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6권 한 해, 사계절에 담긴 우리 풍속
  • 2 세시 풍속과 사회·문화
  • 03. 세시 의례와 지역 문화사
  • 중앙과 지방 관아의 세시 의례
  • 1. 서울의 세시 의례
정승모

우선 한성, 즉 서울의 세시 의례와 그 성격에 대해 알아보자.

서울은 국가 단위의 의례 행사가 집중되어 있던 곳이다. 그러나 하나의 지역 단위로서의 한성의 성격을 반영하는 의례 장소도 곳곳에 있었다. 이곳에서의 제사는 대개 봄과 가을 두차례 지낸다고 하였을 뿐 구체적인 날짜는 명기되지 않았지만 대부분은 2월과 8월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정일(丁日)이다. 사묘(祠廟)의 형식으로 설정된 곳은 다음과 같다.

◇ 백악신사(白嶽神祠)

백악산정에 위치하며, 매년 봄과 가을로 초제(醮祭)를 지냈으나 조선 중기 이후 폐지되었다.

◇ 목멱신사(木覓神祠)

목멱산정에 위치하며, 매년 봄과 가을로 초제를 지냈으나 조선 중 기 이후 폐지되고 사우만 국사당(國祀堂, 國師堂)으로 불리며 일제 초기까지 존재하였다. 19세기에 저술된 『한경지략(漢京識略)』에 “목멱신사가 남산 꼭대기에 있어 해마다 봄 가을에 초제를 지낸다.”고 한 것은 이전의 기록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도교적인 초제는 폐지되었지만 매년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냈고 그때마다 화상(畵像)들을 지각(池閣)으로 옮겨 놓았다. 사우 안의 화상은 무학대사의 상이라고 한다. 또 고려승 나옹(懶翁), 서역승 지공(指空) 등이 신상(神像)으로 걸려있고 장님상과 여아상도 걸려 있는데, 여아는 두신(痘神)이라고 한다.

◇ 한강단(漢江壇)

강 북쪽 연안에 위치하며, 매년 봄과 가을로 향사하였다.

◇ 민충단(愍忠壇)

홍제원(弘濟院) 옆에 있다. 임란 때 전사한 명나라 장수들을 제사한다. 임란이 끝난 후 설치하였다. 제사일은 나와 있지 않다.

◇ 부군사(符君祠)

각사(各司) 이청(吏廳)의 옆에 있다. 매년 10월 초하루에 제사를 지낸다. 혹은 고려의 시중이었던 최영(崔瑩)이 관직에 있을 때 재물에 대해 청렴하여 이름을 떨쳤으므로 이속들이 이를 기려 그 신을 모시는 것이라고 전한다.

◇ 선무사(宣武祠)

대평관(大平舘) 서쪽에 있다. 선조 31년에 건립하였는데, 속칭 생사당(生祠堂)이라고 한다. 매년 3월과 9월에 두 번째 정일에 제사지낸다.

그 밖에도 양녕대군(讓寧大君)의 묘(廟)인 지덕사(至德祠), 신수근사(愼守 勤祠), 광평대군사(廣平大君祠), 심희수 생사(沈喜壽生祠), 윤성준 생사(尹星駿 生祠), 윤집사(尹集祠, 盤松坊)에 있음), 화순 옹주사(和順翁主祠, 積善坊에 있음), 이색 영당(李穡影堂, 壽進坊에 있음) 등의 사우가 있어 각기 그 연고자들이 제를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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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사
선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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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관제 시설이 집중되어 있는 한양에서도 위와 같이 사설의 의례처에서 사적인 행사가 벌어졌다. 향약의 보급도 한양이 다른 지방보다 빠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문헌 기록은 흔치 않다. 『훈도방주자동지(薰陶坊鑄字洞志)』는 1621년에 권희(權憘)가 편찬한 서울 주자동의 동지(洞誌)이다. 이 책에 의하면 이 동네에서는 1586년에서 1587년 사이에 「여씨향약(呂氏鄕約)」에 근거하여 향약을 실시하였는데, 작위를 가진 자부터 선비와 서민에 이르기까지 매월 초하루마다 모두 모여 나이 또는 품직에 따라 앉아 향약 조항을 강론하였다고 한다. 이 향약은 곧 폐지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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