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8권 무속, 신과 인간을 잇다
  • 5 서구인 굿을 보다
  • 01. 서구인이 기록한 한국 굿 자료
  • 서구인이 기록한 한국 굿 자료
  • 굿을 본 서구인
홍태한

19세기에 중국과 일본이 개항을 하면서 많은 서양인들이 아시아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들은 조선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쇄국 정책으로 인해 실제로 조선에 들어와 각지를 여행하면서 여러 사실을 기록하게 된 것은 19세기 말에 들어와서이다.

물론 이보다 앞서 조선의 근해를 탐사하고 그 사정을 기록한 몇 몇 여행기가 발간된 적은 있지만, 조선에 상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이 관찰한 해안의 지형적인 특성과 함께 몇 장의 지도를 남겨놓았거나 상륙하여 조선인을 만났어도 일회성 만남의 인상기 중심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책 중 대표적인 것이 맥레오드가 1817년 런던에서 간행한 Narrative of a Voyage, in His Majesty’s Late Ship Alceste, to the Yellow Sea(1818)이다. 이 책 앞부분 53쪽까지 조선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고 참으로 이상하게 그려놓은 그림 두 장이 <소청도 주민들>, <조선의 관리와 수행원들>이라는 제목으로 실려있다. 조선을 직접 여행하거나 탐방한 서양인 들의 저작물은 박대헌이 1996년 호산방에서 간행한 『서양인이 본 조선』(전 2권)에 집성되어 있는데 이 두 그림이 맥레오드의 책에 수록된 도판의 대표적인 사례로 같은 책 103쪽과 105쪽에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런던에서 영어로 세 차례에 걸쳐 간행되었을 뿐 아니라 스웨덴에서까지 번역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킨 책이었다. 서양인들이 그만큼 동양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높았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보면 이 책에 수록된 조선의 관리와 수행원 무속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하고, 단편적인 인상을 주관적으로 해석한 것이 주를 이룬다. 1818년 런던에서 간행된 홀(Basil Hall)의 『조선 서해탐사기(Account of a Voyage of Discovery to the West Coast of Corea)』에는 섬에 상륙해서 고목(古木)에 절하고 있는 조선인을 보고 무속 현상이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홀의 무지라기보다는 당대 서양인들이 가지고 있는 동양에 대한 지식의 한계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록을 통해 무당굿의 실상을 알기는 참으로 어렵다.

이보다 좀더 상세한 한국 무속에 대한 기록은 19세기말부터 간행된 여러 기행문에서 찾을 수 있다. 비록 피상적인 관찰에 그치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해석한 기록이어서 신빙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당시의 한국 무속이 어떠했는지를 알고 싶은 연구자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자료이다. 또한, 여러 선교사들이 조선에 들어오면서 그들은 포교 활동을 통해 자신이 경험한 조선 문화에 대해 기록을 남겼는데, 이 또한, 단편적이지만 한국 무속의 흐름을 찾아낼 수 있다.

무당굿을 보고 기록한 이들은 외교관이거나 인류학자, 선교사들이었다. 직업은 달랐지만, 이들은 모두 조선을 처음으로 보았기 때문에 상당한 호기심을 가지고 비교적 꼼꼼하게 당시 조선의 역사와 상황, 풍물을 기록하려 애썼다. 특히,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 Bishop)은 4차례에 걸쳐 조선을 방문하여 11개월에 걸쳐 조선을 답사한 결과 충실한 기행문을 남겨 놓았다. 이 기행문은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이라는 제목으로 이인화가 1994년 번역하였기 때문에 손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꼼꼼하게 기록하려고 해도 그들은 외지인에 불과했다. 짧은 시간에 주마간산 격으로 조선을 여행하면서 우연히 만난 무당굿에 대해 기록하였기 때문에 자료의 신빙성에도 문제가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보고 기록하였는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확대보기
맥레오드의 책에 수록된 소청도 주민들
맥레오드의 책에 수록된 소청도 주민들
팝업창 닫기
확대보기
맥레오드의 책에 수록된 소청도 주민들
맥레오드의 책에 수록된 소청도 주민들
팝업창 닫기

서양인이 무속에 대해 기록한 대부분은 기행문의 한 부분으로 되어 있다. 종교학·인류학을 전공한 학자들이 전문가답게 기록한 책들도 있지만, 이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무속을 조사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을 뿐아니라, 언어 소통의 문제로 인해 이들의 기록은 일정한 한계를 가진다. 이들이 조선에 들어와 각지를 기행하게 된 것은 대개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하나는 공무로 인해 조선에 부임해 오는 과정에 여행을 하면서 기록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순수한 여행객으로 한반도를 다니면서 여행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이들의 기행문은 동기야 어떻든 간에 내용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한 사람이 기록한 내용을 또 다시 그대로 가져와 기록하면서 자신이 관찰한 내용에 맞추는 경우도 여럿 있다. 한 예로 게일(James S. Gale)은 조선 여행을 통해 조선의 특성을 파악하고,『전환기의 조선(Korea in Transition)』에 헐버트와 비숍의 무속에 대한 견해를 그대로 정리하고 있다. 게일은 조선이야말로 선교를 하기 가장 좋은 곳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백인으로서 상대적인 우월감을 은연 중 드러낸다.

이처럼 기독교 선교사로 조선에 들어와 활동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선의 문화를 기술하면서 관찰한 무속 현상을 기록한 것들이 몇 개가 있지만 역시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 이들 기록은 기독교의 입장에서 기록한 것으로 당시 그들이 관찰한 무속 현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왜곡된 시선은 느낄 수 있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