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6권 한 해, 사계절에 담긴 우리 풍속
  • 4 세시 풍속과 종교
  • 03 기독교의 연중 행사
  • 한국 교회의 교회력
  • 2. 추수감사절
진철승

추수감사절은 미국으로 이주한 개신교도들이 새로 만든 절기다. 따라서 미국 개신교의 절대적인 영향 하에 있던 조선 교회에 이 추수감사절이 자연스럽게 유입되었다. 그러나 추수감사절은 성탄절과 달리 선교 초기부터 수행된 것이 아니라 교단 체제가 어느 정도 자리잡고 난 이후에 실행되었다. 1900년 『신학월보』 12월호(창간호)에 당시 편집자였던 선교사가,

이후 1902년 『신학월보』11월호에는, 즉 “여주에 있는 어느 교회에서 이천 지방 여러 교회들이 모여 첫 추수 감사 예배를 드렸으니 그 날짜가, 1902년 양력 10월 5일이었다.”는 것이다.130) 그 해 추석은 양력 9월 16일이었다 한국 교회가 처음으로 추수감사 예배를 드렸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오늘날 한국의 대부분 개신 교회가 지키고 있는 미국식 추수감사일 날짜와 많은 차이가 있음은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 날이 음력으로 추석 직후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미국식 추수감사절 절기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한국의 추수감사절인 추석과 연결하여 감사 예배를 올렸음을 일러준다. 그러나 이후 상당 기간 개신교 교단마다 날짜가 다르다가 1914년 장로교 총 회에서 11월 셋째 주 수요일로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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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 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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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초기의 추수감사절 예배일과 달리 이후 추수감사절은 미국식 날짜를 따르게 되었다. 이는 미국 선교사들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었다. 또한, 미국 선교사들은 추수감사절을 “외지 전도를 위해 예배하고 강도(講道), 기도, 연보(捐補)하는 날”로 규정하여 농경 수확 의례로서의 감사절의 특징을 약화시켰다. 이에 따라 추수감사절은 개신교 대중 전통에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크리스마스와 달리 일반 대중에게 수용되지 못하고, 개신교 교회 내부의 행사로서만 명맥을 이어갔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개신교 내부에서 추수감사절 예배를 민속예배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일었고,131) 진철승, 「교회력과 의례의 토착화」, 『종협』 5, 한국종교협의회, 1989.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추수감사절을 따로 싣지 않고 추석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하는 예식서도,132)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예식편찬위원회, 『예식서-가정의례지침』, 1987. 등장하는 등 감사 예배의 본래 의미를 지키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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