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4권 음악, 삶의 역사와 만나다
  • 5 전통음악 공연에 대한 역사적 엿보기
  • 05. 현대 국악공연의 쟁점과 경향
  • 국악 현대화
전지영

국악 현대화의 문제는 사실 1930년대부터 이미 논의되었던 화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국악을 어떻게 하면 현대화시킬 것인지는 이미 서양 음악이 유입되기 시작하던 때부터 존재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일제강점기 당시 안기영이나 김관이 민요와 서양 음악의 조화를 화두로 논쟁을 하기도 하였으며, 이는 전통음악 그 자체만으로는 시대적 한계가 있으니 시대에 맞게 현대화해야 한다는 당위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아울러 5·16 군사정변 이후 조국 근대화를 외치던 때에도 국악은 현대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였다. 이런 현 대화 주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시대에 맞지 않는 국악을 현대적 감각으로 변화시킨다는 식의 주장은 지금도 공연장에서 쉽게 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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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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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음악을 현대화시키겠다는 주장은 조선시대 이전에는 존재한 적이 없었다. 어느 시대든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당시의 시점이 ‘현대’이었겠지만, 유독 20세기 사람들에게만 현대화의 당위가 존재하는 것이다. 음악은 시대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이므로 굳이 인위적인 의미가 들어가는 ‘현대화’라는 용어를 써야 할 조건은 조선시대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20세기는 조선시대와 단절된 경험을 한 시기였다. 식민지 경험과 서양 음악의 유입으로 인해 전통음악은 그 자체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음악으로 전락하였고, 현대화되어야 하는 음악으로 각인된 것이다. 즉, 현대화라는 말 자체가 이미 전통과의 단절을 함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고전음악이라고 해도 서양의 고전음악을 현대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서양 고전음악 자체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작품의 해석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현대화한다는 것은 사뭇 우스꽝스러운 논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고전음악을 현대화해야 한다고 지난 1세기 동안 이야기해 왔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과연 지난 1세기 동안 현대화를 그렇게 많이 외치고 현대화를 지향하는 작업들을 그렇게 많이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이유는 무엇일까? 더 나아가 과연 현대화라는 것이 끝을 볼 수 있는 것일까?

현대화는 해도해도 끝이 없는 작업으로 그 이유는 국악을 현대화하는 것이 실제로는 국악과 서양 음악을 섞는 작업이거나 국악을 서구화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국악이 완전히 서구화해서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현대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현대화가 전통 단절의 역사에서 비롯된 용어라는 점과 긴밀한 연관을 갖는다. 전통과의 단절이란 단순한 단절이 아니라 ‘서양’이라는 헤게모니에 의해 전통이 밀려나고 천대 받게 된 상황을 의미한다. 그렇게 소외되고 폄하된 음악이기에 현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소외와 폄하는 국악이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서양 음악의 유입과 식민지 경험으로 인한 우리의 콤플렉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결과이다. 그러므로 현대화는 서양 음악과 대비되는 ‘낡은’ 국악의 이미지를 탈피한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고, 이는 국악의 이미지를 벗고 서양의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노력이 될 수밖에 없다. 국악 현대화란 그런 의미에서 결국은 서구적 ‘표준’으로 국악을 재단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마침내 현대화라는 말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때가 있다면, 그 때 국악은 사라지고 서구화된 음악만 남아있는 시대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현대화를 가장한 서구 모방의 경향에 대해 대단히 관대한 것이 현실이며, 이는 국악이 기존의 모습에서 탈피하여 당대의 현실적 의미를 가지는 음악이 되어야 한다는 지향이 있 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서구 모방의 경향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국악이 더 이상 정체되어서는 안된다는 당위성으로 인해 대단히 관대하거나 심지어는 적극적 후원을 자임하는 모습이 생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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