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5권 ‘몸’으로 본 한국여성사
  • Ⅱ. 유순한 몸, 저항하는 몸-1 예와 수신으로 정의된 몸
  • 01. 예가 지배하는 사회, 조선
  • 누구나 성인(聖人)이 될 수 있다!
김언순

유교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은 성인이며, 이상 사회는 성인의 말씀이 실현되는 사회이다. 그런데 유교는 성인의 말씀을 실천하는데 그치지 않고, ‘모든 사람은 성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 다.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성인은 실현 가능한 보편성을 띠게 된다. 모두가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만인(萬人) 성인론은 『맹자(孟子)』에서 기원한다. 맹자(기원전 372∼289)는 모든 사람이 요·순(堯舜)과 같은 성인이 될 수 있다고 하였으며,180) 『孟子』 「告子章句下」, “曺交問曰 人皆可以爲堯舜 有諸 孟子曰然.” 그 근거로 모든 사람이 선한 본성을 타고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181) 『孟子』 「公孫丑章句上」.

선한 본성이란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단서[四端]인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을 말한다. 하지만 인간의 선한 본성을 우산(牛山)의 나무처럼 잘 기르지 않으면 쉽게 사라지는 것으로 보았다. 마음의 특성상 나가고 들어옴이 일정치 않고 그 방향을 알 수 없어, 잡으면 보존되지만 놓으면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맹자는 선한 본성을 잘 기르기 위해서는 마음을 잘 보존하여 성을 길러야 한다[存心養性]고 하였으며, 존심양성의 방법으로 과욕(寡欲)을 제시하였다.

마음을 수양함은 욕심을 적게 하는 것[寡欲]보다 더 좋은 것이 없으니, 그 사람됨이 욕심이 적으면 비록 보존되지 못함이 있더라도 ‘보존되지 못한 것이’ 적을 것이요, 사람됨이 욕심이 많으면 비록 보존됨이 있더라도 ‘보존된 것이’ 적을 것이다.182) 『孟子』 「盡心章句下」, “孟子曰 養心 莫善於寡欲 其爲人也寡欲 雖有不存焉者 寡矣 其爲人也多欲 雖有存焉者 寡矣.”

맹자의 성선설은 성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적한 것일 뿐, 선한 본성을 지키기 위한 인위적인 과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선한 본성을 지키고 몸에 체화시키는 수신(修身)이 요구된다. 맹자가 과욕을 존양의 핵심 과제로 내세운 것은 수신의 관건을 욕망의 문제로 보았기 때문이다.

주희(朱熹, 1130∼1200) 역시 존양의 방법으로 ‘존천리 알인욕(存天理遏人欲)’, 즉 천리를 보존하고 인욕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욕망은 인간의 내면에서 싹터 선한 본성을 해치고, 성인이 되는 데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천리를 해치는 인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수신의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모든 사람이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맹자의 선언은 곧 누구나 수신을 통해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말과 같다.183) 김언순, 「조선 여성의 聖人 지향의 의미」, 『한국여성철학』 12, 2009, pp.60∼61.

성인이 되기 위한 수신의 구체적 방법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교화서와 수신서는 그 해답으로서, 인간이 마땅히 따라야 할 도리와 규범(천리)을 예로 규정하고, 예의 실천을 통해 인욕을 극복하도록 권장하였다. 예는 여러 차원에서 일상과 삶을 규율하였다. 관혼상제와 같이 생애 주기와 관련된 의례, 사회적 관계에 따른 예는 물론, 음식과 의복 등 일상적 행위 전반에 걸쳐 일정한 형식과 절차를 모두 예로 규정하였다. 수신이란 이러한 예를 체화해 인욕을 극복하고 천리를 보존하는 과정이다.184) 김언순, 앞의 글, p.65.

이와 같이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유교의 가치와 규범을 자발적으로 수용하게 만드는 동인이 된다. 더욱이 일상적인 예의 실천을 통해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방법론은 성인의 보편성과 함께 대중성을 확산시켜 유교 문화에 대한 자발적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이러한 수신론이 여성에게도 그대로 적용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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