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8권 무속, 신과 인간을 잇다
  • 3 무당의 생활과 유형
  • 05. 무당의 대외 활동과 전통 예술
  • 무속 집단과 전통 예술
  • 판소리 명창 박동실의 가계도
이경엽

박동실은 담양 출신 명창으로서 20세기 현대판 소리사에서 가장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는 이날치-김채만으로 이어 온 서편 소리를 오늘에 이어준 서편 소리의 대부로 평가된다. 그리고 <열사가>, <해방가>와 같은 창작 판소리를 작곡하고 이를 전승시킨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의 가계도에는 명인·명창들이 많이 발견된다. 외조부 배희근과 부친 박장원은 명창으로 이름을 날리던 이들이고, 동생 영실도 소리꾼으로 활동하였다. 그의 딸 수길과 숙자도 소리를 익혔으며 특히 수길은 재능있는 소리꾼이었다. 그리고 둘째딸 숙자에게서 난 외손자 김정호는 1985년 34세에 요절한 가수로, ‘이름모를 소녀’, ‘하얀 나비’와 같은 히트곡을 남겼다. 또한, 조카 종선은 아쟁의 명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그의 아들과 딸, 사위 등이 민속 음악의 대를 잇고 있다.

그의 가계는 앞에서 살펴본 능주 조씨 가계 외에 주변 예인들과의 다양한 통혼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 곧, 인근 예인 가계와 통혼 관계를 맺고 있는데 모친이 영광의 서편제 명창 배희근의 딸이고, 동생 영실이 화순 능주의 공창식 가계와 그리고 누이가 옥과 한씨 가계와 연결되어 있다. 또한, 부인 김이채는 고창 흥덕 출신으로 명창 김소희와 인척 관계였다. 담양 박씨 가계가 당대 최고의 예인 집 안과 통혼 관계를 맺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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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실의 가계도
박동실의 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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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통혼 관계는 모두 세습무계 간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결국 무계가 전통 예술의 중요한 토대였음을 알 수 있다. 세습무계 간의 통혼에 의해 생성되고 유지되어온 예인 가계는 전통 예술 전승의 통로이자 과정이었다. 전통 예술의 전통을 잇게 하고 예인들의 지속적 재생산을 가능하게 했던 핵심적 기반이었던 것이다.

이상과 같이 민속 예술의 전승에서 무계가 중요한 맥락이 되었음을 살펴보았다. 물론 무계가 전통 예술 계보의 유일한 자질로 지속되지는 않으나, 판소리의 경우는 무계를 기반으로 하되 다양한 상황과 요소에 의해 확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므로 무계만으로 판소리 계보를 규정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세습무계가 판소리 전승의 중 요한 배경이자 맥락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는 사실이다.

무계에서는 판소리·줄타기·기악·농악 등의 수많은 예인들을 배출하였다. 뿐만 아니라 민속 예술의 전승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예술사를 장식한 수많은 예술가들과 현재 활동하는 저명한 예인들 대부분이 무계 출신이라는 데에서 알 수 있다. 이렇듯 전통 예술의 뿌리가 무계와 바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곧, 무계가 전통 예술의 탯자리이자 그것을 키워낸 젖줄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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