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5권 ‘몸’으로 본 한국여성사
  • Ⅲ. 몸, 정신에서 해방되다-2 미, 노동 그리고 출산
  • 03. 출산의 제한과 통제 사이
  • 제도화된 통제
김미정

1961년 11월 3일 국가재건최고회의 상임위원회 제69차 회의에서 가족계획사업을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기로 정식 결의한465) 대한가족계획협회, 『한국가족계획10년사』, 1975, p.54. 후 가족계획사업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에 이른다.466) 가족계획사업과 관련한 연구는 배은경, 『한국사회 출산조절의 역사적 과정과 젠더: 1970년대까지의 경험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박사논문, 2004 참고. 1962년부터 추진되어 온 가족계획사업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수행되어 왔으나 이를 뒷받침할 법적인 근거가 부재하였다.

1972년 10월 10일 유신으로 국회가 해산되고 입법 업무를 대행한 비상국무회의에서 보건사회부가 제출한 ‘모자보건법’이 1973년 2월 8일 법률 제2514호로 공포되었다.467) 한국보건사회연구원, 『人口政策 30년』, 1991, p.85. ‘모자보건법’의 제정은 1962년부터 추진된 가족계획사업의 제도적인 기반이 되었다.

여기서는 ‘모자보건법’의 내용을 통해 여성의 몸 혹은 여성의 재생산과 관련한 문제가 국가에 의해 어떻게 규정되어 갔는지를 이해해보고자 한다.

모자보건법의 목적은 “모성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건전한 자녀의 출산과 양육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보건 향상에 기여”함에 있었다. 그러나 실제 법의 내용은 모성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보다는 출산과 양육을 국가의 강력한 통제 속에서 조절하고자 하는 목적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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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의 가족계획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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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계획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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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 당시 법은 총 14조로 구성되었다.468) 법의 목적, 정의, 모자의 우대, 모성의 의무, 안전분만조치, 영유아의 건강관리, 수태조절, 인공임신중절의 허용한계, 불임수술절차 및 소의제기, 국고보조 등, 벌칙, 형법의 적용배제, 의료법의 적용배제가 그것이다. 이 법의 보호 대상은 임신 중에 있는 여자와 분만 후 6개월 미만의 임산부, 출생 후 6세 미만의 영유아였다. 당시 이 법의 특징은 제8조와 제9조를 통해 그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곧, 법 제8조는 ‘인공 임신중절 수술의 허용 한계’에 관한 내용으로469) ①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②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질환이 있는 경우, ③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④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⑤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인공 임신중절의 허용에 관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법률 제정 이후 법률에서 제시한 허용 한계 외의 임신 중절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470) 1960년경에는 부인 1인당 평균 0.7회 정도의 인공유산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1967년도에는 1.3회 1971년도에는 2.0회, 1973년에는 약 2.1회로 증가. 특히, 73년 중에는 전국에서 약 39만의 인공유산이 실시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대한가족계획협회, 1975, pp.109∼110).

한편, 법 제9조의 경우 ‘불임 수술 절차 및 소의 제기’에 관한 것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의사가 환자를 진단한 결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질환에 이환된 것을 확인하고 그 질환의 유전 또는 전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자에 대하여 불임 수술을 행하는 것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건사회부 장관에게 불임 수술 대상자의 발견을 보고하여야 한다.

② 보건사회부 장관이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보고를 받은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환자에게 불임 수술을 받도록 명령을 발할 수 있다.

③ 보건사회부 장관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의사를 지정하여 제2항의 규정에 의한 불임 수술 명령을 받은 자에게 불임 수술을 행하게 하여야 한다.

이 내용의 특징은 국가에 의해 세워진 기준에 따라 강제적으로 불임 수술이 행해질 수 있는 조건(이 조건이 매우 제한된 것이기는 하였지만)을 마련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라는 문구는 여성의 몸이 국가가 정한 ‘정상적’이라는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출산까지도 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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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성 정신질환 여자 9명 강제 불임수술키로
유전성 정신질환 여자 9명 강제 불임수술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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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항이 실제 적용된 사례가 있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보사부는 사회 복지 시설인 충청남도 정심원에 수용되어 있는 114명 가운데 12명의 소녀가 유전성 정신 박약의 질환을 갖고 있으므로 모자보건법 규정에 의한 불임 시술 명령을 내려달라는 건의를 충남도로부터 받았”고,471) 『조선일보』 1975년 3월 7일자 유전성 정신박약 癎疾환자 12명 강제불임수술명령검토. 이에 대해 당시 보사부는 이들 소녀들에 대한 ‘강제 불임’ 수술을 위한 적부(適否)조사를472) 『조선일보』 1975년 4월 1일자 유전성 정신질환 여자 9명 강제불임수술키로 ; 『조선일보』 1975년 6월 25일자 강제불임수술위한 적부조사 실시 충남정심원 소녀 12명 상대 ; 『조선일보』 1975년 6월 26일자 강제불임수술 진중 건의 신경정신의학회 “유전성은 10만에 1명꼴.” 시행한다. 실제 이 소녀들에 대해 불임 수술이 실행되었는지 여부까지는 기사에서 다루고 있지 않지만, 이 사례를 통해 출산이라는 사적인 행위가 국가에 의해 어떻게 통제 대상이 되어가는지를 일부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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