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5권 ‘몸’으로 본 한국여성사
  • Ⅲ. 몸, 정신에서 해방되다-2 미, 노동 그리고 출산
  • 02. 일하는 몸, 일상화된 질병
  • 여성 채용 기준: 용모 단정
김미정

1960∼1970년대 여직원을 모집하는 광고에 빠지지 않는 조건 중 하나는 ‘용모 단정’이었다. 여성을 모집하는데 제시된 ‘용모 단정’은 단정하다는 의미와 함께 예뻐야 한다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었다. ‘용모 단정’이란 표현 자체가 상당히 주관적인 평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모호한 평가기준일 수밖에 없음에도 여성 채용 광고에서 제시된 여러 조건 중 직무 수행시 필요치 않은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등을 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지금은 공개적으로 이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없는 구조로 사회가 변화되었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런 조건들이 공개적이나마 채용 광고에서 사라지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여성에 대한 평가시 능력보다는 외모가 중시되는 분위기, 여성은 결혼하면 당연히 직장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관례 등은 예전부터 직업을 가지고자 한 여성들에게 하나의 벽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엄연한 현실이었다.

일반직뿐 아니라, 비서와 같은 직종의 경우 ‘용모 단정’의 기준은 보다 엄격히 요구되었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서 ‘용모 단정’이라는 표현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용모 단정, 즉 예뻐야 한다는 것입니다. S그룹의 비서실장은 비어있는 여비서 자리 하나를 메우기 위해 20여 개 대학에 전화를 하였다. 전화번호부에 나와 있는 모든 대학의 직업 보도회에 연락하여 2명씩을 추천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결코 이 말을 빠뜨리는 법이 없었다.464) 『경향신문』 1979년 2월 14일자. (강조색은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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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모 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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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원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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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노동하기 위해서는, 즉 노동하는 몸이 되기 위해서는 건강한 육체를 가져야 할 뿐 아니라, 직업에 따라서는 ‘용모 단정(?)’한 몸을 지녀야만 하였다.

고달픈 노동을 함에 있어서는 노동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건강한 육체를 지닌 여성이, 사무직 등과 같은 직업에서는 ‘용모 단정’한 육체를 가진 여성이 요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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