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39권 삶의 공간과 흔적, 우리의 건축 문화
  • 1 한국 건축의 변화 양상
  • 02. 한국 전통 건축 문화의 형성
  • 한국 건축을 이루는 요인
  • 1. 자연환경
천득염

아시아 대륙의 동북쪽에 돌출한 반도국가인 우리나라는 대륙과 도서의 중간에 위치하여 역사적으로 요충지가 되었으며 강대한 세력에 여러 차례 침탈을 받아 수난과 시련이 되풀이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륙 문화와 해양 문화가 혼합, 절충되는 지역이 되어 이 두 가지 문화를 융합하는 문화적 특성을 지녔으며,32)조지훈, 『한국문화사서설』, p.43. 대륙과 해양과 구분되는 민족 고유의 문화적 특성을 형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질학적으로는 우뚝 솟은 장년기 지형의 높은 산이 극히 적고, 대부분 높낮이가 낮은 노년기 지형으로 전국토의 약 75%가 산지이고 꼭대기가 둥그렇고 완만한 산이 많았으므로 건축에 있어서도 배산임수의 풍수지리설이나 음양오행설의 적용에 무리가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자연 지세는 비교적 아담하면서도 아름다운 산이 많고 강물이 맑아서 ‘금수강산’이라 불리었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자연에 순응하려는 한국 사람들의 심성이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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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여지도 김정호
대동여지도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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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경향은 건축문화나 예술 전반에 있어서도 자연지형에 영향을 받은 유연한 곡선을 사용하는 등의 자연에 조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자연적 요소들은 한국 건축이 건립되는 집터의 높고 낮음, 대지의 형태와 배치 및 방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됨으로써 건축의 기본요소가 되었다. 즉, 건축 조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배치에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의 기후는 대륙과 해양의 중간적인 기후로서 남쪽은 일본의 구주 및 시코쿠(四國)지방과 큰 차이가 없는 연평균 10∼16℃ 의 온난한 기후를 가지고 있으며 북상함에 따라 대륙성 기후로 더위와 추위의 차가 심해서 겨울의 추위가 여름의 더위보다도 견디기 어려웠다. 이로 말미암아 한국 고유의 온돌이라는 난방방식과 그에 대조적인 마루라는 바닥구조를 형성하게 되어 북방 주거 문화와 남방 주거 문화의 중간적 위치에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이유로 가옥의 구조는 오히려 추위에 잘 견디는 모습으로 발전하였다. 즉, 주택의 방바닥 밑에는 반드시 온돌을 설치하고, 다시 난방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벽은 되도록 두껍게 하고 진흙을 바른다. 지붕의 서까래 위에는 두껍게 적심과 보토를 얹은 다음 기와나 짚으로 지붕을 덮었다. 또한, 방은 가급적이면 적게 하고 천장도 되도록 낮게 만들었으며 창문도 여름철 공간인 대청을 제외하면 그다지 크지 않게 하고 미닫이와 여닫이문을 두어 이중창으로 사용한다. 또 온돌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주택은 이층을 만드는 일이 없다. 비의 양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초가집이나 기와집 모두 지붕의 물매는 완만한 편이다. 지붕의 크기로 보면 비가 많은 일본과 비가 적은 중국의 중간적 위치에 해당한다.

한국 전통 건축에서 사용되는 재료는 나무·돌·벽돌·기와·진흙과 석회 등을 들 수 있는데 1년 평균 강수량이 1,250㎜ 정도이기 때문에 삼림의 성장에는 비교적 좋지 않은 기후조건으로 인하여 양질의 목재를 구하기 어려웠으므로 목재를 최대한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 많은 배려를 하였다. 목재는 소나무가 가장 많고 느티나무나 싸리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사용되었다. 특히, 소나무는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나무로 집을 짓는 일에서부터 배를 만드는 일, 심지어 관(棺) 제작까지 사용되었다.33)전영우,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소나무』, 현암사, 2004.

한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목재는 육송이다. 육송은 장대한 부재를 얻기 어렵고 수액이 많아서 치목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목조건축은 일본에 비하여 세부가공이 조잡해 보이고 정밀도가 낮 다. 이는 기술적인 수준이 낮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 아니고 건조율이 높고 수직 균열이 많은 육송 재질의 특성에 순응하여 적절한 정밀도를 찾아내는 지혜에서 나온 것이다.34)김정기, 『한국목조건축』, 일지사, p.47.

그러나 화강암을 비롯한 풍부한 양질의 석재는 산출지가 극히 넓고 채석이 용이하여 큰 건축의 기초, 층계, 난간으로부터 가옥의 벽과 담장 등에 널리 사용되었다. 고대부터 석탑·석불·부도(승탑)·석비 등의 훌륭한 석조조형물이 중국과 일본에 비하여 더욱 발달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특히, 양질의 석재는 물로 갈면 매끄럽고 거울과 같이 되고, 정교한 조각을 하는데 견디고 천여년의 세월을 겪어도 여전히 훼손되지 않은 것이 많이 있다. 이는 일본에 비하여 지진의 빈도가 적은 한국에 조적식 석조건축이 많이 건립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이들 석조건축은 수많은 전란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남아 있어 한국 건축문화의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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