  • 종교와 노래: 굿음악
  • 무당과 악사
이용식

우리나라의 무당은 크게 신의 경험을 하는 ‘강신(降神)무당’과 무업(巫業)을 집안 대대로 이어 가는 ‘세습(世襲)무당’으로 구분한다. 강신무당과 세습무당은 한반도에서 지역적인 분포를 달리 한다. 한강을 기준으로 한강 이북의 서울·경기도 북부부터 황해도·평안도에 이르는 한반도 북부에는 강신무당이 분포하고 한강 이남의 경기도 남부를 포함한 한반도 남부에는 세습무당이 분포한다.

강신무당과 세습무당은 예술적 능력을 얻는 과정이 다르다. 강신무당은 신병(神病)을 앓고 내림굿을 받아서 무당이 된다. 그들은 무당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신의 체험을 통해 무당이 되고, 무당이 되면 굿에 필요한 노래와 춤을 스승에게서 전수받는다. 그렇기 때 문에 강신무당은 예술적 능력을 후천적으로 획득한(achieved) 예술가이다.

이에 비해 세습무당은 집안 대대로 무업을 잇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타고난 생득된(ascribed) 예술가이다. 세습무당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아적부터 어머니인 무당이 굿판에서 부르는 노래와 아버지인 악사가 반주하는 음악으로 태교를 한다. 그들은 태어나면 무당과 악사인 부모를 따라 굿판을 다니며 음악과 춤을 몸으로 익힌다. 이들에게는 장구채를 쥐어주기만 하면 언제든지 장단을 칠 능력이 이미 유아기에 형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세습무당의 굿은 강신무당의 굿에 비해 예술적인 면이 강조된다.67) 이용식, 앞의 책, 2006, p.101.

무당굿은 지방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전승된다. 또한, 무당을 부르는 호칭도 지역마다 다양하다. 한강 이북의 강신무당은 ‘만(萬) 가지 신을 모시는 이’라는 의미로 ‘만신(萬神)’이라고 부른다. 세습무당은 아버지 가계를 중심축으로 시어머니로부터 며느리에게로 사제권이 전승되는 부가계내 고부계승(父家系內 姑婦繼承)이 원칙이다. 세습무당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부른다. 보통 여성이 무당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무((地母神)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小巫)일 수도 있다)’ 혹은 이의 와음인 ‘지모’, ‘지미’, ‘미지’ 등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명칭은 경기도와 동해안 일대에서 나타난다. 남해안에서는 일반적으로 무당을 ‘승방(심방의 와음)’이라 하는데, 특히 큰 무당을 ‘대모(大巫)’라 하고 작은 무당을 ‘소무(小巫)’라 한다. 전라도에서는 ‘당골’이라고 하는데, 이는 ‘당(堂)에 매인 이’라는 의미이다. 제주도 무당은 특이한 살례이다. 제주도에서는 남성이 무당이 되는 경우도 많은데, 무당 집안에서 특별히 신기(神氣)가 있는 이가 무업을 세습한다. 제주도에서는 무당을 ‘심방(心方, 또는 神房)’이라고 하고, 남해안의 ‘승방’은 ‘심방’의 와음이다.

무당의 명칭이 다양하듯이 굿판의 남성 악사를 일컫는 명칭도 다양하다. 보통 세습무당권의 남성 악사를 ‘산이(사니)’라고 부르고, 경험이 많은 악사는 ‘대사산이’라고도 부른다. ‘산(山)이’라는 명칭은 ‘산 속에 사는 중이나 도사’라는 불가(佛家)의 용어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산방(山房)의 우두머리인 산주(山主)를 의미하던 것이 굿판의 남성 악사를 가리키는 용어로 된 것이다. 이 외에도 악사를 ‘고인(工人)’, ‘화랭(花郞)이’ 혹은 ‘양중(兩中)’이라고도 한다. ‘고인’은 예전에 악사를 부르던 용어로서, 궁중의 악사를 가리키기도 하고 민간의 삼현육각 악사를 가리키기도 한다. 이를 ‘북을 치는 이’라는 의미로 ‘고인(鼓人)’이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예전에 궁중의 악사를 가리키던 ‘공인(工人)’에서 비롯된 것이다. ‘화랭이’는 신라의 ‘화랑’에서 기원한 용어로서, 화랑이 무예를 닦기 위해 종교적 신비 체험을 하였던 것으로 미루어 화랑은 일종의 종교 집단이었고 이것이 현재의 굿판에 흔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한편, ‘양중’은 예전에 궁중의 악사를 ‘낭중(郎中)’이라고 부르던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울에서는 악사를 ‘전악(典樂)’이라고도 하는데, 이 용어도 궁중의 악사를 일컫던 것이다. 경기도에서는 악사를 ‘선어정꾼’, ‘선증애꾼’, ‘선굿꾼’, ‘선소리꾼’ 등으로도 부르는데, 이는 악사가 ‘선 자세(立唱)’로 노래를 부른다는 의미를 갖는다. ‘어정’은 굿판을 의미하는 은어이고, 이를 ‘어증’이라고도 한다. 이는 아마도 ‘임금 앞에서 풍류를 하고 논다’는 의미인 ‘어전(御前)풍류’의 ‘어전’에서 비롯된 용어인 듯하다. ‘증애’는 ‘어정’을 거꾸로 쓰는 말인데, 굿판에서는 이렇게 용어를 거꾸로 쓰는 은어가 많다. 예를 들어 ‘미지’는 ‘지모’를 거꾸로 쓴 것이다. 이렇게 남성 악사를 일컫는 용어가 궁중 악사를 일컫는 용어와 관련이 있는 것은 굿판과 궁중의 음악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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